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정보가 포함된 안경환 전 법무부 장관 후보자의 혼인무효소송 판결문이 국회 인사청문회 전 언론을 통해 먼저 공개되면서 유출 경위에 대한 의문이 커지고 있다. 

20일 노회찬 정의당 원내대표는 “법원행정처가 안경환 전 후보자와 혼인무효소송 상대방 여성의 개인정보가 그대로 노출된 판결문을 단 8분 만에 자유한국당 의원들에게 ‘탈법 제출’했음이 드러났다”고 주장했다. 

당초 지난 16일 오전 기자회견을 통해 안 전 후보자 혼인무효소송 판결문을 공개한 주광덕 자유한국당 의원만이 비실명화 처리가 안 된 판결문 사본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날 노 대표가 법원행정처로부터 확인한 바에 따르면 15일 오후 국회 의정자료시스템을 통해 판결문을 요청한 의원은 주광덕 의원 외에도 한 명이 더 있었다. 미디어오늘 취재 결과 해당 의원은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위원장인 권성동 의원이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 지난 15일 자유한국당 의원들이 법원행정처로부터 안경환 전 법무부 장관 후보자 혼인무효소송 판결문을 받은 시각. 20일 노회찬 정의당 원내대표는 기자회견을 통해 이같은 내용을 공개했다.
▲ 지난 15일 자유한국당 의원들이 법원행정처로부터 안경환 전 법무부 장관 후보자 혼인무효소송 판결문을 받은 시각. 20일 노회찬 정의당 원내대표는 기자회견을 통해 이같은 내용을 공개했다.

노 대표가 법원행정처를 통해 확인한 내용 등을 종합하면 주광덕 의원과 권성동 의원은 각각 지난 15일 오후 5시33분, 5시35분에 국회 의정자료시스템을 통해 판결문을 요청했다. 

법원행정처는 이로부터 불과 8분이 지난 5시41분에 권 의원에게 판결문을 제출했는데 이 판결문은 안경환 전 후보자와 상대방 여성의 실명과 주소 등 개인정보를 지우지 않은 사본이었다. 

노 대표는 “의원실이 의정자료시스템을 통해 판결문을 요청하고 국회 담당 실무관이 이를 (법원행정처) 기획2심의관에게 전달, 기획제2심의관이 기획조정실장과 판결문 제출 여부를 상의한 뒤 그 결과를 다시 국회 담당 실무관에게 전달했다”며 “실무관이 국회 보좌관에게 개인정보가 그대로 노출된 판결문을 송부하기까지 아무리 길게 잡아도 단 8분밖에 걸리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게다가 법원행정처는 두 의원실에 개인정보가 노출된 판결문을 제출한 지 20여 분만에 비실명화된 판결문을 재차 업무메일을 통해 전달했다. 이후 다른 의원들이 법원행정처로부터 받은 판결문은 비실명 처리된 상태의 것이었다.

이에 대해 노 대표는 “(법원행정처가) 위법 소지에 대해 전혀 고민하지 않았거나 사전 합의가 있었던 것은 아닌지 의심할 수밖에 없는 대목”이라며 “(비실명화 판결문 재차 전달은) 일반인의 개인정보 노출이 문제가 될 수 있다는 것을 스스로 인지하고 문제를 은폐하기 위해 한 행동이었다고 보는 것이 합리적 추측”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노 대표는 “법원행정처가 두 의원에게 판결문을 제공한 지 3시간도 지나지 않은 오후 8시50분, 모 매체(이데일리)는 안경환 교수의 인적사항과 상대방 여성의 주소가 공개된 판결문을 보도했다”며 “언론 매체에 판결문이 흘러 들어간 경위에 대해서도 소상하게 진상 규명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지난 15일 TV조선 '뉴스 판' 리포트 갈무리.
▲ 지난 15일 TV조선 '뉴스 판' 리포트 갈무리.
15일 이데일리에 앞서 TV조선이 오후 7시39분에 안 전 후보자의 혼인무효소송 판결문을 단독 보도했는데, 만약 의원실을 통해 언론사로 판결문이 전달됐다면 2시간 만에 리포트가 만들어졌다는 얘기다. 

이에 대해 노 대표는 “어떻게 해서 당일 오후 8시 이전에 언론사에 보도가 됐는지, 언론사가 재연 동영상 등을 포함해서 보도할 때는 2~3시간은 걸리지 않겠나”라며 “오후 5시 반경에 원본 파일이 제출됐고 그 후 두 시간 만에 보도가 되는데 몇 시간 동안 준비했어야 할 화면들이 들어가 있는 등 여러 가지로 의문을 자아낸다”고 덧붙였다. 

한편 주광덕 의원은 지난 19일 tbs 라디오 ‘색다른 시선, 김종배입니다’와 인터뷰에서 “(TV조선에 판결문을 제공한 당사자는) 내가 전혀 아니다”며 “내가 그날(15일) 받아서 저녁에 준비해 그다음 날(16일) 아침 9시에 자유한국당 전체 일동으로 기자회견을 하기로 했는데 사전에 누가 이러한 판결의 내용을 유출한 것 같다”고 말했다. 

권성동 의원 측도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법원행정처에서 실명으로 된 판결문을 받은 것은 맞지만 언론사에 제공한 일은 없다”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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