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중순이면 차기 YTN사장이 결정된다. 새 정부 들어 첫 공영언론사 신임 사장이다. 이명박·박근혜정부 첫 공영언론 장악이 이뤄진 곳이 YTN이었기 때문에 그만큼 상징성이 크다. 사회적으로 언론적폐를 해소할 수 있는 인사를 기대하는 열망이 높다. 노종면 YTN해직기자가 이들의 열망을 담아 사장 공모에 나섰다.

하지만 언론노조 YTN지부는 19일 회사 앞에서 뜻하지 않았던 기자회견을 열어야만 했다. 노조가 부적격 인사로 판단한 김호성 YTN총괄상무가 애초 사장에 출마하지 않겠다던 노조와의 약속을 깨고 사장에 출마했기 때문이다.

김호성 상무는 공약으로 ‘해직자 복직’을 내걸었다. 하지만 조승호 해직기자는 “김호성 상무가 사장이 되는 경우는 물론 어떤 경우에도 노종면과 현덕수를 남겨두고 저 혼자 복직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 밝혔다. 현덕수 해직기자 또한 “김호성 상무는 사퇴해야 한다”며 복직 불가 입장을 냈다.

박진수 전국언론노조 YTN지부장(사진)은 YTN정상화의 출발점인 해직자복직을 위해 김호성 상무는 절대 사장이 되어선 안 된다고 강조하며 YTN차기사장이 해야 할 과제를 조목조목 지적했다. 그의 목소리에서 지난 9년간의 절망과 열망을 느낄 수 있었다. 다음은 19일 오후 박진수 지부장과 일문일답.

▲ 박진수 언론노조 YTN지부장. 사진=이치열 기자
▲ 박진수 언론노조 YTN지부장. 사진=이치열 기자
-노조는 13명의 사장후보자 가운데 한 사람, 김호성 총괄상무를 지목해 이 사람은 안 된다고 했다. 김호성 후보자의 공약이 해직자복직이다. 그런데 왜 김 후보자는 안 된다는 건가.

“해직자 복직 협상이 박근혜정부 말기부터 나왔는데, 조준희 전임 사장이 메신저로 김호성 상무를 내세웠다. 협상하려 했으나 사측이 협상과정에서 퇴직금 누진제를 꺼내며 무산됐다. 김호성 상무가 조준희 사장 취임 후 기획조정실장 등 주요보직을 맡으면서 과연 전달자 역할만 했는지 되묻지 않을 수 없다. 새 정부 들어서도 김 상무와 복직 협상을 했지만 사장이 되기 위해 복직을 도구로 삼았다고 생각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실제로 사측은 복직협상 노사 잠정합의안을 16일 오전 10시에 하자고 제안했다. 그 날은 사장 공모 마지막 날이었다. 정권이 바뀌면서 기존 ‘구체제’의 간부들이 현 체제를 최대한 유지하기 위해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이기도 한 ‘복직’를 기회주의적으로 활용하려 했다는 의미다. 만약 노사합의가 이뤄졌다면 김호성 상무가 이를 바탕으로 사장공모에서 유리한 위치를 점하려했다는 것. YTN내부에서는 사장에 출마하지 않겠다고 했던 김 상무의 입장이 바뀐 이유가 노종면 해직기자의 출마 때문이라는 이야기도 나오고 있다. ‘노종면은 막아야 한다’는 사내 기류가 있다는 것이다.

“노종면 전 위원장이 출마 선언을 했는데 노종면은 안 되니까 내가 해야 한다는 논리라면 노종면은 김호성 상무가 사장이 될 경우 복직을 못하는 것 아닌가. 그런데 김호성 상무가 사장이 되면 현덕수·조승호 기자도 복직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이러면 돌아올 해직자가 없다. 따라서 김 상무의 해직자복직 공약은 제대로 된 공약이라 볼 수 없다.”

-노종면 해직기자가 사장에 출마했다. 노조와 교감이 있었나.

“전혀 없었다. 노 전 위원장 출마 선언에 나와 있듯이 정권이나 YTN노조와 상의가 되지 않은 결정이었다. (출마를) 노조가 요청한 적도 없다.”

-일부에선 노종면 기자가 경영능력이 없을 거란 불안감도 있다.

“2005년부터 2007년은 YTN의 황금기로 불린다. 2005년 YTN CI콘텐츠 개혁안이 등장한 뒤 보도경쟁력이 강화된 시기였다. 당시 보도콘텐츠개혁방안TF가 꾸려졌는데 그 팀의 주역이 노종면이었다. 이 때 YTN의 매출액이 2007년까지 크게 늘었다. 그러나 해직사태가 벌어진 2008년과 노종면이 구속된 2009년 매출액이 크게 줄었다. 노종면은 YTN의 황금기를 이끌었던 사람이다. 경영능력을 두고 흔히 영업을 해야 한다, 돈을 끌어와야 한다, 이런 생각들을 하는데 언론사 경영의 본질은 보도경쟁력 강화다.”

-차기 YTN사장이 우선적으로 해야 할 일이 무엇인가.

“무엇보다 보도 정상화다. 해직자가 돌아온다고 해서 모든 것이 정상화되는 것이 아니다. 기존 체제, 언론의 비정상에 침묵하고 부역했던 인사들에 대한 인적 개혁이 필요하고, 그와 더불어 무너졌던 보도를 세우는 길이 필요하다. 이것은 YTN이 경쟁력을 올리고 경영난을 해소할 수 있는 최선의 선택이다. 결국 복직협상을 시작으로 인적쇄신과 보도정상화, 경영정상화 순의 변화가 필요하다.”

▲ 지난 19일 YTN사옥 앞에서 김호성 총괄상무의 사장 출마를 규탄하는 기자회견 모습. 사진=이치열 기자
▲ 지난 19일 YTN사옥 앞에서 김호성 총괄상무의 사장 출마를 규탄하는 기자회견 모습. 사진=이치열 기자
-이명박·박근혜정부 9년 간 YTN은 무엇을 잃어버렸나.

“신뢰다. 공정한 방송이란 신뢰감을 잃어버렸다. 공정방송을 외치다 수많은 징계를 받았던 동료들이 있다. 지난 9년 간 회사를 개인 영달로 이용한 세력에 의해 YTN이 처참하게 무너졌다. 본질적으로 행해야 하는 공영언론의 공적 책무를 회피했다. 그 결과 경영도 악화됐다.”

-2008년 이후 갈등을 빚었던 YTN사원들 간의 정서적 거리감은 사장이 누가 오든 좁혀지기 어려울 것 같다. 생각하고 있는 해법은.

“부역자들의 진정한 사과다. 2008년과 2012년 파업을 두 번 했다. 동료를 지키고 공정방송을 외치다 인사 불이익을 당한 수많은 사례가 쌓여있다. 가해자들의 진정한 사과가 필요하다. 그 과정을 거친다면 9년 간 벌어졌던 부당한 인사로 소외받았던 직원들에 대한 명예회복이 이어질 것이다. 이것이 화합과 소통의 시작이며 조직이 일하는 분위기로 바뀔 수 있는 계기다.”

-YTN은 소유구조 상 사장선임과정에서 언제든 정부가 개입할 가능성이 있다. 정부가 소유한 공공기관이 YTN의 대주주이기 때문이다. 장기적으로 YTN 소유구조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지 않나.

“소유구조 문제는 공영언론의 영원한 숙제다. 공적소유는 사회적 공적책임을 하는 데 있어 유리한 지점도 있다. YTN은 국민의 세금이 투입된 언론사다. 언론사가 갖는 특수성을 고려할 때, YTN구성원들과 국민의 목소리가 사장추천위원회에 지금보다 더 반영될 수 있게 바뀌어야 한다. 노사 동수의 추천위원회, 혹은 노동이사제에 대한 논의도 필요하다.”

-누가 사장이 되었으면 좋겠나.

“잘생기고 젊고 좋은 사람이 왔으면 좋겠다. 생동감 있는 사람이 와서 YTN이 다시 뛸 수 있다는 모습을 보여줬으면 좋겠다. 지금 YTN이 리빌딩 하지 않으면 수십 개의 케이블채널 가운데 하나로 전락할 것이다. 9년 간 쌓여온 수많은 적폐를 없앨 수 있는 차기 리더십이 오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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