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다음주 한-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미국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북핵 문제 해결과 남북 관계 개선 전략의 기조를 밝히고 나섰다. 사드 환경평가는 사드 배치의 연기나 철회가 아니며 일본을 향해 ‘위안부’ 문제에 공식 사과해야 한다고 밝혀 한일 위안부 합의 재협상 의지도 밝혔다.

文 대통령, 대북 해법 밝혀

문 대통령은 21일 공개된 CBS 방송, 워싱턴포스트 등 미국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북핵·북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구상을 직접 밝혔다. 특히 오는 29일부터 한미 정상회담이 열리는 만큼 양국의 협의 결과가 주목된다. 주요 조간들도 1면에서 문재인 대통령의 대북 구상에 대한 기사를 실었다.

문 대통령이 인터뷰를 통해 밝힌 북핵 해법 구상은 ‘대화·제재 병행’과 ‘단계적 접근법’이다. 우선 북한의 핵과 미사일 활동을 동결해 더 이상의 기술적 진전은 막고 그 이후 북핵 프로그램의 완전한 폐기를 위한 협상을 벌인다는 것이다.

동결은 더 이상 북한이 핵과 미사일 도발을 하지 않고 핵과 미사일의 고도화를 멈추는 것이다. 이후 강한 압박을 통해 북한을 대화 테이블로 끌어낸 뒤 동결에서 폐기로 이행하는 점진적인 해법이다.

또한 문 대통령은 사드 포대를 모두 배치할 것이냐는 워싱턴포스트의 질문에 “사드 배치는 이전 정부의 결정이지만 이를 가볍게 받아들이지 않는다는 말을 명확히 했다”며 “환경영향평가를 포함한 적법한 절차를 거쳐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일 ‘위안부’ 합의와 관련해서도 “한국 국민, 특히 피해자인 위안부 할머니들이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며 “일본이 법적 책임을 인정하고 공식 사죄하는 것이 문제 해결의 핵심”이라며 재협상의 의지를 밝혔다.

한겨레는 1면 기사에서 문 대통령이 북핵 문제 해결과 남북 관계 개선을 동시에 진행하는 ‘병행론’ 구상을 밝혔다는 점을 주요하게 다뤘다. 

특히 문 대통령은 연내 남북 정상회담 개최에 대한 희망을 밝혔기 때문이다. 과거 이명박·박근혜 정부에서는 북한의 비핵화를 남북관계 개선의 ‘입구’에 두는 ‘선핵 폐기론’을 고수했으나, 문 대통령은 조건과 분위기가 갖춰진다면 북한과 대화할 의향이 있다는 입장이다.

반면 조선일보는 1면 기사에서 문 대통령이 밝힌 대북 문제 해법이 미국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점을 강조하며 ‘트럼프와 주파수 맞추기’에 나섰다고 평가했다. 

▲ 조선일보 1면 기사(위)와 한겨레 1면 기사(아래) 갈무리.
▲ 조선일보 1면 기사(위)와 한겨레 1면 기사(아래) 갈무리.
문재인 대통령은 워싱턴포스트 인터뷰에서는 ‘개성공단 재개 등이 유엔 결의 위반 아니냐’는 질문을 받고 “내가 말하는 (대화나 접촉 같은) ‘관여’는 트럼프 대통령의 ‘관여’와 아주 비슷하다”며 트럼프 대통령의 대북정책과 문 대통령의 관점이 유사하다는 점을 강조하기도 했다.

조선일보는 이를 “사드 배치 중단과 문정인 특보의 워싱턴 발언으로 불거진 ‘난기류’를 수습하는 동시에, 지난 보수 정권과 다름없이 한·미 동맹을 중시한다는 메시지를 보내려 한 것”으로 풀이했다.

조선일보는 사설에서 아직 문재인 대통령의 인식이 안이하다는 점도 재차 강조했다. 문재인 대통령의 북한에 대한 인식이 여전히 미국과는 큰 간극을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사설에서 조선일보는 “(문재인 대통령은) 김정은이 핵과 미사일로 ‘뻥’치고 있지만 (안전 보장을) 간절히 바랄 수 있다”고 밝혔다며 “문 대통령이 북이 핵·미사일로 ‘뻥’치는 것으로 인식하고 있다면 사태를 안이하게 보는 것이다. 미국 행정부와 의회가 ‘가장 시급하고 위험한 위협’이라고 하는 것을 한국 대통령이 ‘뻥’이라고 한다면 말실수라고 하기엔 너무 간극이 크다”고 지적했다.

▲ 조선일보 사설(위)과 한겨레 사설(아래) 갈무리.
▲ 조선일보 사설(위)과 한겨레 사설(아래) 갈무리.
반면 한겨레는 사설을 통해 북핵 문제 해결에 한국이 주도적으로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점을 부각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한겨레는 “‘한국 역할론’을 강조한 건 오히려 늦은 감 마저 든다. 문 대통령 말대로, 한국이 더 적극적이고 주도적으로 대북 관계를 풀어나갈 때 남북 관계도 훨씬 평화로웠고 미국과 북한 관계도 상대적으로 좋았다. 국익 차원에서나 정책의 효율성 차원에서나 바람직한 방향”이라고 전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꺼낸 대북 문제 해법에 대해 주요 조간들은 모두 미국에서 쉽게 받아들이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았다. 미국이 ‘웜비어 사망’이라는 악재를 맞고 있는 상황에서 대북 대화를 이끌겠다는 구상을 받아들이기가 쉽지 않으며, 특히 사드 배치와 개성공단 재개에 대한 한국 정부의 태도에 동의하지 못하고 있는 모습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 해법으로 많은 조간들이 이상론에서 벗어나고 미국과의 신뢰회복부터 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중앙일보는 사설에서 “이번 회담으로 산적한 과제를 한꺼번에 해결하고 이견을 해소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 정상회담에서 가장 주력할 점은 두 정상 간 활발한 소통으로 상호 신뢰를 두텁게 쌓고 정책 공감대를 늘려가는 일”이라고 전했다.

한국일보도 사설에서 “남북 정상회담이나 개성공단 재가동은 이상적 목표일 수는 있지만 아직은 그런 얘기를 할 때가 아니”라며 “우선은 미국을 어떻게 설득할 것인지, 한미 공조와 우리의 독자적 대북 접근 자세를 어떻게 조율할지에 집중해야 한다”고 짚었다.

국회 재가동, 추경은 난항 예상

강경화 외교부 장관 임명 강행 이후 냉각기를 가졌던 국회가 21일부터 일부 정상화되는 모습이다. 여야는 21일 인사청문회 일정을 재개하고 정부조직법 개정안 심의에 들어가는 쪽으로 의견을 모았다.

지난 18일 강경화 장관 강행으로 자유한국당과 국민의당, 바른정당 등 야3당이 상임위 일정을 거부하면서 후보로 임명된 김상곤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송영무 국방부 장관, 조대엽 고용노동부 장관, 김은경 환경부 장관, 한승희 국세청장 후보자 등의 인사청문회 일정이 모두 확정되지 않은 상태로 놓여있었다. 여야는 인사청문회 일정을 재개하고 곧 정부조직법 개정안 심의에 들어가는 쪽으로 의견을 모았다.

특히 21일에는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의 인사청문 경과보고서도 채택됐다. 이는 캐스팅보트를 쥔 국민의당이 국회정상화 쪽으로 방향을 틀면서 두 당 의원들과 김현아 자유한국당 의원만 참석한 가운데 가결됐다.

그러나 추경안 심의에서는 자유한국당이 크게 반발하고 나서고 있어 난항이 예상된다. 정우택 원내대표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야3당 정책위의장이 이번 추경은 법적 요건이 되지 않는다고 했다. 또 그만둘 장관들에게 추경 심의 질의를 하는 게 무슨 의미가 있겠냐. 새 장관이 다 임명되고 추경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반면 일자리 추경에는 부정적인 입장이었던 국민의당의 기류는 다소 전환된 모습이다. 김동철 국민의당 원내대표는 “일자리 문제의 절박성을 국민의당도 똑같이 느낀다. (국민의당이) 괜찮은 추경 대안을 만들고 있다. (추경안) 심사는 조속히 개시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일단 인사청문회 일정은 이어질 것으로 보이나, 다음달 임시국회에서 여야가 국회 운영위를 열어 청와대 현안 보고를 받기로 하면서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의 출석을 요구하는 야당의 공세가 거세지면서 다시 정국이 얼어붙을 가능성도 있다.

▲ 한국일보 4면 기사 갈무리.
▲ 한국일보 4면 기사 갈무리.
김동철 원내대표는 “청와대 인사검증의 책임있는 분들을 운영위에 출석시켜 따져봐야겠다”며 “인사 파행 때문에 운영위를 여는 건데(조 수석 출석 문제는) 상식선에서 판단하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일보의 보도에 따르면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이 국회 운영위원회에 출석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인다. 한국일보는 “더불어민주당은 7월 임시국회에서 청와대 업무보고를 받는 형식으로 조 수석의 출석 요구를 사실상 수용한 것으로 알려졌다”고 보도했다. 다만 “야당들은 조 수석 출석을 여야 원내대표 합의문에 명기하자고 주장헀으나 민주당이 이에 대해서는 반대한 것으로 전해졌다”고 덧붙였다.

‘노동계’에 손 내민 문 대통령?

문재인 대통령은 21일 일자리위원회 첫 회의를 주재하면서 양대 노총 등 노동계를 향해 국정운영 파트너로 삼겠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청와대에서 열린 일자리위 1차 회의에서 “노동계는 지난 두 정부에서 아주 철저히 배제·소외됐고, 국정의 주요 파트너로 인정되지 않았다”며 “그러나 문재인 정부는 다르다. 경영계와 마찬가지로 국정의 주요 파트너로 인정하고 대접할 것”이라고 말했다.

▲ 경향신문 6면 기사 갈무리.
▲ 경향신문 6면 기사 갈무리.
노무현 정부 첫 해부터 화물연대 파업과 철도파업, 교육행정정보시스템 도입을 둘러싼 전교조와의 갈등에 골머리를 앓았던 것을 염두에 둔 발언으로 풀이된다. 문 대통령은 “노동과 직접 관련 있는 정부위원회는 물론 간접적인 관련이 있거나 각계의 다양한 의견이 필요한 정부위원회의 경우에 (한국노총과 민주노총) 양대 노총 대표를 위원으로 모시도록 할 것”이라고도 말했다.

이날 회의에는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등 당연직 위원 14명, 이용섭 일자리위원회 부위원장과 노사단체 대표 등 위촉직 14명이 참석했다. 노동계 대표로는 최종진 민주노총위원장 직무대행, 김주영 한국노총위원장이 참석했으며 재계 대표로는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박병원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 등이 함께했다.

다만 문 대통령은 “1년 정도는 좀 시간을 주면서 지켜봐 주셨으면 좋겠다”며 노동계에 속도 조절을 요청하기도 했다. 또한 재계를 향해서도 “좋은 일자리를 많이 만드는 데 역할을 해주신다면 언제든지 업어드리겠다”고 말했다.

검찰, 박근혜-정유라 수차례 직접 통화 확인

검찰의 최순실씨의 딸 정유라씨에 대한 수사 과정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의 검찰 진술이 사실과 다른 부분이 드러났다. 박 전 대통령은 검찰 조사에서 “정씨를 아주 어렸을 때 본 뒤로 접촉한 적이 없다”는 취지로 진술했는데 이와 달리 정씨와 몇 차례 직접 통화한 사실이 확인된 것이다.

경향신문 보도에서, 21일 사정당국에 따르면 박 전 대통령이 검찰 특별수사본부 조사에서 “정유라는 아주 어렸을 때 만나보고 그 이후 본 사실도 없다”며 “다만 승마선수라는 사실 정도는 알고 있었다”고 진술했다. 그러나 검찰의 수사 결과 정씨는 어머니 최씨 전화로 박 전 대통령과 수차례 통화했다.

이에 대해 정씨 변호인인 이경재 변호사는 “정씨가 박 전 대통령과 통화한 것은 대통령 취임 전인 2012년 또는 2013년이라고 한다”며 “어머니(최순실씨)가 인사하라고 해 크리스마스와 신년에 인사를 한 것”이라고 밝혔다. 정유라씨는 두 차례에 걸쳐 구속영장이 기각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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