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텔라 데이지호 가족들이 실종 선원 생존의 희망을 안고 있는 구명벌에 대한 제대로 된 집중수색을 정부에 요구하고 나섰다. 구명벌이 위치할 가능성이 있는 수색해역의 범위를 정부가 예산을 이유로 가족 동의없이 축소하고 나섰다는 주장도 내놓았다.

스텔라 데이지호 선원 가족들은 21일 오후 서울 중구 4.16연대 대회의실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정부가 가족 동의없이 수색 해역의 범위를 축소했다”고 밝혔다.

실종선원 가족들에 따르면 한국해양과학기술원의 분석에 따라 선원의 표류 가능성이 있다고 설정된 수색 구역은 스텔라 데이지호가 침몰한 남태평양 해역 내의 가로 300km, 세로 220km 정도의 해상이다. 대략 세 척의 배를 활용해 약 22일에 걸쳐 수색할 수 있는 정도의 너비다.

그러나 정부는 여기에 한 척 만을 투입하겠다고 밝혔고, 가족들에 따르면 그마저도 지난 20일 열린 제1차 새정부 합동브리핑에서 수색 구역을 정부가 가족들 합의 없이 가로 222km, 세로 130km 정도의 구역으로 절반 가까이 축소하겠다고 밝혔다.

▲ 스텔라 데이지호 선원 가족들이 집중수색 재개에 대한 기자간담회를 열고 있다. 왼쪽부터 배서영 4.16연대 사무처장, 박래군 세월호 참사 국민대책회의 공동위원장, 스텔라 데이지호 2등 항해사 허재용씨의 누나인 허경주씨, 허영주씨. 사진=차현아 기자.
▲ 스텔라 데이지호 선원 가족들이 집중수색 재개에 대한 기자간담회를 열고 있다. 왼쪽부터 배서영 4.16연대 사무처장, 박래군 세월호 참사 국민대책회의 공동위원장, 스텔라 데이지호 2등 항해사 허재용씨의 누나인 허경주씨, 허영주씨. 사진=차현아 기자.
현재 실종 해역 인근은 스텔라 데이지호의 선사인 폴라리스 쉬핑이 투입한 선박이 지난 16일에 도착해 집중 수색을 벌이고 있다. 실종자 가족들은 현재 이 선박이 벌이고 있는 수색작업이 스텔라 데이지호 침몰 이후 표류예측시스템 분석결과에 따라 구명정이 있을 가능성이 있는 해역을 수색한 최초의 작업이라고 설명한다. 이 외에는 침몰 이후부터 제대로 해류 분석을 통해 구명정이 표류했을 가능성을 염두에 뒀던 수색은 사실상 없었다는 게 가족들의 설명이다.

문재인 대통령 당선이 확정되던 날인 5월10일에는 지나가는 배가 한번 보고 지나가는 정도 수준의 ‘통항수색’으로 전환되면서 사실상 수색이 종료됐다. 그나마 정부가 바뀌면서 지난 16일부터 집중수색이 재개된 것이다. 현재 수색작업을 벌이고 있는 선박 이외에 오는 24일부터는 외교부가 계약한 수색선박도 한 척 투입돼 총 두 척이 집중 수색을 벌일 예정이다.

그러나 가족들은 수색 작업이 만료될 7월11일 이후에는 어떤 수색 계획도 잡혀있지 않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폴라리스 쉬핑이 투입한 선박은 7월5일까지만 수색을 진행할 예정이므로 7월5일부터 11일까지는 외교부가 투입한 수색선박 하나로만 집중수색 작업이 진행된다. 하지만 7월11일 이후에는 수색 일정이 잡혀있지 않은 상태다.

실종선원 가족 허영주씨는 “긴급 수색 구조선을 넣다보니 정부에서는 예산에 한계가 있다고 설명을 했다”고 말했다.

이어 “계약 일수를 고려하면 오고 가는 시간까지 합쳐 7월11일에 배가 수색하는 현장을 떠나야 계약기간을 맞출 수 있다고 했다”며 “수색해야 하는 구역에 맞춰서 계약기간을 설정해야 하는데 투입 예산에 맞춰서 계약기간을 역산한 것이고, (한국해양과학기술원이 구명정 표류 가능성이 있다고 지정한) 수색구역의 수색을 다 할 수 없는 상태가 되다보니 수색 구역을 좁힌 것”이라고 비판했다.

또한 가족들은 해수부 등 정부 당국의 미온적인 태도 때문에 성과 없이 수색이 종료될 것을 우려하고 있다.

허영주씨는 “정부 계약 선박이 사고 해역을 향해 가고 있기 때문에 집중수색을 재개한 것은 맞다는 입장인데, 사실 대대적으로 집중수색을 재개한 것은 없다”며 “사고 해역을 일주일에 한 척 정도씩 사건을 일으킨 폴라리스 쉬핑 소속 배가 지나가고 있는데 수색에 투입되지 않고 그냥 지나간다. 이런 상태에서 정부가 계약한 구조선박으로 20일 남짓 수색하고 덮어버리고 집중 수색이 재개됐다고 할 수 있는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허경주씨도 “지금 수색 중인 선박도 제대로 하고 있는지 파악이 안된다. 정부에 가족이 수색선박에 타서 조금이라도 도울 수 있는 것을 돕겠다고 했지만 거절당했고, 수색현장 동영상, 사진 등이라도 보여달라고 했는데 수색 선박의 선원들에게 신뢰를 보이지 않는다는 인상을 주면 불편할 수 있어서 부정적이라는 얘기만 들었다”고 말했다.

이어 “생존 전문가들에 의하면 100일까지는 생존 가능성이 있다고 말한다. 골든타임이 20일 전후밖에 남지 않았다. 해류의 흐름을 과학적으로 예측하고 구명정 위치를 파악해 최대한 제대로 수색해주길 바라는 게 가족들의 입장”이라고 전했다.

이날 기자간담회에 함께 한 박래군 세월호 참사 국민대책회의 공동위원장도 “오늘 83일째인데 지금까지 가족들이 신뢰할 수 있는 집중 수색이 한 번도 진행되지 않았다”며 “가족들은 진짜 마지막으로 집중수색을 통해 구명벌의 존재를 확인하고 싶은 것이다. 그 전까지는 선사가 요구하는대로 끝낼 수 없다는 소망”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이날 가족들은 ‘제2의 스텔라 데이지호’, ‘제3의 세월호’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내놓았다. 가족들에 따르면 스텔라 데이지호의 경우 노후한 단일선체 유조선을 개조해 만든 화물선인데, 이런 선박이 국내에 28척이 더 있으며 그 중 폴라리스 쉬핑의 배가 18척이라는 것이다.

허영주씨는 “노후한 개조 선박에 대해 안전성을 굉장히 의심할 수 밖에 없다. 청와대에 여러 차례 유사한 배를 운항 금지 조치하고 도크에 올려 정밀검사해야 한다고 계속 건의하기도 했다. 현재 전혀 정밀검사가 이뤄지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고 대처도 매우 미온적”이라고 말했다.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