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믿음으로 서서 소망을 키우고 사랑을 나누는 기업.’

신소재 부품을 개발‧생산하는 아모텍 그룹의 경영이념이다. A씨도 아모텍 그룹에 지원했을 때 경영이념처럼 건실한 중견기업 일원이 될 수 있다는 희망을 가졌다. 하지만 얼마 되지 않아 그의 희망은 꺾이고 말았다.

잡 컨설턴트는 아모텍 그룹을 ‘기독교 계열의 회사이므로 기독교 종교를 가지신 분들에게 좋은 회사입니다’라고 소개했지만 실상은 달랐다.

아모텍 그룹 직원들에 따르면 아모텍 그룹 김병규 대표이사가 주관하는 예배 모임에 근무 중 ‘의무적으로’ 참여해야 했고, 회사의 행사에서도 외부에서 초청한 목사의 설교를 들어야만 했다. 아모텍 그룹은 기독교 전도의 목적이 포함된 봉사활동도 인원을 할당해 강요하고 있다고 직원들은 주장했다. 한 기업의 대표가 믿는 종교가 유무형의 압박을 통해 직원들이 믿어야만 하는 대상이 돼버렸다는 게 아모텍 직원들의 증언이다.

A씨는 김병규 대표이사와 면접자가 참여하는 최종면접 때부터 종교 강요의 압박을 느꼈다. A씨 증언에 따르면 김 대표이사는 30분 정도 면접자들의 신상과 관련해 질문을 한 뒤 2시간이 넘는 동안 전도를 했다. 아모텍 그룹 내부에선 최종면접을 ‘전도시간’이라고 부른다. 최종면접을 하기 전에 인사팀은 ‘회장님은 최종면접을 전도시간이라고 생각한다. 웃으면 안 된다’고 언질을 줬다.

증언에 따르면 최종면접에서 전도라기보다 특정 종교의 강요로 볼 수 있는 질문들이 쏟아졌다.

‘영혼이 있다고 믿는 사람이 있느냐? 악령들은 하늘에 올라갔다가 내려온 무당이다. 그런 걸 믿으면 안된다’

‘우리가 만난 것도 하느님의 뜻이다’

‘우리 회사는 하느님을 위하고 기쁘게 할 사람을 뽑는다’

잡 컨설턴트 면접 후기에 올라온 글도 아모텍 직원들의 증언과 비슷하다.

‘하느님의 나라를 만들 자신이 있나’

‘기독교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신실하게 신앙생활을 하는가’

최종면접을 마칠 때 쯤 김 대표이사는 기도를 하고 면접자들은 김 대표가 강독하는 기도문 중 일부를 소리내서 따라 읽는다고 한다.

최종 면접에 합격한 직원들이 인사팀으로부터 처음 들었던 말도 특정 종교와 관련돼 있다.

A씨는 인사팀으로부터 기독교를 믿는 신앙인 모임인 ‘신우회’를 소개받고 신입직원들은 수개월 동안 모임의 행사에 ‘의무적으로’ 참석해야 한다는 얘기를 들었다.

기독교를 믿는 신앙인의 모임이라는 신우회의 행사 풍경은 여타 다른 회사 내부에서 볼 수 있는 모습하고는 차원이 달랐다. 참석자들에 따르면 신우회 모임 행사는 김 대표이사의 찬송 기타 연주 소리가 흘러나오는 것으로 시작된다.

김 대표이사의 기타 연주로 시작해 신우회 모임 행사는 사회 이슈를 포함한 설교 내용으로 채워진다. 행사 마지막에는 직원들이 성경의 한구절씩을 돌아가면서 읽는다. 사실상 직장에서 근무 시간 중 종교 행사가 벌어지는 것이다. A씨의 경우 6개월 동안 일주일에 2시간씩 김 대표이사의 설교를 들어야만 했다.

김 대표이사는 일주일 단위로 각 사업장을 돌며 신우회 모임 행사를 직접 주관한다. 김 대표는 ‘꼬마애들은 신우회에 들어와야 한다’며 신입 직원들의 모임 참석을 강요하는 발언을 하기도 했다고 직원들은 전했다.

직원들이 어쩔 수 없이 신우회 모임 행사에 참석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행사가 끝나고 김 대표이사가 직접 실무자들의 결제까지 받기 때문이다. 신우회 모임 행사가 끝나고 직원들이 하는 일은 문서를 들고 줄을 서는 것이다. 김 대표이사는 결제를 받으러 온 직원들에게 신우회 참석을 강조한다고 한다. “평상시 나는(김병규 대표이사)는 신우회 참석 여부로 성실한 사람인지를 판단한다고 공개석상에서 말을 했다”는 증언도 나왔다.

▲ 아모텍 그룹 홈페이지 화면.
▲ 아모텍 그룹 홈페이지 화면.

아모텍 그룹은 한해 상반기와 하반기로 나눠 ‘찬양예배제’라는 이름으로 대규모 행사를 개최한다. 회사 행사라고 하지만 외부에서 초청된 목사들이 설교를 하고 아침 9시부터 오후 5시까지 꼬박 원하지 않은 설교를 들어야만 하는 강요된 종교행사라는 것이 직원들의 증언이다.

아모텍 그룹은 지난해 7월 개최된 상반기 찬양예배제 모임에 ‘주임 대리급’ 이상 직원들은 의무적으로 참석해야 한다고 공지했다. 직원들 사이에서는 찬양예배제에 참석할 때 휴대폰 배터리 여분을 챙기는 걸 잊지 말라는 우스갯소리를 한다고 한다.

심지어 아모텍은 김 대표이사의 지시라며 전도 목적이 있는 봉사활동 모임의 직원 명단을 사업장별로 할당해 올리라고 공지했다. 봉사활동 모임의 이름은 ‘12제자’다.

미디어오늘이 입수한 아모텍 본사의 총무팀 이메일 내용에 따르면 총무팀은 “예배 준비 관련, 회장님 지시 사항 전달 드립니다”라며 각 사업장별로 △열두 제자 명단(사업장/부서/직급 이름 순으로 결정) △각 사업장 별 후원기관 활동내용, 사진 자료 회신 및 앞으로 계획 △각 사업장 12제자의 각오 및 인터뷰 등을 본사에 올리라고 지시했다.

메일을 받은 사업장은 “봉사활동을 담당할 직원들을 찾고 있다”며 직원들에게 메일을 보내 ‘12제자’ 명단을 작성했다.

직원들은 “12제자 활동은 말이 봉사활동이지 탈북민과 고아원 등 후원기관을 찾아 전도를 하는 것”이라며 “한번은 탈북민 아이들이 예배를 거부했는데 기어코 예배 참석을 강요해 품행이 성실해졌다라는 말까지 했다”고 전했다. ‘12제자’ 명단에 오른 직원들은 울며겨자먹기식으로 김 대표이사와 함께 주로 휴일 후원기관을 찾아 전도를 하고 있다.

‘12제자’ 명단에 들어가지 않기 위해 직원들은 ‘사다리타기’를 하고 벌칙에 걸린 사람이 명단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며 한 직원은 허탈하게 웃었다.

한 직원은 “청년 실업률이 높아서 중견기업에 취직돼 감사하게 생각해서 처음에 참았지만 월급을 받는다고 직장인의 종교의 자유까지 뺏고 강요하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 종교의 자유도 보장 안하는 조그마한 왕국 같다”고 꼬집었다.

아모텍 그룹은 종교를 강요하고 있다는 직원들의 증언에 대해 강요가 아닌 권유였다는 입장을 밝혔다.

아래는 인사팀 직원의 해명 내용이다.

- 그룹 내부에서 종교를 강요하고 있다는 증언이 나오고 있다. 김병규 대표의 특정 종교에 대한 믿음을 강요하고 있다는 내용으로 신우회라는 모임도 의무적으로 참석하라는 증언이 있다.

“김 대표이사가 독실한 크리스천이긴 하다. 직원분 중 기독교 신앙을 가지고 계신 분들도 있다. 면접을 보는 과정에서 일종의 전도를 하고 있지만 강요가 아닌 권유다. 전도 목적이 있을 뿐인데 그것을 받아들이고 안 받아들이는 것은 본인의 자유다.”

- 최종면접 시간이 전도시간이라고 불리우며 권유가 아니라 기독교를 강제하는 질문들이 나왔다고 증언한다.

“그 자리에 있었던 것이 아니어서 확인을 할 수가 없다.”

- 아모텍 그룹이 일 년에 두번 치르는 행사 역시 종교 행사이고 의무적으로 참석해야 한다고 하던데?

“상반기에는 과장급 이상, 차반기에는 차장급 이상의 포상이 있다. 회사 행사의 일환이다. 회사의 비전과 사업을 설명하고 공로자에 대해서 시상을 하는 시간이 있다.”

- 목사는 왜 초청하는 것인가, 사실상 종교 행사라는 지적인데.

“관점에 따라 달리 볼 수 있다. 회사 행사를 겸해서 하고 있고 회사의 비전을 공유하고 포상하기 때문에 일방적으로 종교행사라고 하기는 곤란하다.”

- 12제자라는 이름으로 봉사활동을 하고 있다고 하는데 문제는 김 대표의 지시라며 직원들 참여 명단을 할당했다는 점이다. 강요 아닌가?

“아모텍이 후원하는 기관이 없다. 후원기관을 도와주는 정례적인 모임이 있다. 사랑나눔활동이라고 하는데 하고 싶은 사람을 위주로 해서 꾸준하게 하고자 하는 목적에서 원래 봉사활동을 하고 계신 분들을 대상으로 명단을 지정한 것이다. 명단을 올리라고 지시한 게 먼저가 아니라 봉사활동을 하고 싶은 직원들이 있었던 것이다.

- 그럼 종교 강요 행위는 전혀 없었던 것인가. 

“특정한 직원의 개인 불만이 있을 수 있는데 들어본 적이 없다. 어느 사업장에서 심리적 압박감을 느꼈는지는 모르겠다. 김 대표의 권유인데 표현하는 과정에서 조금 강하게 나가실 수 있다. 진정성 있는 차원에서 그렇게 한 것이다.”

아래는 아모텍 그룹 직원의 증언이다.

- 의무적으로 신우회에 참석해야 한다는 말은 어디서 들은 것인가?

“입사 했을 때 인사팀에 인사를 드릴 때 3개월 참석을 해야 한다고 했다. 참석 기간을 정했다는 것 자체가 강요다.”

- 최종면접 시간에도 면접을 마치고 전도를 한 것뿐이라고 한다. 

“왜 회사가 면접을 해야지 전도시간을 갖나. 그런 자리를 빌려 설교를 하는 게 문제이지 않나.”

- 12제자 봉사활동도 원래 봉사활동을 하던 직원들이 있어서 그 사람들을 대상으로 명단을 짠 것이라고 하는데. 

“그럼 직원들이 왜 명단에 들어가기 싫어서 사다리타기를 하나. 명단을 보면 원래 봉사활동을 하지 않았던 직원도 포함돼 있다.”

1994년 설립된 아모텍 그룹은 휴대폰용 정전기 방지부품 분야의 세계 1위를 달리고 있다. 개발 및 제조 분야 직원은 1000명이 넘는다.

김병규 대표는 한 언론과 인터뷰에서 “회사가 잘 된 건 제가 잘 나서라기보다 다 쓰일 데가 있어서 하나님께서 주신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종교사업 뿐 아니라, 불우이웃돕기나 가출청소년 쉼터 등 여러 가지 일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또다른 언론 인터뷰에서 “아모텍의 재산은 사람이다. 실력도 실력이지만 성실하고 의리있는 사람을 뽑으려고 노력한다. 제가 사람 보는 눈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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