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시장에 주목해야 한다’고는 하는데 현지를 다녀와서 쓴 기사는 안 보였다. ‘왕홍’(중국의 인기 인터넷방송 진행자를 지칭하는 표현)이 8조~9조 규모라고 하는데, 그들이 ‘어떻게’ 1억씩, 2억씩 버는지 알기 힘들었다. 한 전문가는 행사에서 중국 트렌드를 말했는데, 1년 전 이야기였다. 현장은 시시각각 변하는데.”

김동훈 비즈니스워치 기자가 중국MCN 시장 취재를 결심한 이유다. 그는 3달 동안 취재해 다음 스토리펀딩 ‘중국 MCN커머스 전략보고서’를 연재했다. 김동훈 기자를 지난 19일 오후 서울 강남역 인근 카페에서 만났다.

그는 2010년 기자생활을 시작했다. IT분야를 취재하면서 메신저 앱 시장을 지켜보며 ‘태동기 산업’ 성장에 주목해왔다. 최근 관심을 갖고 주목한 분야가 MCN(Multi Channel Network, 다중채널네트워크)이다.

중국은 생방송 라이브가 활성화 돼 있고 동영상을 통해 상품 판매를 연동하는 ‘커머스’ 중심으로 발전하고 있다. 한국과 유사하지만 가장 차이가 큰 건 ‘규모’다. ‘알리바바’의 쇼핑 플랫폼 ‘타오바오’에서 광군제(미국의 블랙프라이데이와 같은 쇼핑시즌) 때 ‘왕홍’인 파피장의 방송에 150만 명의 시청자가 몰렸다. 이날 매출만 1700억 원에 달한다. 중국은 한국의 아프리카TV와 같은 플랫폼이 300개가 넘는다.

▲ '중국 MCN커머스 전략보고서' 스토리펀딩 화면.
▲ '중국 MCN커머스 전략보고서' 스토리펀딩 화면.

“중국은 인구가 워낙 많다. 아프리카TV 상위권 진행자의 동시접속자가 5000명 가량인데, 중국은 속칭 ‘어중이떠중이’들도 이 정도 규모가 된다. 독자도 많고 플랫폼 경쟁도 치열하니 플랫폼이 크리에이터에게 ‘월급’을 주기도 한다.”

김 기자는 ‘HSMCN’, ‘미식남녀’, ‘레페리’ 등 중국에 진출한 한국 업체들을 취재했다. 성공한 사업자들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김 기자는 “사업자마다 전략이 다르고 방향성이 다르지만, 철저한 현지화가 중요하다고 보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미식남녀’라는 음식 방송을 하는 회사는 본사를 중국으로 옮기다시피 했다. 직원 절반이 중국인이다. 한국 기업이 아닌 중국 현지 스타트업처럼 일하며 현지 네트워크를 형성하고, 시시각각 바뀌는 환경에 주목한다. ‘레페리’는 협업을 통해 현지 사업자 파트너사 확보 작업을 1~2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처럼 정성들여 현지화를 해야 한다. 한국 대기업의 중국사업이 왜 잘 안 될까. ‘올인’하지 않고 ‘간보기’를 하다 성과가 안나니 결국 철수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한국에는 거의 알려지지 않았지만 화교인 정홍량 대표가 운영하는 HSMCN은 현지에서 가장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중국의 대형 동영상 플랫폼인 ‘핑크인터랙티브’와 계약을 맺고 30여명에 달하는 한국 크리에이터들이 춤, 노래, 토크 등의 방송을 진행했다. 동시통역사가 함께 투입되면서 언어장벽을 뛰어넘었다. 중국어가 능통한 진행자들은 ‘타오바오’와 계약을 맺고 커머스 방송을 진행하고 있다.

▲ 김동훈 기자의 스토리펀딩 '중국 MCN커머스 전략 보고서'에 실린 크리에이터 구재희씨의 중국 인터넷방송 화면.
▲ 김동훈 기자의 스토리펀딩 '중국 MCN커머스 전략 보고서'에 실린 크리에이터 구재희씨의 중국 인터넷방송 화면.

“독특한 점은 직접 한국의 업체와 계약을 해 ‘중국향’으로 포장해 유통한다. 이 제품을 리포터, 쇼호스트 출신 등으로 구성된 HSMCN소속 크리에이터들이 판매한다. 유통부터 매니지먼트, 판매까지 이 회사가 전담해 수익을 내는 것이다.”

그가 취재할 당시 한국 사업자들은 돌연 ‘사드 한한령’에 가로막혔다. “커머스의 경우 온라인 광고 클릭이 구매전환으로 이어지는 구조인데 한국인이 나오는 배너광고를 막거나 노출량을 줄여 트래픽이 급감했다. ‘핑크인터랙티브’에서는 당시 한국인 방송이 모두 없어졌다. 어떤 크리에이터는 방송을 했는데 정산을 받지 못했다고도 한다.”

최근 분위기는 어떨까. “한한령이 공개적으로 일사분란하게 이뤄졌던 방식이 아니라 슬그머니 제재가 조금씩 들어왔던 건데, 같은 방식으로 다시 슬그머니 비즈니스가 이어지는 상황”이라고 김 기자는 설명했다. “사실 한한령 당시 중국 사업자들도 ‘언젠가 다시 재개할테니 기다려 달라’는 신호를 계속 보내면서 연락을 이어갔다고 한다.”

▲ 중국 취재 당시 김동훈 비즈니스워치 기자. (김동훈 기자 제공)
▲ 중국 취재 당시 김동훈 비즈니스워치 기자. (김동훈 기자 제공)

그는 한한령이 다소 과장된 측면도 있다고 본다. “피해가 있는 건 맞다. 그러나 폭발적 성장을 하다가 주춤했던 정도지 완전히 무너진 건 아니다. 특히, 중국의 젊은 세대는 정치적인 문제에 민감하게 반응하지 않는다. 우리가 청소년일 때 일본만화, 게임 좋아하는데 일본과 외교마찰이 생겼다고 갑자기 중단하지 않았던 것처럼 말이다.”

김 기자는 펀딩을 마치고 오프라인 ‘토크파티’를 직접 열기도 했다. “첫 직장 다닐 때 인터뷰했던 한 스타트업 대표는 사용자를 직접 만나 불만을 듣는다고 했다. 이후 그렇게 해 보니 피드백이 도움이 됐다. 토크파티로 피드백을 얻을 수 있었고, 새로운 사업자도 만나는 등 네트워크가 구축된다. 그러면 이들을 또 취재하게 되는 선순환이 이어진다. 물론, 회사의 전폭적인 지원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그는 “크리에이터들에게 많이 배웠다”는 점을 뜻밖의 수확으로 꼽았다. “크리에이터와 기자가 다르지 않다. 콘텐츠를 파는 일을 한다. 그들은 목표의식을 갖고 있고, 어떻게 하면 잘 팔 수 있을지 쉬지 않고 고민하며 소통한다. 취재원들은 중국어를 공부하고 이용자가 모르는 춤을 요청하면 연습을 해서 선보였다. 이번 펀딩 결과는 아쉬운데, 더 연구해서 다음에는 내 콘텐츠가 더 잘 팔리도록 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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