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3당이 문재인 정부 인사난맥상을 성토하기 위해 국회 운영위원회를 개의했으나 더불어민주당 소속 의원들의 퇴장으로 파행을 맞았다. 민주당 소속 의원들은 운영위가 야3당에 의해 일방적으로 열렸으며 간사 선출도 되지 않고 간사 간 협의에 따라 운영위 개회가 되지 않은 절차적 문제가 있다며 반발 끝에 퇴장했다.

자유한국당과 바른정당, 국민의당 등 야3당은 20일 오후 2시 청와대를 대상으로 인사 검증 논란과 문정인 청와대 외교안보특보의 발언으로 불거진 외교안보 현안에 대한 입장을 들어야 한다며 국회 운영위원회를 소집했다.

더불어민주당 소속 의원들은 야3당의 운영위 소집 강행에 여야 간 합의를 거치지 않아 절차적 문제가 있다고 크게 반발하며 오후 3시 경 집단 퇴장했다.

운영위 개회 초반 민주당 의원들과 민경욱 자유한국당 의원 간 고성이 오가기도 했다. 민경욱 의원은 운영위 개회 이후 자유 발언을 통해 “문재인 정부의 불량인사와 관련해 인사 검증을 담당하는 조국, 조현옥, 임종석 비서실장 등은 반드시 출석해야 한다”며 “안보실장도 문정인 특보가 워싱턴 방문 전 문제가 된 발언을 이미 정의용 안보실장에게 말했음에도 별 다른 조처를 안해서 이런 문제가 발생했다. 반드시 출석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뒤늦게 운영위 회의장에 들어온 민주당 의원들이 발언을 이어가고 있던 민경욱 의원을 향해 “의사진행발언 하지말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민 의원도 “제가 의사진행 발언한 게 아니다. 늦게 와서 뭐하는 거냐. 발언하는 데 무슨 소리하는 거냐”며 고함쳤다. 한동안 민주당 의원들과 자유한국당 의원들 간 “가만히 있어라”, “반말하지 마라” 등 고성이 오가는 통에 회의가 마비됐다.

민주당 의원들은 국회 운영위원회의 여야 간사도 정해지지 않은 상태에서 의사진행발언을 포함한 운영 방식과 개회에 대한 합의가 전혀 없었기 때문에 의사진행발언을 제지했다고 주장했다.또한 운영위원회 위원장은 여당 의원이 맡아야 함에도 정우택 자유한국당 의원이 위원장을 계속 맡고 있는 것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 자유한국당 정우택 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가 20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당 원내대책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노컷뉴스
▲ 자유한국당 정우택 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가 20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당 원내대책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노컷뉴스
강훈식 민주당 의원은 “국회법 60조를 보면 위원장은 발언을 원하는 위원이 2인 이상일 경우에는 간사와 협의하여 15분 범위 안에서 각 위원의 첫 번째 발언 시간을 균등하게 정해야 한다고 나온다. 49조에 따라 위원장은 위원회의 의사 일정과 개회일시를 간사와 협의해서 정해야 한다. 이런 조건이 충족되지 않은 위원회를 여는게 맞느냐”고 말했다.

박홍근 민주당 의원도 “오늘 회의는 절차로 보면 없는 것”이라며 “여러 상임위 중 가장 합의 정신이 빛을 발해야 하는 곳이 운영위원회다. 그런데 20대 국회 들어와서 두 야당이 새롭게 원내대표가 선출됐음에도 이 자리와서 (여야 간) 상견례도 없었다. 간사 선출은 말할 것도 없다”고 비판했다. 이어 “일방적으로 두 야당이 요구한다고 해서 개의하고 안건을 잡으려고 하는 게 국민들의 입장에서나 같은 국회 성원으로서 이해할 수 있겠냐”고 지적했다.

박용진 민주당 의원은 “야당 운영위 위원님들께서 청와대에 대해 뭔가 문제를 제기하고 질의하고 싶다면 (여당과) 같이 해야 한다. 제대로 운영위가 구성도 안됐고 소위도 구성이 안됐는데 마이크 잡고 청와대 비판하고 대통령 비판하고 여당 욕한다고 되는 게 아니”라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김선동 자유한국당 의원은 “국회법에 따라 4분의1 이상의 요구에 따라 운영위가 열렸고 야3당이 참석해서 운영위 소집 필요성을 보여주고 있다”며 “인사참사와 검증 부실 난맥상을 저희들이 빨리 바로잡아야 한다는 그런 생각에서 경각심을 갖도록 해야 한다는 점에서 운영위를 열기로 마음 먹었다”고 말했다.

정태옥 자유한국당 의원도 “인사청문회의 여러 난맥상들, 특히 상당히 많은 분들이 인사의 다섯 가지 원칙과 기타 의혹을 받고 있는 사태”라며 “국회가 할 일은 청와대가 일을 잘 하는지, 지금 현재 입장은 어떤지, 왜 이런 무리한 상황이 일어났는지 제대로 검증은 안됐는지 조목조목 따지기 위해 운영위가 하루 속히 열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언주 국민의당 의원도 “문정인 특보 발언과 관련해서도 국민들의 걱정이 많다”며 “국익과 관련해 민감한 외교상황을 국내는 물론이고 양국 간 조율이 안된 상태로 공식적으로 밝히는 행위에 대해 국민의당은 심히 우려가 있다”며 “이런 문제를 따지는 것이 국회의 책무다. 여당에서는 빨리 운영위원회를 소집해 청와대의 현안보고를 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공방 끝에 민주당 의원들은 운영위를 일방적으로 하지 말고 교섭단체 대표가 간사를 추천하는 등 절차를 지켜달라며 퇴장했다.

이후 운영위는 문재인 정부의 인사 논란과 문정인 특보의 발언 논란 등 문제를 제기하는 의원들 자유발언이 이어졌다. 운영위 위원장을 맡은 정우택 자유한국당 의원은 퇴장한 민주당 의원들을 향해 “마치 작전을 짜고 들어와 혼란을 만들겠다는 의도가 처음부터 있었던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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