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언론노동조합이 지난 15일 언론장악 적폐청산을 위한 언론부역자 3차 명단 41명을 발표한 이후 연합뉴스 사내게시판에는 노조 집행부를 비판하는 글이 쏟아졌다. 이번 명단 발표 과정에서 노조가 소극적이지 않았느냐는 지적이다. 관련 글 중에는 노조의 분열을 노린 것으로 추정되는 글도 일부 포함돼 있다.

논란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4월 2차 명단 발표 이후에도 연합뉴스 인사 수가 지나치게 적어 ‘노조가 소극적인 것 아니냐’는 지적과 ‘회사의 미래와 관련 있으니 신중해야 한다’는 반박 등이 사내게시판에 올라왔다.

연합뉴스 언론부역자 1차 명단에는 박노황 연합뉴스 사장이 포함됐고, 2차 명단에는 연합뉴스 인사가 포함되지 않았다. 이주영 연합뉴스 지부장은 3차 명단 관련 미디어오늘에 “조합원 뜻이 어디에 있는지 수렴하는 과정이 중요하다”며 “노조의 움직임이 부족하다는 비판 의견이 노조가 행동할 수 있는 동력이 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번에 발표한 3차 명단에는 이홍기 전무 겸 경영지원담당 상무, 조복래 콘텐츠융합상무, 이창섭 미래전략실장 등 3명이 포함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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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5일 게시판에 올라온 “3차 부역자 명단을 보고…노조는 답변하라”는 글에는 “KBS와 YTN은 부장급의 부역사실까지 공개”했다면서 “연합뉴스는 부장급은 물론 부국장급도 빠져나갔다”고 지적했다. 이어 “어차피 언론노조는 각 지부와 협의해서 부역자 명단 공개한 것일 텐데 연합뉴스 노조가 부장급 이상 간부를 봐준 이유가 무엇인지 궁금하다”고 덧붙였다. 댓글에서 익명의 작성자는 “3차 명단에서 빠진 부역자는 면죄부를 받은 것”이라고 했다.

▲ 서울특별시 종로구 수송동에 위치한 연합뉴스 사옥. 사진=이치열 기자
▲ 서울특별시 종로구 수송동에 위치한 연합뉴스 사옥. 사진=이치열 기자

다른 글에서도 “이 명단에 당연히 이름을 올려야 하지만 포함되지 않은 자들이 누군지 우리는 안다”며 “아무 일 없었다는 듯이 지나가기에는 그들이 연합과 구성원들에게 끼친 피해와 아픔이 너무 크다”고 지적했다. 부장급 간부들을 포함해야 한다는 근거는 “크지도 않은 권력을 이용해 사적보복을 하고 정권의 이익을 위한 기사를 쓰라고 강요한 자”들이라는 게 연합 구성원 일부의 주장이다. 한 댓글에선 “기사를 고친 간부도 문제지만 개인의 영달을 위해서 현장에서 수수방관한 일선 기자까지 부역자 명단에 넣어야 한다”는 주장까지 나왔다.

위 주장들이 과도하다는 우려도 있다. “전선을 너무 확대하지 않는 게 좋겠다”는 댓글도 있었다.

노조 집행부가 부역자 선정 과정에서 소통을 하지 않았다는 의견도 있었다. 해당 글 작성자는 “노조는 무려 두 달여 전부터 게시판에서 언급됐던 부역자 명단과 관련해 조합원들과 아무런 소통을 하지 않았다”며 “최소한 조합원들에게 ‘지금까지 부역행위 때문에 피해를 본 적이 있느냐’라고 묻기라도 했어야 한다”고 비판했다.

노조를 향해 부역자 선정에 적극적으로 동참하라는 주장을 하면서 동시에 노조의 존재이유에 대해 묻는 등 다소 모호한 입장의 글도 있었다. 16일자 “노조는 성명 좀 그만 내세요”란 글에선 “차라리 자체 부역자 명단이라도 만들라”며 “그런 무의미한 성명보자고 노조비 매달 꼬박꼬박 내는 게 아깝다”고 주장했다. 해당 글에는 “난 그래도 조합비 내겠다”며 “성명 못쓰고 잘쓰고 별로 상관없다”는 댓글도 있다.

집행부를 공격하는 극단적 성향의 글도 보였다.

15일 게시판에 올라온 “노조는 연합에 대한 부당한 공격과 매도에 대처해야”라는 글에선 “편향된 좌익 여론의 선동에 휩쓸려 연합을 공영방송사와 묶어서 청산하고 수술해야 할 ‘기레기’로 매도하고 있는 것”이라며 “연합이 정부의 지원을 받는다는 것을 구실로 사실 확인 없이 ‘당연히 부역한 적폐매체’라는 억지가 다분히 깔린 공세”라고 반박했다.

이어 “이쯤 되면 부역자 명단에 오른 박노황 선배 등 경영진이 억울한 희생양이 된 것 같아 안타까움을 느낄 정도”라며 “노조는 지금 경영진 퇴진을 요구해선 안 되고 당장 시급히 이런 외부의 부당한 매도와 선동에 적극 대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혼자 힘으로 안된다면 좌파 정권에 대항하고 있는 자유한국당이나 바른정당과 손을 잡아서라도 연합의 억울함과 부당한 누명을 벗겨야 한다”고도 했다.

해당 글에는 “완장차고 오직 자신이 받은 불이익(지방발령, 승호제한)에 대한 한풀이만 하면 소기의 목적 달성이라는 생각 아닌가 싶다”는 댓글도 달렸다. 지방발령과 승호제한은 이 지부장이 당한 인사상 불이익이다. 이 지부장이 인사에 대한 불만(사적인 이유)으로 현 경영진을 공격한다는 비난으로 볼 수 있다.

▲ 지난 15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전국언론노동조합이 3차 언론부역자 명단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언론노조
▲ 지난 15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전국언론노동조합이 3차 언론부역자 명단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언론노조

이에 이주영 연합뉴스 지부장은 19일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언론노조에서 선정작업을 했고, 지부는 스크린 대상에 오른 사람에 대한 자료요청이 오면 응하겠다고 밝혔고 실제로 그렇게 (선정작업이) 진행됐다”며 “언론노조에서 제시한 부역의 근거는 ‘공정보도·편집권 독립 시스템’을 파괴했는지 여부였고 이를 근거로 선정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엄격한 잣대로 평가해야 한다는 주장도 했다. 이 지부장은 “부장급 이상은 모두 넣어달라는 요구도 있는데 그렇게만 할 수는 없다”고 답했다.

언론사 개별 상황을 고려할 필요도 있기 때문이다. 이 지부장은 “SBS에 부역자가 2명인데 지난정부에서 공정보도에 충실했다고 평가할 수 있는가, 국제신문 사주만 명단에 올랐는데 많은 신문사들은 어떻게 평가할 것인가”라며 “상황과 맥락을 보고 판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KBS와 MBC 등은 9년간 노조와 사측의 전선이 살아있었고, 개별보도 통제 사례까지 언론에 상세히 다뤄졌기 때문에 부역자 명단 선정에 많은 인물이 들어갈 수밖에 없지만 연합뉴스의 경우 그렇지 않기 때문에 선정 인원이 적을 수밖에 없다는 주장이다.

약 500명에 이르는 조합원의 의견을 모으는 것도 어려운 과제다. 이 지부장은 “(일부 조합원들에게) 물어보지 않았다고 의견 수렴이 없었다고 주장하는 것인데 나름대로는 의견을 들었다”고 답했다.

이 지부장은 “현 집행부에 대해 절대 다수가 신뢰할 수 없다면 유지할 수 없는 상황인데 그렇진 않다”며 “언론노조에서도 추가 작업 가능성도 열어놓은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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