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꺼지세요. …(후략)…” (6월12일 저녁 9시)

“지X” (6월12일 저녁 9시33분)

취재 도중 언론사 간부로부터 ‘욕 문자’를 받은 적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현아무개 경기방송 본부장은 지난 6월12일 기자의 페이스북 담벼락 캡쳐사진을 보내며 지난 두 차례의 경기방송 비판기사가 ‘지인 청탁 보도’이자 ‘허위 보도’라고 문제제기했다. 캡쳐본엔 취재원과 기자가 함께 찍힌 ‘한국언론진흥재단 행사 단체사진’이 담겨있었다.

현 본부장의 말은 거침이 없었다. 그는 당일 연락한 기자에게 “그 회사는 공휴일, 근무 외 저녁시간 개념이 없는 회사인가 봅니다. …(중략)… 혹시 연봉 얼마나 받고 그렇게 열심히 일하시는지 궁금하네요?”(20시37분) “그래도 내가 너보다 25년은 더 기자 선배이나 인생선배같은데”(20시42분) “당신은 이미 기자가 아닙니다. 시정잡배나 다름없는 편협주의?”(20시48분) “그냥 꺼지세요.”(21시) “지X”(21시33분) 등이라 문자를 보냈다. ‘사측 입장을 묻고 싶다’, ‘전화를 받아달라’는 문자에 대한 답이었다.

▲ 경기방송은 미디어오늘 기사에 대한 반론보도로 6월13일 ‘경기방송, 미디어오늘 왜곡보도 ’유감‘ 강경대응(윤종화 기자)’ 리포트를 작성했다.
▲ 경기방송은 미디어오늘 기사에 대한 반론보도로 6월13일 ‘경기방송, 미디어오늘 왜곡보도 ’유감‘ 강경대응(윤종화 기자)’ 리포트를 작성했다.

다음 날인 13일 경기방송은 ‘경기방송, 미디어오늘 왜곡보도 ’유감‘ 강경대응(윤종화 기자)’이란 리포트를 송출했다. “특정 기자와의 친분을 이용해 경기방송을 표적삼아 전체적으로 부도덕하다는 인상을 심어주는 등 왜곡된 허위기사로 공격하는 것에는 참을 수 없는 울분과 정의 차원의 공분을 느낀다”며 경기방송 비판기사 구절마다 반박을 개진한 반론보도를 직접 내보냈다.

경기방송 반론보도에 선뜻 납득이 가지 않았던 이유는 대표이사, 본부장, 경영지원팀장 등 경영 측 임원 모두가 지난 5월22일부터 6월12일까지 기자의 연락을 일절 받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 기간 동안 현 본부장은 전화 10건, 문자 9건, 카카오톡 메시지 3건에 답을 주지 않았다. 이아무개 경영지원국장에겐 전화 4건, 문자 3건 등으로 취재를 시도했다. 최승대 대표이사는 6월12일 “그 질문엔 답 안한다”며 일방적으로 전화를 끊은 뒤 전화 7건과 문자 한 건을 모두 무시했다. 경기방송은 반론 취재에 응대하지 않다가 3주 가량 뒤 직접 반론 기사를 낸 셈이다.

‘친구의 부탁으로 기사를 썼다’는 지적도 근거가 부족하다. 반론보도를 작성한 윤종화 기자는 한 피해 당사자와 기자가 “대학시절부터 상당 기간 친분을 이어 온 사이”라고 적었다. 틀린 지적이다. 기자로 일하기 전까지 일면식이 없던 사이였다.

미디어오늘이 경기방송 내 비정규직 남용 문제를 취재하며 만나거나 접촉한 사람은 13명이 넘는다. 기사의 모든 내용은 취재원들의 ‘공통된 증언’이나 판결문, 공고문, 급여명세서, 업무일지 등 서류로 확인된 내용이다. 경기방송이 특히 반론을 주력한 ‘신입사원 비정규직 고용 남용’ 문제의 경우, 피해당사자 ‘대부분’의 증언을 종합한 결과다.

현 본부장은 미디어오늘이 ‘음해성 기사를 보도한다’고 수차례 문자로 비난했다. 미디어오늘 취재 결과, 경기방송 반론보도에 언급된 일부 피해당사자들은 해당 기사가 허위보도라는 이유로 언론중재위원회 제소를 검토하고 있다. 반론 내용이 사실과 차이가 커 “인신 공격” “아전인수 격 해명” “사후정당화”라는 비난도 나오고 있다. 비정규직 남용 건은 문재인 정부 국민인수위원회에 불공정 사례로 신고된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해 현 본부장의 ‘노조 집단 탈퇴 종용’ 의혹이 제기된 바 있는 보도국엔 지난 16일 노조총회가 열리는 등 노동조합 재가입 움직임이 가시화되고 있다.

▲ 사진=경기방송 홈페이지 캡쳐
▲ 사진=경기방송 홈페이지 캡쳐

가장 큰 문제는 언론사가 피해당사자들의 개인 신상 정보를 무원칙적으로 내보낸 점이다. 한 퇴사자의 경우 지병이 있다는 사실이 알려졌고 또 다른 퇴사자의 경우 결혼 및 출국 정보 등 사생활 정보가 무차별적으로 공개됐다. 한 피해당사자의 경우 ‘사생활 침해’라는 이유로 언중위 손해배상청구를 검토하고 있다.

경기방송 내외부 관계자의 말을 종합하면 현재 경기방송에서 일어나는 문제의 배경은 지난 수 년 간 사내 의사결정권을 독점하고 있는 현 본부장으로 수렴된다. 한 퇴사자가 전해 준 내부 관계자의 전언에 따르면 이번 반론보도 또한 현 본부장의 의지가 강하게 반영됐다고 전해진다. 반론기사를 작성한 윤 기자는 최근 보도2팀장으로 승진했다.

미디어오늘은 2015년 7년 만에 공채로 입사한 신입직원 7명이 모두 열악한 처우와 고용불안정 문제로 퇴사했다는 사실을 접하고 취재를 시작했다. 취재 결과 경기방송이 무원칙적으로 비정규직 고용방식을 남용한 사실이 확인됐고, 2012년 정리해고 시기부터 보도국 내 비정규직화가 시작됐고 부당해고, 표적징계 등이 남발된 사실을 추가 확인했다.

대다수 취재원들은 현 본부장이 쌓아올린 ‘독재 체제’가 바뀌지 않는 한 경기방송의 변화는 요원하다고 지적한다. 2012년 경영지원국장으로 정리해고를 주도했던 현 본부장은 이후 사내 인사권, 예산집행권, 편집권을 독점하는 본부장으로 승진했다. 경기방송 조직체계를 보면 본부장이 경영지원국, 편성제작국, 보도국을 총괄하고 있다. 세 국의 국장은 현 본부장이 모두 겸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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