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만에 강원도 인제 지역에서 발견된 소형 무인기에 대해 국방부가 ‘북한산’ 무인기로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 무인기에 사용된 부품은 일본산과 캐나다산, 체코산 뿐 아니라 한국산도 들어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문상균 국방부 대변인은 21일 국방부에서 열린 ‘소형무인기 조사결과 브리핑’에서 “지난 6월 9일 인제지역에서 발견된 소형무인기에 대해 중앙합동정보조사팀과 국방과학연구소에서 발견 당일부터 지금까지 과학적 조사를 진행한 결과 비행경로 등을 분석해 북한의 소형무인기로 확인했다”고 발표했다.

문 대변인은 북한 무인기라고 판단한 근거에 대해 “비행경로 분석 결과, 발진지점과 계획된 복귀지점이 모두 북한지역이며 비행일자와 경로는 지난달(5월) 2일에 북한 강원도 금강군 일대에서 발진하여 군사분계선 상공을 통과했고, 사드체계가 배치된 성주기지에서 회항한 후 강원도 인제군 남면의 추락지점에서 중단됐다”고 설명했다. 총 비행시간은 5시간30여 분이었으며, 비행기록은 소형무인기에서 확인된 사진촬영 경로와 일치했다고 문 대변인은 밝혔다.

그는 이 소형무인기에 대해 “성주기지와 우리 전방지역의 군사 첩보를 수집하도록 계획되었고, 550여 장의 저장된 사진 중에서 비행경로의 근거가 되는 사진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김종성 국방과학연구소(ADD) 박사는 이 무인기의 제원과 특성에 대해 “주익(주날개)-동체-V자형 꼬리날개 형상으로 2014년도 백령도에서 발견된 무인기와 매우 유사항 형상”이라며 “백령도 무인기와 비교해 날개폭은 2.86m로 약 40cm 커졌고, 연료탱크 용량도 두배로 늘었다”고 주장했다.

▲ 국방부가 21일 강원도 인제에서 발견한 소형무인기 조사결과 북한산이라고 확인했다고 발표했다. 사진=국방부 이브리핑 영상 갈무리
▲ 국방부가 21일 강원도 인제에서 발견한 소형무인기 조사결과 북한산이라고 확인했다고 발표했다. 사진=국방부 이브리핑 영상 갈무리
무인기에 사용된 부품의 경우 카메라는 일본 소니사의 HR 모델로서 35mm 단초점렌즈가 장착돼 있으며, 비행조정컴퓨터는 캐나다 마이크로파일럿사 제품으로 백령도의 것과 동일하다고 김 박사는 전했다. 활주로 이착륙을 위한 랜딩기어가 있으며, 아래 오른쪽 사진과 같이 동체 후미에 낙하산도 들어있다고 있다고 김 박사는 설명했다.

엔진은 체코 로토모터사의 50V2 모델로 2개의 실린더가 마주보는 2기통의 50cc 가솔린 엔진이며, 플라스틱 재질의 이엽 프로펠러가 장착되어 있다. 연료탱크의 용량은 7.47ℓ로 측정됐다고 김 박사는 전했다.

특히 이 무인기엔 한국산 서보구동기(서보모터)가 들어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서보모터는 비행체 날개 뒤쪽 끝 부분을 제어하는 장치이다. 김종성 박사는 “서보구동기는 우리나라 하이테크RCD사 제품(HS-7955TG, HSR-5990TG 등)으로 6개가 장착돼 있다”고 밝혔다. 하이테크 서보모터는 이번 뿐 아니라 3년 전인 2014년 이른바 백령도 무인기에서도 발견된 부품이었다. 성능은 두배 이상 좋아졌는데, 해당 부품은 동일한 한국산 부품을 사용하고 있는 것이다.

또한 근거리 조정을 위한 RC수신기는 일본 포타바사 제품으로 백령기 무인기와 동일한 모델이라고 말했다. 사진촬영을 위한 카메라는 소니사의 HR모델로 F2.8 35mm 단초점렌즈가 장착돼 있다고 김 박사는 전했다.

김 박사는 “인제 무인기는 백령도 무인기에 비해 연료탱크 용량이 2배 이상 커지고 배터리 용량도 2배 정도로 확대됨에 따른 중량 증가로 날개폭을 약간 키우고 엔진 출력을 높여 외형은 유사하나 항속거리는 2배 정도 늘어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 국방부가 21일 발표한 소형무인기 부품 가운데 들어있는 한국산 서보구동기 사진=국방부 이브리핑 영상 갈무리
▲ 국방부가 21일 발표한 소형무인기 부품 가운데 들어있는 한국산 서보구동기
사진=국방부 이브리핑 영상 갈무리
▲ 국방부가 21일 발표한 소형무인기 부품가운데 들어있는 일본소니사의 카메라. 사진=국방부 이브리핑 영상 갈무리
▲ 국방부가 21일 발표한 소형무인기 부품가운데 들어있는 일본소니사의 카메라. 사진=국방부 이브리핑 영상 갈무리
무인기 안의 ‘비행조정컴퓨터’에 들어있는 비행기록에 대해 김 박사는 “비행계획에는 발진기지에서 성주기지 방향으로 직선으로 배치된 18개의 항로점이 있었으며, 발진지점에서 가장 멀리 있는 항로점 거리는 266km였다”며 “추출된 비행기록은 무인기 위치, 속도, 고도 등 52개 항목을 양 0.2초 간격으로 기록하고 있는데, 메모리 용량 제한으로 임무시작부터 1시간42분간까지만 저장돼 있다”고 설명했다.

비행조정컴퓨터 동작 후 0.8초 만에 GPS 신호가 정상 출력돼 무인기 출발위치를 알려주고 있으며, 9.2초에 무인기 비행속도가 증가하기 시작해 발사됐음을 알 수 있고 1010초(약 17분) 경과후 비행고도 해발 2.38㎞로 날아서 군사분계선(MDL)을 통과해 6117초(약 1시간 42분) 경과 후 끝나게 된다고 김 박사는 설명했다. 비행속도는 약 시속 90km로 대체로 일정하다가 4000초부터 6000초 사이에 다섯 지점에서 속도가 시속 60km이하로 떨어지는데 이는 엔진 비정상에 기인한 것이라고 그는 주장했다.

저장돼 있는 사진에 대해 김 박사는 모두 555매가 저장돼 있었고, 초기 4매만 흐릿한 사진인 반면 551매는 비행 중 촬영한 사진이었다고 말했다. 카메라 시간을 기준으로 5분6초에는 지상사진 4장 중 마지막 네 번째 장이 촬영됐으며, 3시19분에는 비행 중 첫 사진이, 3시22분에는 남향 비행 중 성주기지가 처음으로 촬영됐고, 회항한 무인기가 북으로 향하면서 3시27분경 다시 성주기지를 촬영했다고 김 박사는 전했다. 5시46분에는 수풀이 가까이 보이는 추락 직전에 마지막 사진을 촬영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촬영일시와 관련해 카메라의 일시정보가 초기화된 상태여서 절대시간을 알 수 없었다는 게 김 박사의 설명이다. 따라서 피사체의 위치와 그림자로부터 파악된 태양의 방위각이나 고각 정보를 이용하여 촬영일자 및 시간을 추정했다고 한다.

김 박사는 결론적으로 인제 무인기는 북한 강원도 금강군에서 발진하여 동일 지점으로 복귀할 계획이었으며, 2017년 5월2일 오전 10시경 발진지점에서 출발해 15시30분경 복귀지점에서 약 42㎞ 떨어진 인제군 남면 관대리 야산에 추락했다고 주장했다. 비행중지 원인은 엔진 비정상으로 인한 속도저하 및 연료소모로 추정했다고 덧붙였다.

▲ 국방부가 21일 발표한 소형무인기 조사결과 가운데 비행기록에 들어있는 항로점. 사진=국방부 이브리핑 영상 갈무리
▲ 국방부가 21일 발표한 소형무인기 조사결과 가운데 비행기록에 들어있는 항로점. 사진=국방부 이브리핑 영상 갈무리
이 같은 발표를 두고 이 무인기가 실제 500km를 주행할 수 있는지, 카메라가 제작된 시리얼넘버는 왜 공개하지 않았는지, 왜 한국산 부품이 계속해서 사용됐는지, 정밀하지도 않은 이런 수준의 사진이 정보적 가치가 있는지 등에 대해서는 의문으로 남아 있다.

이번에도 이른바 ‘북한 무인기’에 자사 부품이 들어간 것으로 발표된 것에 대해 해당 업체는 북한쪽에 직접 납품한 적은 없다고 설명했다.

하이테크RCD사의 영업담당 관계자는 21일 미디어오늘과 전화통화에서 이날 군에서 발표한 서보구동기(서보모터) 모델이 자사 제품인 것은 맞다고 확인했다. 그는 “이 제품의 생산은 필리핀 공장에서 하고, 전 세계에 1년에 수백만개를 판매하기 때문에 북한이 어떻게 구매했는지는 알 수 없다”며 “미국과 일본, 중국에도 판매법인이 있다. 아마도 중국에서 판매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가 공급한 게 아니다”라며 “우리가 제작한 것이 군용품은 아니지만, 군에서 이미 많이 쓰고 있다. (다른 나라 뿐 아니라) 우리 군에서도 쓰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 국방부가 21일 강원도 인제에서 발견한 소형무인기에 들어있는 성주지역 사진. 사진=국방부 이브리핑 영상 갈무리
▲ 국방부가 21일 강원도 인제에서 발견한 소형무인기에 들어있는 성주지역 사진. 사진=국방부 이브리핑 영상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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