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은 공산주의자’라는 흑색선전은 여전히 강력한 영향력을 미치고 있다. 국민이 압도적인 표 차이로 그를 대통령에 선출했지만 대구 경북지역에서는 이런 그릇된 믿음에 별로 변화가 없는 것 같다. 단순한 구호를 반복한 효과는 대단한 위력을 발휘하고 있다.

이런 구호를 공개적으로 외치는 세력이 단죄되지 않고 현직을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고영주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장, 신연희 강남구청장 등 정치적 중립과 막중한 책임이 요구되는 직책에 있는 자들조차 이런 주장을 반복하고 있지만 법적 단죄는 미미하다.

‘문재인은 공산주의자’라고 발언한 공안검사 출신 고영주 이사장 사건은 2년째 오리무중이다. 2015년 당시 문 후보는 고 이사장을 상대로 형사소송과 함께 1억 원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냈다. 서울중앙지법은 “문 후보의 명예를 훼손하고 인격권을 침해했다”며 “고 이사장은 문 후보에게 3000만 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하지만 민사사건과 달리 형사사건에서는 고 이사장 기소 여부조차 정해지지 않았다. 검찰의 수사의지 문제로 보인다. 후배 검사들이 선배 검사출신의 눈치를 보는지 알 수 없지만 법치보다 정치적 판단을 하는 것으로 비친다.

▲ 문재인 대통령이 6월20일 오전 청와대에서 미국 CBS와 취임 첫 외신 방송 인터뷰를 가졌다. 사진=청와대
▲ 문재인 대통령이 6월20일 오전 청와대에서 미국 CBS와 취임 첫 외신 방송 인터뷰를 가졌다. 사진=청와대
대통령 한 명이 바뀌었다고해서 검찰이 바뀌고 세상이 바뀌는 것은 아니다. 검찰은 여전히 자기조직 이기주의로 돈봉투 잔치도 몰래 지속하고 있고, 자기식구 감싸기 관행을 전통으로 이어가는 식이다. 최근 두 명의 검사를 향응과 성희롱 등의 이유로 면직처리한 것을 무슨 대단한 감찰 업적인 양 공개했다. 검찰의 자정능력을 보여주고 개혁의지를 홍보하기 위한 쇼로 비칠 뿐이다.

물론 문재인 정부의 검찰개혁 의지가 강한만큼 흉내라도 내려는 의도를 폄하할 필요는 없다. 검찰에 대한 신뢰는 권위와 직결된다. 부당하고 불법적으로 공인을 인신공격하고 인격적으로 매도하는 불법행위에 대해서는 그 직책이 높을수록, 정치적 중립이 강조될수록 보다 엄격하게 처벌하여 사회적 경각심을 환기시킬 필요가 있다.

검찰은 최근 신연희 서울 강남구청장을 소환했다. 신 구청장은 제19대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당시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였던 문재인 대통령과 관련된 비방 내용을 유포한 혐의를 받고있다. 신 구청장은 올해 1∼3월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카카오톡을 통해 1천여 명에게 허위사실을 유포해 부정 선거운동을 하고 문 대통령과 고 노무현 대통령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를 받고 있다.

내용이 악질적이고 수법이 저질적이며 상습범에 속할 정도로 형사법과 선거법을 위반하여 신속한 수사가 요구됐지만, 검찰은 미적거리다가 문 후보가 대통령이 되고 나서야 움직이는 시늉을 하고 있다.

여선웅 더불어민주당 강남구의원은 신 구청장이 카카오톡 단체 대화방에 ‘문재인을 지지하면 대한민국이 망하고 문재인은 공산주의자다’라는 글과 ‘놈현·문죄인의 엄청난 비자금’이라는 제목의 동영상을 올렸다고 밝혔다.

또 진선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자신의 블로그에 신 구청장의 카카오톡 내용을 추가 공개했다. 공개된 대화 내용을 보면 “이건 문재인(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을 꺾을 수 있는 절대적 자료, 세월호 책임은 문재인에게 있다”는 글과 함께 세월호 관련 종편 뉴스 영상이 링크돼 있었다.

이 뿐만 아니다. 신 구청장은 경남 양산에 있는 문 후보 자택 앞에서 시위를 하고 있는 보수 단체 회원들의 모습이 담긴 ‘양산에 빨갱이 대장 잡으러 간 태극기 애국보수 국민들!! 자랑스럽습니다!!’ 라는 제목의 동영상을 올리기도 했다. 시사저널에 의하면, 2월2일부터 2월13일까지 11일 동안 25번 이상 카카오톡 대화방에 글을 올렸고, 3월13일에는 ‘문재인을 지지하면 대한민국이 망하고 문재인은 공산주의자다’ 등 문 후보에 대한 같은 내용의 비방글을 1분 간격으로 3번 반복해서 게재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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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figcaption>▲ <yonhap photo-2250= 신연희 구청장 포토라인에서 한마디.."됐습니다!"
제19대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문재인 당시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에 관한 허위사실을 유포한 혐의를 받는 신연희 서울강남구청장이 6월21일 조사를 받기위해 서울 서초구 중앙지검으로 출석하며 기자의 질문을 손으로 뿌리치고 있다. ⓒ 연합뉴스
선거에 엄정중립을 지켜야 할 구청장이 불법적이고 노골적으로 선거법을 위반하며 상습범으로 법치를 우롱하고 있는데 신속한 수사, 구속수사는커녕 뒤늦게 불구속 수사를 하고 있는 모습은 안타깝다.

대통령에 관련된 사항에 검찰이 저렇게 한가롭게 수사하는데, 일반인의 사이버상 명예훼손이나 모욕은 ‘수사가 어렵다’는 이유로 간단하게 무시한다. 근거없는 루머나 인신공격이 도를 넘고 있지만 정작 단죄해야 할 수사기관이 미적거리고 있는 사이 무법천지로 변했다. 진실은 모호해지고 극한 주장이 난무하는 혼란의 세상이 됐다.

소위 극우 보수주의자들은 대통령을 빨갱이, 공산주의자, 종북좌파, 주사파라고 비난하는 것도 모자라 자신의 뜻에 반하는 학자, 언론인, 일반 시민에게까지 ‘빨갱이’ 주장을 예사로 늘어놓고 있다. 홍준표 전 경남지사는 공개적으로 문재인 정부를 ‘주사파 정권’이라고 악담하고 있다. 문재인을 선택한 국민에 대한 모독이다.

청와대는 혹시라도 ‘주사파 빨갱이 정권’으로 오해받을까봐 미국에 하고 싶은 말도 제대로 못하고 외교정책도 심하게 눈치를 보고 있는 것 같다. 조선, 동아, 문화일보는 틈만 나면 문재인 정권 흠집잡기에 혈안이 된 모습이다. 아무 논리도 설명도 필요없이 ‘빨갱이 정권’ ‘공산주의자’ 한마디면 간단히 제압되는 마법의 단어를 틈만 나면 내민다.

나라가 이념논쟁으로 혼란해서도 안되고 불법 부당한 주장으로 국민을 사분오열 찢어놓아서도 안된다. 정치인들의 도넘은 편가르기 발언과 여론조작은 진실을 희생시키고 선량한 국민을 이념의 꼭두각시로 만든다. 그런 불법 상습범에 대해서는 엄정한 법집행이 이루어져야 한다. 그가 강남구청장이든 방문진 이사장이든 법은 공평하게 적용될 때 존중받고 검찰이 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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