세월호 참사 당시 언론의 ‘전원 구조’ 보도가 오보임을 인지하고 서울 MBC 본사에 오보 가능성을 보고했다가 묵살 당했던 목포 MBC 기자들이 김장겸 MBC 사장 퇴진을 촉구하고 나섰다.

서울 MBC 언론인들은 물론 지역 MBC 언론인들도 연일 성명을 통해 한 목소리로 경영진 사퇴를 촉구하고 있는 가운데, ‘언론 개혁’을 공약으로 내세우며 MBC 정상화를 도마에 올렸던 문재인 정부의 행보가 주목되고 있다.

목포 MBC 보도부, 영상부 기자 12명은 22일 성명에서 세월호 참사를 언급하며 “현장 기자들의 보고를 전달받고도 가치를 판단할 능력조차 없었던 당시 MBC 뉴스 책임자들은 ‘전원구조’라는 끔찍한 오보를 저질렀다”며 “그러나 사과하지 않았다. 부끄러워하지도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국가가 300명이 넘는 국민을 구하지 못한 참사를 두고도 보도 참사는 계속됐다”며 “권력에 기대 세월호에 관한 것이라면 축소하고 왜곡했고, 유가족을 조롱하고 비난해 고립시켰다. 참사 진상을 규명해야 할 특별조사위원회는 공격 대상이었다. 피붙이를 잃은 약자들에게조차 신뢰를 잃은 우리는 그대로 ‘엠빙신’이 됐다”고 자조했다.

▲ MBC PD 출신인 뉴스타파 최승호 PD의 두 번째 영화 ‘공범자들’ 티저 영상 갈무리.
▲ MBC PD 출신인 뉴스타파 최승호 PD의 두 번째 영화 ‘공범자들’ 티저 영상 갈무리.
이날 앞서 ‘무한도전’ 김태호 PD 등 MBC 대표 예능 PD들이 김 사장 퇴진을 촉구한 데 이어, 목포 MBC 기자들도 “김장겸은 MBC를 떠나라”며 압박 수위를 높였다. 이들은 김 사장에 대해 “세월호 유가족을 ‘깡패’로 지칭했던 당시 보도국장 김장겸은 지금 어디 있는가”라고 비판하면서 “우리가 언제부터 MBC가 아닌, ‘목포’ MBC라고 말해야만 취재가 가능해졌는가. 3년이 넘도록 현장을 지키고도 부끄러움은 왜 우리 모두의 몫인가”라며 크게 후퇴한 MBC 보도 공정성을 우려했다.

이들은 “우리는 MBC 로고가 있는 카메라를 당당하게 들고 취재할 수 있는 현장을 원한다. 목포 MBC가 아닌 MBC 자체로서 신뢰받길 원한다”며 “우리는 MBC 뉴스를 되살리기 위해 끝까지 투쟁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세월호 참사 당시 목포 MBC 기자들이 ‘전원 구조’ 보도의 오보 가능성을 인지하고 본사에 보고했으나 서울 MBC 보도국 전국부가 이를 묵살한 사실이 폭로돼 논란이 컸다.

당시 목포 MBC 보도부장이었던 한승현 기자는 뉴스타파 최승호 PD와의 인터뷰에서 “(세월호 참사 직후) 구조된 학생들 입에서 ‘우리 수학여행단인데 전원 구조가 아니다’라고 했으나 서울(MBC)에서 그게 묵살됐다”며 “언론을 장악하고 제대로 보도가 되지 않게끔 하는 세력이 있지 않았을까”라고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다.

▲ 김장겸 MBC 사장. 사진=이치열 기자.
▲ 김장겸 MBC 사장. 사진=이치열 기자.
한편, 대구 MBC 구성원 84명도 지난 21일 “보수의 심장이라고 하는 대구에서조차 분노한 시민들이 내뱉는 ‘개쓰레기’라는 말을 감내하며 프로그램을 만들고 있다”면서 김 사장 퇴진을 요구했다. 전날에는 춘천MBC 보도·편성·기술·경영 부문 구성원 27명이, 대전 MBC에선 구성원 56명이 김 사장 사퇴를 요구했다.

김 사장은 전직 대통령 박근혜씨 탄핵 국면인 지난 2월 선임됐다. 그는 공영방송 MBC의 보도 공정성을 후퇴시켰다는 평가를 받는 인물로, 전국언론노동조합은 지난 4월 김 사장을 ‘박근혜 정권 언론 장악 부역자’ 명단에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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