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장: 조석(마음의 소리)
부회장: 주호민 (신과 함께), 이종규 (전설의 주먹), 만취 (냄새를 보는 소녀)
웹툰작가들이 웹툰작가협회를 만들었다. 웹툰작가협회는 한국만화가협회(대표 윤태호 ‘미생’ 작가) 산하의 기구로, 지난 5월27일 총회를 갖고 설립돼 6월 중 공식인가를 기다리고 있다. 

‘개인사업자’처럼 여겨졌던 웹툰작가들이 ‘협회’를 만들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협회의 발기인이자 부회장을 맡고 있는 주호민 작가는 “현재 신인작가들이나 힘없는 작가들의 불공정 계약과 힘든 노동환경에 대해 경력 있는 작가들이 대신 따져주는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를 위해 대표성을 가진 조석 작가 등이 임원을 맡게 됐다고 설명했다. 미디어오늘은 웹툰협회 부회장을 맡고 있는 주호민 작가를 서면 인터뷰했다.

▲ 지난 5월27일 한국만화가협회 산하로 한국웹툰작가협회가 총회를 갖고 설립됐다. 사진=한국웹툰작가협회 페이스북.
▲ 지난 5월27일 한국만화가협회 산하로 한국웹툰작가협회가 총회를 갖고 설립됐다. 사진=한국웹툰작가협회 페이스북.
웹툰협회가 만들어지면서 밝힌 것이 작가 복지문제다. 웹툰작가들의 노동환경 중 가장 큰 문제는 무엇인가.

“한국 웹툰은 대부분 주간연재로 운영되고 있다. 작가 수익은 무료 플랫폼의 경우 트래픽을 중심으로 평가된다. 유료 플랫폼의 경우 유료 판매 수익이 배분된다. 주간연재구조는 매주 적게는 60컷에서 많게는 100컷이 넘는 원고를 해야 한다. 게다가 웹툰은 대부분 컬러로 연재되기 때문에 작가는 스토리, 연출, 작화, 컬러링, 대사에 대한 검수 작업까지 책임져야 한다.

많은 웹툰 작가들이 연재에 들어가면 일주일을 꼬박 투자하며 일을 한다. 요즘에는 경쟁적으로 컷수도 늘어나고 있어, 연재를 하다 보면 대부분 건강에 위험신호가 온다. 작가들이 원해서 하는 것이라 이야기하는 분들도 있지만, 웹툰 작가는 연재계약을 통해 웹툰을 연재하는 비정규직 상태인 셈이다. 따라서 늘 불안감에 시달리며 건강을 희생하며 연재를 한다. 샤워를 하다 쓰러진다거나, 공황장애로 약을 먹고 있는 작가들이 많이 있을 정도다.”

최근 작가들 사이에서 변화가 필요하다는 분위기가 생긴 것인가.

“웹툰이 지금처럼 성장한 것은 2014년 이후의 일이다. 물론 그 전에도 작업환경은 열악했다. 웹툰 작가와 종사자들이 겪는 어려움, 노동환경이나 불공정한 계약 등의 문제는 주로 단발적으로 제기됐다. 아무래도 웹툰 작가들은 개인적으로 활동하고, 또 교류가 있어도 활동하는 플랫폼을 중심으로 교류하기 때문인 것 같다.

최근 웹툰에 대한 관심이 계속해서 높아지고 있다. 주로 수익이 많은 작가들만 조명되는데, 전체 생태계가 활성화되기 위해서는 1등 뿐만 아니라 인기가 많지 않은 작가들도 작품을 꾸준히 할 수 있는 환경이 되어야한다고 생각했다.

또한 웹툰 사업에 참여하는 신규 업체가 많아지며, 작가들의 권리가 침해되는 경우도 많았다. 간헐적이고 개인적인 문제제기는 문제를 개선하기 쉽지 않다는 깨달음도 있었다. 플랫폼의 입장에서 보더라도 대화 상대가 필요할 것이라 생각했다. 이런 분위기들이 자연스럽게 작가들 사이에 형성되었다.”

▲ 주호민 작가와 그의 캐릭터. 사진출처: 주호민 작가 페이스북.
▲ 주호민 작가와 그의 캐릭터. 사진출처: 주호민 작가 페이스북.
‘미생’ 작가인 윤태호씨가 대표를 맡고 있는, 기존의 만화협회가 있는데 웹툰작가협회를 따로 만든 이유는.

“만화협회(만협) 등에서 작가들의 노동환경에 대해 많은 관심을 갖고 대응해 주기도 했지만 문제에 대해 전체를 조사하고, 플랫폼 등과 함께 대안을 적극적으로 고민하지는 못했다. 만협에도 웹툰 분과를 만들어 작가들의 어려움을 수집하고, 플랫폼의 불공정한 계약서의 수정을 요구하는 등의 활동을 했다. 하지만 협회의 여러 분과 중 하나여서 아쉬움이 많았다.

또한 여러 업체에서 문제시되고 있는 강제 완결종용, 지각비, 연재 컷 수 제한, 2차 저작권 관련 불공정 계약 등 사례에 대해 만협에서 몇 달간 권고를 통해 업체에 시정요청을 했으나 시일을 미루거나 형식만 바꾸는 식으로 대응했다. 때문에 명확한 제재와 참여 없이는 우후죽순으로 생겨나는 업체들의 자체 개선이 쉽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웹툰작가협회를 만든 건, 단발적 문제제기, 개인적 활동을 극복하고 공통의 목소리 내기, 웹툰과 웹툰 작가에 대한 문제에 집중하기 위한 고민 끝에 나온 결정이다. 좀 더 집중적으로 웹툰 작가들의 복지를 개선하고, 공정한 창작환경을 조성하는데 노력할 예정이다.”

가장 실질적으로 고쳐야 하는, 구체적인 해결책은 무엇인가.

“연재 종료시 갑자기 작가들에게 통보가 된다거나, 마감 시간에 늦으면 과도한 벌칙을 부과한다거나, 연재 컷 수를 늘린다거나, 2차 저작권의 양도를 강요한다거나 하는 사안들을 조사하기 위해 작가들의 구체적 사례를 접수하고 있다.”

JTBC 예능프로그램 ‘잡스’에 출연한 김풍 작가가 “요즘 작가들 초봉은 대기업 수준”이라는 말을 해서 논란이 됐다. 이 발언 이후 웹툰 작가들의 노동환경에 대한 문제가 SNS에서 대두되기도 했다. 첫 데뷔한 작가들 초봉이 정말 대기업 수준인가.

“김풍 작가는 자신이 아는 모 포털사이트의 신인 작가들 사례를 이야기한 것이다. 웹툰 작가의 수익과 정규직 직원의 연봉을 비교하는 건 어려운 문제다. 웹툰 작가는 기업에서 제공하는 복지혜택을 받지도 않고, 초과근무수당도 없으며, 퇴직금도 없고, 4대 보험 혜택도 받지 못한다.

게다가 늘 일정한 편수만 연재계약을 통해 연재하는 비정규 계약직 신세다. 플랫폼에 따라 환경도 다르고, 수익도 다르다. 일률적인 비교가 어렵다. 버라이어티 쇼에서 가볍게 한 발언이라 생각한다. 하지만 근본적으로 근로소득자와 일용소득자의 차이에 대해 수익이 많다 적다를 비교하는 건 좋지 않다고 본다.”

▲ 지난 1일 JTBC '잡스'에 출연한 김풍 작가와 주호민 작가.
▲ 지난 1일 JTBC '잡스'에 출연한 김풍 작가와 주호민 작가.
작가일을 하는 것만으로 바쁠 텐데, 왜 부회장을 맡게 됐나.

“작가로 구성된 협회는 작가 개인의 인지도가 활동에 큰 도움이 된다. 그래서 누구나 수긍할 수밖에 없다고 생각되는 조석 작가를 회장으로 추대했다. 나도 처음에는 발기인으로만 참가하려다 같은 맥락에서 부회장을 맡게 되었다.”

웹툰의 특성상 네이버, 다음, 레진 등 거대 플랫폼과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해야 하지 않나. 이런 협회를 만들다보면 대기업들과 사이가 틀어지거나, 불편해하지는 않을까.

“상생이라는 말이 있다. 작가들이 살아야 플랫폼도 산다. 바꿔 말하면 플랫폼이 살아야 작가들도 산다. 생태계 차원으로 확대해 보면 작가와 독자의 관계도 마찬가지다. 생태계라는 건 어느 고리 하나가 빠지면 전체가 붕괴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때론 작가 개인의 의견이 전체의 의견인 것처럼 확대되는 경우도 있다. 플랫폼들도 전체 작가들의 의견이 모아진다면, 훨씬 대응하기도 편하고 문제점을 해결하며 예측 가능한 사업 환경을 만들 수 있을 것이다.”

최근 서울시에서 발표한 조사를 보면 남녀작가에 대한 임금차별이 드러났다. 웹툰작가의 월 평균 수입은 198만원인데 여성 작가 평균은 166만원이었고 남성작가 평균은 222만원이었다. 남녀 작가의 임금 차이에 대한 생각은 어떤가.

“이런 문제는 어떤 표본으로 조사했는가에 따라 결과가 다를 수 있다. 예전에 출판만화에서는 남자 작가들이 연재하는 매체와 여자 작가들이 연재하는 매체가 달라 비용에 차별이 있을 수도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현재 웹툰 플랫폼은 신인작가로 데뷔할 경우 거의 동일한 조건에 계약을 한다. 이후 수익은 대형 포털은 트래픽에 의한 재평가(네이버의 경우 수개월에 한 번씩 결과치로 조정한다)와 광고나 유료수익 등이 있다. 이건 철저하게 개인의 능력이라 생각한다. 하지만 조사한 것처럼 남녀 작가간의 고료에 격차가 있다면, 최우선적으로 시정되어야 한다.

협회가 출범하면, 문화체육관광부 등 공적기관과 협력하여 수익에 대한 전수조사를 해 보려고 한다. 이런 정확한 데이터가 있어야 정확한 대책을 수립할 수 있다고 본다.”

한편, 미디어오늘은 ‘파괴왕’이라는 별명을 가진 주호민 작가에게 “웹툰협회 부회장을 맡으면 웹툰협회가 파괴될 것이라는 우려는 없었나”라는 질문을 던졌지만 주 작가는 답변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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