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리어 몽둥이를 든 자유한국당
그런데 적반하장이라는 말이 딱 어울리는 상황이 벌어졌다. 공영방송을 장악했던 주역 중 하나인 자유한국당이 이제 공영방송장악을 저지하겠다고 나선 것이다. 설사 현 정권이 방송장악을 기도하려 한다고 가정해도 자유한국당은 낯부끄러워서라도 입을 다물어야 할 처지인데, 공영방송 정상화의 필요성을 주장하는 몇 가지 단초를 가지고 공영방송장악이라면서 공격을 시작한 것이다. 물론 공영방송은 장악해서는 안 된다. 그런데 이전 정권이 공영방송을 장악하기 위해 임명한 사장과 그 사장이 임명한 간부들이 그 자리에 있다. 왜곡된 현실을 방치하는 것이 진정으로 공영방송의 독립성과 자율성을 보장하는 것일까?
‘해법’은 외면하고 ‘알박기’만
국정농단한 대통령이 탄핵당하고 광장의 촛불 시민들이 요구한 개혁은 시대적 과제다. 그런데 공영방송은 여전하다. 민주언론시민연합의 모니터를 보면 KBS, MBC는 독재정권 종식의 중요한 계기였던 이한렬 열사의 30주기 추모제를 전혀 다루지 않았다. MBC는 심지어 6·10 항쟁조차도 공식 기념행사의 풍경만 전했을 뿐이다. 민주주의의 가치를 기리고 전해야 할 공영방송이라 보기 어렵다. 물론 이는 장악된 공영방송 현실이 전혀 변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자유한국당은 황교안 대통령 권한 대행이 임명했던 김용수 방송통신위 상임위원을 문재인 대통령이 미래부 차관으로 임명한 것을 문제 삼았다. 권한대행에 불과한 사람이 임박한 대선을 앞두고 방통위원 임명이라는 권한을 행세했다. 이번 대통령은 인수위도 없기 때문에 당선하자마자 권한을 행사할 수 있는데도 굳이 월권해서 임명했다. 방통위에 알박기를 시도했음은 명백하다. 이것이 이전 정권이 구축한 방송장악의 생명을 연장하기 위한 시도임을 누구나 안다. 그래서 정상화한 것이다. 그런데 이를 두고 방송장악이라고 한 것이다.
그렇게 자유한국당이 방송장악을 막아야 한다고 주장하려면 작년 일명 언론장악방지법에 동의했어야 한다. 당시 민주당을 비롯한 야당이 공영방송의 독립성을 보장하기 위해 방송법 개정안을 냈다. 공영방송 독립성을 보장하기 위해 일방적으로 치우친 공영방송 이사 구성을 여야 비슷하게 7:6으로 구성하고 사장 선임 시 2/3가 찬성해야 하는 특별다수제를 도입하자는 내용이다. 하지만 이는 바로 자유한국당의 전신인 새누리당의 반대로 국회 계류 중이다. 지금이라도 그 법에 찬성하면 방송 독립성은 보장될 것이다.
‘공영방송 정상화’인가 ‘기득권 이익’인가
자유한국당만 나선 것은 아니다. 조선일보는 사설로 현 정부의 행태를 이전 정권과 마찬가지라고 주장했다. 현 공영방송의 사장들은 임기가 남아 있는데 나가게 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하지만 전 정권의 폐해를 고스란히 유지하고 있는 현 공영방송의 사장과 임원진들이 물러나지 않고 공영방송 정상화가 가능한지 모르겠다. 더군다나 분명한 차이가 있다. 공영방송의 주인은 시민이고 주인인 시민을 대신해서 그 권한이 공영방송 구성원들에게 위임되어 있다. 그리고 현재 공영방송 구성원 중 절대다수가 현 경영진의 퇴진을 요구하였다. 그렇다면 공영방송의 독립성은 물론 안정성을 위해서도 물러나야 마땅하다. 물론 이명박은 구성원의 반대를 무릅쓰고 신임받는 정연주 사장을 몰아낸 것이다. 근본적인 차이가 있다. 그런데 조선일보는 이런 현실에 눈을 감았다. 또 조선일보가 정말 그렇게 생각한다면 이전 정권이 공영방송을 장악했을 때 왜 목소리를 내지 않았는지 의문이다. 그때나 지금이나 조선일보의 주장은 조선일보가 포함된 기득권 세력의 이익을 고려한 것이라는 혐의를 거두기 어려운 이유다.
기존의 언론장악방지법을 비롯해 민언련의 언론개혁제안 등 사실 언론정상화의 해법은 이미 나와 있다. 사실 실행만 남았다. 그래서 이런 개혁의 움직임에 수구기득권 동맹이 저항하는 것은 아닐까?
※ 이 칼럼은 민주언론시민연합이 발행하는 웹진 ‘e-시민과언론’과 공동으로 게재됩니다. - 편집자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