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행정처가 안경환 전 법무부 장관 후보자의 혼인무효소송 결정문을 자유한국당 의원들에게 탈법 제출했다고 주장한 노회찬 정의당 원내대표는 한국당과 언론의 ‘공모’ 가능성도 제기했다.

노 대표는 21일 cpbc 가톨릭평화방송 라디오 ‘열린세상 오늘! 김성덕입니다’와의 인터뷰에서 “언론이 의원실에 요청하고 의원실은 시스템에 접속하기 전에 이미 법원행정처에 ‘(자료요청을) 할 것이니까 준비를 해라’고 해서 진행됐을 가능성도 있느냐”는 질문에 “충분히 추론과 합리적 의심이 가능한 대목”이라고 말했다.

앞서 지난 20일 노 대표는 국회 기자회견을 통해 “법원행정처가 안경환 전 후보자와 혼인무효소송 상대방 여성의 개인정보가 그대로 노출된 결정문을 단 8분 만에 자유한국당 의원들에게 ‘탈법 제출’했음이 드러났다”고 주장했다. [관련기사 : 안경환 혼인무효 ‘실명’ 판결문 권성동 의원도 받았다]

노 대표가 법원행정처로부터 확인한 바에 따르면 지난 15일 국회 의정자료시스템을 통해 결정문을 요청해 비실명화 처리가 안 된 결정문 사본을 받은 자유한국당 의원은 주광덕 의원 외에도 한 명이 더 있었다. 미디어오늘 취재 결과 해당 의원은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위원장인 권성동 의원이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두 의원 모두 언론사에 ‘실명’ 결정문을 제공하지 않았다고 해명했지만, 노 대표는 이날 방송에서 “아무도 언론에 준 바가 없다는 말이 사실이면 언론은 어디선가 입수를 해서 보도를 하고 법원행정처는 두 의원 외에는 준 바가 없다고 하고, 뭔가 해명이 안 되는 부분이 분명히 있다”고 지적했다.

▲ 노회찬 원내대표가 지난 20일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법원행정처가 자유한국당 의원에게 안경환 전 법무부 장관 후보자 실명 판결문을 단 8분 만에 제공했다”고 밝혔다. 사진=정의당
노회찬 원내대표가 지난 20일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법원행정처가 자유한국당 의원에게 안경환 전 법무부 장관 후보자 실명 판결문을 단 8분 만에 제공했다”고 밝혔다. 사진=정의당
아울러 노 대표는 법원행정처가 안경환 전 후보자의 가사소송 결정문 유출 논란이 벌어지고도 며칠 동안 ‘자유한국당 의원들에게 원본이 아니라 비실명 처리된 것을 줬다’는 등 거짓말을 하고 숨긴 점에도 강한 의문을 제기했다.

노 대표는 “그 당시 실수든 뭐든 간에 ‘급해서 우선 줬고 나중에 또 가린 것을 줬다’ 그런 얘기를 안 하고 며칠 동안 뭉개고 있었던 것”이라며 “자기들이 떳떳하게 줄 수 있는 것을 관례에 따라 준 것이라면 왜 원본을 준 사실을 계속 숨기고, 내가 수사를 의뢰하겠다고 하니까 비로소 실토했다”고 꼬집었다.

법원행정처는 안 전 후보자의 결정문을 국회에 제출한 절차에 대해서도 조금씩 다른 해명을 해 논란을 자초했다.

지난 16일 오마이뉴스 보도에 따르면 법원행정처는 “1976년 판결이라 전산화한 것은 없어 결정문 원본을 찾은 뒤 스캔해서 개인정보를 가린 뒤 요청 당일 주광덕 의원실에 제출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후 주 의원이 언론과 인터뷰에서 ‘청구인의 개인정보가 기재된 판결문을 받았다’고 밝히면서 법원행정처의 해명도 달라졌다.

법원행정처 관계자는 20일 JTBC측에 의원실로부터 요청받은 결정문을 8분 만에 보낸 것에 대해서 “해당 의원실에서 긴급히 요청해 실명 결정문을 찾자마자 보냈고, 이후 비실명 처리해서 보냈다”며 “1976년 사건이지만 전산화 작업이 된 PDF 파일의 형태여서 검색을 통해 바로 파일을 찾을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노 대표는 “아무리 컴퓨터에 저장돼 있다고 하더라도 미리 준비하고 대기하고 있는 상황이 아니고야 사람 여섯 명을 거쳐서 8분 만에 온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불가능하다”며 “원본을 그렇게 빠르게 준 이유가 뭐냐니까 급해서 그랬다는데 20분 뒤에 비실명 조치를 한 것을 줬다. 그럼 20분이면 제대로 줄 수 있는데 법을 어겨가면서 급하게 처리한 배경은 뭐냐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노 대표는 이번 사안에 대해 일단 법원행정처 측에 왜 법을 어겨가면서 과거에 하지 않았던 파행적인 일 처리를 했는지 해명을 요구하고, 다른 원내정당들과 대응 방침을 논의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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