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몰락의 핵심인물로 지적받고 있는 김재철 전 사장을 임명한 김우룡 전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장이 과거 자신의 행적에 “책임이 있다”는 발언을 했다. 2010년 방문진 이사장 재직시절 강경한 발언을 쏟아낸 것과 비교해보면 반성의 의미가 담긴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물론 시류에 영합했다는 지적도 가능하다.

김 전 이사장은 MBC PD출신으로 한국외국어대학교에서 교수로 오래 재직했고, 2009년 8월부터 2010년 3월까지 해당 직을 수행하면서 엄기영 전 사장을 내쫓고 김재철 전 사장을 임명해 공영방송 파괴에 동참했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김 전 이사장은 김 전 사장과 함께 전국언론노동조합이 발표한 2차 언론부역자 명단에 올라있다.

최승호 뉴스타파 PD는 지난 16일 스토리펀딩 ‘공범자들’을 통해 김 전 이사장과의 질답영상을 공개했다.

▲ 김우룡 전 방문진 이사장. 스토리펀딩 언론회복 프로젝트 '공범자들' 8화 영상화면 갈무리
▲ 김우룡 전 방문진 이사장. 스토리펀딩 언론회복 프로젝트 ‘공범자들’ 8화 영상화면 갈무리

최 PD가 “제가 MBC에 있다가 김재철 사장한테 잘려서 지금 뉴스타파에 와 있다”며 “이사장님이 엄 사장을 내보내고 김재철씨를 들이고 나서 MBC에 상처도 많고 사건도 많았는데 하실 얘기가 있으신지요?”라고 물었다.

그러자 김 전 이사장은 “안타깝지”라며 “어쨌든 MBC가 한국 콘텐츠 생산의 본고장이라고 할 수 있었고 드라마왕국이라는 말도 들을 만큼 명성이 높았는데, 지금은 상당히 어려움을 겪고 있다”면서 “그런 면에서는 MBC에 친정 둔 사람 입장에서 참 안타깝다”고 말했다.

최 PD가 “김재철 사장을 결국 이사장님이 임명하셨는데, 그분이 좀 독하게 했다”고 재차 묻자 김 전 이사장은 “김재철 그 사람을 겉으로만 알고 속을 잘 몰랐다”며 “어쨌든 그 양반을 선택한 도의적 책임이 내게 있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최 PD가 “김재철 사장은 이사장님이 선택한 게 아니라 이명박 정권에서 선택한 거잖아요”라고 묻자 “정권의 선택이라고 단정적으로 얘기할 수 없다”며 “그러니 선택이 적절하지 않았으면 그 책임이 이사장한테도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정권에 맞서지 못한 건 전적으로 이사장의 책임”이라며 “그 책임을 누구에게 미룬다는 건 온당한 일이 아닌 것 같다”고 덧붙였다.

▲ 김재철 전 MBC 사장. 스토리펀딩 언론회복 프로젝트 '공범자들' 8화 영상화면 갈무리
▲ 김재철 전 MBC 사장. 스토리펀딩 언론회복 프로젝트 ‘공범자들’ 8화 영상화면 갈무리

김 전 이사장 취재 이후 최 PD는 “시류가 변했기 때문일까요? 아니면 MBC PD 출신으로 자신이 MBC를 무너뜨리는데 큰 역할을 했다는 진정한 자성일까요?”라며 시류 영합인지 진정한 반성인지에 대해 의문을 품으면서도 “짧은 만남으로는 구별하기 어려웠지만 흔치 않은 반성적 토로였다”고 평가했다.

김 전 이사장은 김 전 사장이 취임한 직후인 2010년 3월 중순 신동아(4월호)와 인터뷰에서 “엄 사장이 나가면서 이제 공영방송을 위한 8부 능선은 넘어섰다”, “MBC 내의 ‘좌빨’ 80%는 척결했다”, “큰집도 (김 사장을) 불러다가 ‘쪼인트’ 까고 매도 맞고 해서 (만들어진 인사)” 등 권력과 방문진이 무리하게 MBC 사장인사에 개입했다고 폭로한 뒤 이사장에서 물러났다.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