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에 천안함 사건 전면 재조사를 촉구하는 입법 정책과제를 낸 참여연대에 대해 자유한국당이 “묵과하지 않겠다” “황당한 주장” “극단적 주장” 등의 거친 표현을 쓰며 불만을 드러내고 있다. 또한 송영무 국방장관 후보자와 정현백 여성장관 후보자의 과거 천안함 침몰원인 관련 발언에 대해 자유한국당과 바른정당 등은 반감을 나타내기도 했다.

이를 두고 참여연대는 천안함 사건이 벌어진지 7년이나 됐으나 당시 정부가 발표한 조사결과에 대한 제대로 된 검증이 이뤄지지 않았다며 재조사를 요구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반박했다.

앞서 참여연대는 지난 1일 문재인 정부 개혁과제를 발표하면서 외교 통일 분야의 ‘평화인권과 외교안보권력의 민주화를 위한 입법·정책과제’ 17가지 가운데 14번째 과제로 천안함 침몰 진상규명을 넣었다. 참여연대는 개혁과제에서 “천안함 침몰 7년이 지났지만 군기밀주의로 인해 침몰원인에 대한 많은 의혹이 풀리지 않은 채 아직 미제사건으로 남아있다”며 “민군합동조사단은 ‘북한 어뢰에 의한 폭침’이라고 발표했으나 의혹은 끊이지 않고 있으며 핵심증거들에 대한 민간 전문가와 시민, 언론의 문제제기와 과학적 반박이 지속되어 왔다”고 썼다.

이에 따라 참여연대는 정부 초기 조사과정의 정략적 접근태도, 국회 검증에서의 정략적 비협조를 바로잡기 위해 진상조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참여연대는 △사고 당일 천안함이 어디에서 무엇을 하고 있었는지 △폭발이 실제로 존재했는지 △군이 제시한 결정적 증거는 과연 증거능력을 가진 것인지 △어뢰를 발사했다는 북한의 ‘연어급’ 잠수정이 실제로 존재하는지 △물기둥, 열상수신동영상(TOD), 어뢰부품과 천안함 본체에서 폭발재(산화알루미늄)가 발견되었다는 조사결과 등 사건진상과 긴밀히 연관된 쟁점에 대해 전면적인 재검증을 통해 침몰 원인을 투명하고 정확하게 규명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또한 참여연대는 국회가 초정파적인 특별위원회를 구성하고 국정조사를 통해 천안함 사건 진상에 대해 조사해야 한다며 조사결과의 설득력을 높이기 위해 관련 국가 및 북한의 참여까지 허용하는 국제적인 검증작업도 이루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모의폭발실험 등 정부와 국회차원의 재검증 뿐만 아니라 진실에 대한 자유로운 토론이 보장돼야 한다고도 참여연대는 요구했다.

▲ 경기도 평택 해군2함대 안보공원에 전시된 천안함 함수. 사진=조현호 기자
▲ 경기도 평택 해군2함대 안보공원에 전시된 천안함 함수. 사진=조현호 기자
이를 두고 자유한국당은 거칠게 반발하고 나섰다. 전희경 자유한국당 원내부대표는 지난 13일 원내대책회의에서 참여연대에 대해 “국제사회, 그리고 우리 민군 합동조사단이 명백한 북한에 의한 폭침이라고 규정한 천안함에 있어서 계속해서 문제제기를 하고 있다”며 “UN에 항의서한까지 보내고 심지어 국정기획자문위원회에는 북한까지 참여하는 진상조사를 새로 하자라고 주장하는 단체”라고 말했다. 전 부대표는 “대한민국에서 도저히 인정할 수 없는 이런 극단적인 주장을 하는 단체에서 활동한 인사들을 이렇게 줄줄이 임명을 하는 것이 문재인 정부의 코드”라며 “문재인 정부의 대한민국 인식이라는 것인지 답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특히 윤종필 자유한국당 의원(국회 여성가족위 간사)은 19일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정현백 (여성가족부 장관) 내정자는 천안함이 북한에 의해 폭침되었다는 사실까지도 부정하는 그런 인물로서 미국 의회까지 가서 천안함 사건이 과학저널에서조차도 논쟁중인 사안이라고 북한 책임을 부정했다”며 “이는 곧 대한민국 정체성을 부정하는 것”이라고 비난했다.

민경욱 같은당 원내부대표도 지난 7일 원내대책회의에서 참여연대를 두고 “천안함을 폭침이 아닌 ‘침몰’ 이라 표현하고 진상조사를 위해 북한의 참여를 허용하라고 건의했다고 하는데 이런 황당한 정책제안서를 받은 국정기획자문위원회는 어떤 반응을 보였을지 매우 궁금하다”고 주장했다.

같은 당의 대변인인 김성원 의원은 현충일인 지난 6일 논평을 내어 “‘천안함 사건에 대한 정부와 국회 차원의 재검증’을 요구하는 촛불 청구서도 논란이 되고 있다”며 “천안함 재조사 등 호국영령들과 유가족의 명예를 실추시키는 일을 자행한다면 결코 묵과하지 않을 것”이라고 비난했다. 김 대변인은 같은날 한차례 더 논평을 내어 참여연대 정책제안에 대해 “법과 원칙은 물론 일반 국민의 상식에도 맞지 않는 무리한 요구가 담겨 있어 국민적 우려가 크다”고 비판했다.

이미현 참여연대 평화군축센터 팀장은 16~17일 미디어오늘과 인터뷰에서 천안함 침몰 진상규명을 개혁과제에 넣은 이유에 대해 “천안함 사건 발생 이듬해인 2011년부터 개혁과제로 담았고, 새로 밝혀진 것을 업데이트해서 발표해왔다”며 “새 정부 들어 남북관계 개선을 위해서는 5‧24 조치 (해제)가 관련이 있는데, 이 조치의 원인이 된 이것(천안함 사건의 진상규명)을 빼놓고 남북관계 개선을 하라고 할 수 있을까 하는 이유도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 사건을 미제사건으로 판단한 이유에 대해 이 팀장은 “정부가 발표한 북한 소행의 근거인 이른바 1번 어뢰에 대해 제기된 과학계와 언론계 시민단체의 문제들이 검증 또는 확인되지 않았을 뿐 아니라 검증요구 자체가 묵살됐다”며 “어뢰의 1번글씨, 연어급 잠수정, 흡착물질 등이 해소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풀리지 않은 쟁점과 관련해 이 팀장은 참여연대 등 시민단체에 공개한 천안함의 재고실에서 형광등 다발이 깨지지 않은 채 온전하게 보관돼 있었으며, 어뢰를 쐈다는 연어급 잠수정의 사이즈에 대해 합조단의 다국적 정보TF팀의 발표내용과 유엔에서 발표한 내용이 달랐다고 지적했다. 참여연대는 천안함 의문에 대한 이메일을 유엔 안보리 이사국에 전달했었다. 그후 참여연대는 주한 미 대사와도 접촉해 ‘1번어뢰 관련 한국 정부의 발표 내용을 미 정부가 믿느냐’, ‘이와 관련된 확실한 증거가 있느냐’, ‘연어급 잠수정이 쐈다는 것을 믿느냐’ 등 여러 가지 질의에 대해 답변을 하지 않은 채 “한국 정부 조사결과를 믿는다고”만 답했다고 이 팀장은 전했다.

▲ 이미연 참여연대 평화군축센터 팀장. 사진=조현호 기자
▲ 이미연 참여연대 평화군축센터 팀장. 사진=조현호 기자
재조사를 위한 특별위원회에 북한의 참여를 허용해야 한다고 한 이유에 대해 이 팀장은 “2010년 당시 국회 천안함 특위가 두차례 열렸으나 부실했으며 제대로 된 검증이 이뤄지지 않았다”며 “국제조사단은 미국을 비롯해 우리의 동맹국 위주로만 참여했다. 러시아의 경우 발표내용을 부정했다. 중국과 러시아도 참여해야 한다는 의미”라고 밝혔다. 또한 그는 “국제적인 신뢰를 얻기 위한 조사라면 반론을 들을 필요가 있다”며 “북한도 인정할 만한 결과를 도출하려면 검증에 참여할 수 있도록 허용해야 한다. 북한이 무슨 주장을 하는지 들어봐야 하고, 북한의 주장도 검증해봐야 한다”고 밝혔다. 다시 조사를 하게 될 경우 국제적 신뢰성을 보장하려면 당사자도 참여할 수 있도록 허용해야 한다는 뜻이다.

북한이 현실적으로 재검증을 위한 조사단에 참가하는 것이 가능하겠는지에 대해 이 팀장은 “원칙적으로 참여하도록 허용해야 한다”며 “다만, 그것이 가능케할 수 있는 방안은 현실적으로 검토해봐야 할 문제”라고 답했다.

‘천안함 재조사 등 호국영령과 유가족 명예실추에 대해 묵과하지 않겠다’, ‘황당하고 극단적인 주장’이라는 자유한국당 의원들의 발언에 대해서도 이 팀장은 반박했다. 그는 “천안함 재조사는 희생자 명예훼손을 하기 위해 하는 것이 아니다”라며 “이 같은 사건의 재발을 막고, 이 사건으로 인해 벌어진 갈등과 남북관계 훼손 등의 문제점을 해소하기 위한 목적”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민주적 절차로서의 검증 요구가 묵살됐다. 이를 바로잡는 건 남북관계 복원의 문제 뿐 아니라 역사적인 측면에서도 중요한 문제”라며 “반드시 재조사는 있어야 한다. 정부 발표에 대한 검증 뿐 아니라 그 반론에 대한 검증도 충분히 이뤄지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그런데도 천안함 정부 발표를 신앙처럼 강요하고 있으며, 마치 얘기를 꺼내는 것 자체가 신성한 것을 건드리는 것처럼 아직까지도 얘기하고 있다고 이 팀장은 지적했다.

이와 함께 정현백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가 2010년 참여연대 공동대표 시절 천안함 정부 발표에 대해 언급한 것에 대해서도 구여권이 문제삼고 있다. 정 후보자는 당시 천안함 정부발표 이후 한반도 평화포럼 방미단의 일원으로 미국에서 열린 행사에 참석해 “천안함 사태와 관련한 미국의 태도에 대해서도 한국의 시민사회는 실망하였다”며 “천안함 사태의 원인에 대한 정부의 발표는 선거 기간에 맞춘 대단히 정치적인 행위였을 뿐만 아니라, 그 내용에서 납득할 수 없는 많은 의혹을 불러일으켰다”고 지적했다. 정 후보자는 “최근의 여론조사들은 대략 30-50%의 국민들이 정부 발표를 믿지 않는다는 응답을 보여주었다”며 미 정부가 한국 정부의 경솔한 행동을 지지했다고 말했다. 이런 발언을 했다는 이유로 박인숙 바른정당 의원과 윤종필 자유한국당 의원은 지난 16일 정 후보에게 사퇴하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이미현 참여연대 팀장은 이런 주장을 두고 “자꾸 사상검증의 질문처럼 하고 있다”며 “해소되지 않은 의문에 대해 말하지 못하게 하는 것은 민주주의 원칙에 반하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그는 “촛불로 인해 탄생한 정부가 내세우고 있는 민주주의와 평화라는 원칙에도 맞지 않다”며 “문재인 정부 뿐 아니라 어느 정부라도 이런 문제제기 자체를 차단하고 토론도 보장하지 않는다는 것은 민주주의 원칙에 맞지 않다. 그런 발언을 했다는 이유로 공격받는다거나 사상검증 받는 것에 대해 당연히 반대한다”고 비판했다. 이 팀장은 “변화된 새 정부에서도 이것이 기준이 돼서는 안된다”며 “억압과 불이익 조치가 있어서는 제대로된 검증을 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김성원 자유한국당 대변인은 19일 미디어오늘과 인터뷰에서 “천안함 폭침의 경우 마무리가 된 사건으로 보고 있다”며 “북한에 의해 자행된 것으로 마무리된 사건을 ‘개혁과제’, ‘재검증한다’는 것으로 재조사한다는 것은 호국영령과 유가족을 명예훼손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천안함 정부 발표를 불신하는 여론이 있다는 반론에 대해 김 대변인은 “천안함 폭침 사건에 의문이 있을 수 있으나 공신력있는 기관에서 발표했다”며 “저는 (재조사할 사안이라고) 그렇게 생각하지 않고, 진실은 나와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설명이 충분하지 않고 의문이 여전히 남아있는데도 무조건 믿으라고 하는 것은 온당치 않다는 지적에 대해서도 김 대변인은 “그건 차차 생각해보자. 정부 입장을 보고 얘기하겠다. 아직까지 천안함에 대한 새 정부의 공식 입장은 나오지 않았다”며 “재조사는 말이 안된다. 재조사에 반대한다”고 주장했다. 천안함 사건이 부실한 정부발표로 극심한 갈등을 낳은 적폐사건이라는 일각의 주장에 대해 김 대변인은 “공신력있는 기관이 발표한 것에 대해 적폐라고 하는 것은 잘못된 주장에 근거한 질문”이라고 반박했다.

송영무 국방장관 후보자와 정현백 여성장관 후보자의 과거 천안함 의문을 거론한 발언이 장관으로서 결격사유냐는 질의에 김 대변인은 “그걸 내가 뭐라고 얘기하는 것은 월권”이라며 “청문과정에서 지켜봐야 한다”고 답했다.

▲ 김성원 자유한국당 의원(대변인). 사진=김성원 블로그
▲ 김성원 자유한국당 의원(대변인). 사진=김성원 블로그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