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몰래 혼인신고’ 등 각종 의혹과 부적격 논란에 휩싸였던 안경환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16일 결국 자진사퇴했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내각 후보자로서는 첫 낙마 사례다. 

안경환 후보자 결국 자진 사퇴

안경환 법무부장관 후보자는 16일 저녁 “오늘 이 시간 부로 법무부 장관 후보직을 사퇴한다. 문재인 정부의 개혁 추진에 걸림돌이 될 수 없어 직을 내려놓는다”고 밝혔다고 법무부가 전했다.

안 후보자는 “비록 물러나지만 검찰개혁과 법무부 탈검사화는 꼭 이뤄져야 한다”며 “저를 밟고 검찰개혁의 길에 나아가 달라. 새로 태어난 민주정부의 밖에서 남은 힘을 보태겠다”고 말했다.

청와대는 이날 안 후보자 사퇴 이후 윤영찬 국민소통수석을 통해 “안타깝게 생각하며 본인의 의사를 존중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법무부의 탈(脫) 검찰화와 검찰개혁은 차질없이 진행될 것”이라는 입장을 전했다.

▲ 경향신문 1면 기사 갈무리.
▲ 경향신문 1면 기사 갈무리.
이날 오전 안 후보자는 기자회견을 통해 본인을 둘러싼 의혹을 해명하며 “장관 후보를 사퇴할 의사는 없다”고 밝힌 바 있으며 청와대 역시 인사 청문회에 적극 나설 뜻을 밝혔다. 그러나 이날 기자회견에서의 해명에도 불구하고 논란은 잦아들지 않았다.

안 후보자는 27세 때 교제했던 김 아무개씨 몰래 도장을 위조해 일방적으로 혼인신고를 했다가 이듬해 무효 판결을 받은 것으로 논란이 불거졌다. 또한 안 후보자의 아들이 고등학교 재학 시절 교칙 위반으로 퇴학 위기에 몰렸는데 안 후보자가 탄원서를 내서 퇴학을 모면하고 그 사실이 학생부에도 기록되지 않아 서울대 진학에도 별 어려움이 없었던 것 아니냐는 점도 문제로 제기됐다.

이번 논란은 인사 검증의 책임자인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에 대한 책임론까지 번져나갈 것으로 보인다. 국민일보에 따르면 안 후보자의 허위 혼인신고 사실 검증을 사전에 했는지를 둘러싸고 안 후보자 측과 청와대 간 ‘진실게임’이 벌어지기도 했다.

국민일보에 따르면 청와대는 안 후보자의 허위 혼인신고 사실을 문재인 대통령의 후보 지명 전에 파악하지 못했다며 15일 밤 첫 언론보도 이후에야 이 사실을 알게됐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안 후보자는 이런 사실이 알려지기 전 청와대 검증팀으로부터 관련 질문을 받고 일부 소명했다는 엇갈린 답변을 내놓았다. 또한 16일 오전 기자회견에서도 안 후보자는 2006년 국가인권위원장 취임 전 사전검증과정에서도 이미 내부적으로 해명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한국일보에 따르면 청와대가 국회로 송부한 인사청문요청서에는 ‘혼인무효’기록이 적시돼있어 청와대가 ‘사적인 문제’라는 이유로 확인조차 거치지 않은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이번 안 후보자의 자진 사퇴로, 향후 인사청문회를 앞두고 있는 시점에서 문재인 정부의 부적격 인사 논란 등은 정치권을 중심으로 더욱 강한 공세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야권은 이미 조대엽 노동부 장관 후보자 역시 낙마대상으로 거론하고 있고, 송영무 국방부 장관 후보자는 방산업체로부터 고액 자문료를 받은 의혹에 휩싸이기도 했다.

조선일보는 이날 사설에서 “안 후보자 사퇴는 아무리 대통령 지지율이 높더라도 명분이 없으면 뜻대로 할 수 없다는 점을 보여줬다”고 지적한 뒤 조대엽 고용노동부 장관 후보자와 김상곤 교육부총리 후보자를 거론하며 “김·조 두 후보자의 흠결 역시 직무와 직결돼 있다. 자진 사퇴하지 않고 더 시간을 끌면 새 정부에 부담이 될 뿐”이라고 주장했다. 

동아일보는 사설에서 “인사 검증을 맡고 있는 조국 민정수석비서관의 책임을 묻지 않을 수 없다”며 “조 수석은 안 후보자가 서울대 법대 교수일 때 임용심사를 거쳐 교수로 임용됐다. 경력 조회만 해도 알 수 있는 안 후보자의 이런 과거를 몰랐다면 직무유기를 한 것이고 알고도 추천했다면 이 정도 흠결은 상관없다는 ‘내로남불(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이자 입맛에 맞는 사람은 무사통과시켜주는 ‘코드 검증’이나 다름 없다”고 비판했다.

경향신문도 야당과의 소통을 강화하고 지지율에 기대 야당을 압박하는 방식을 탈피할 것을 주문했다. 사설에서 경향신문은 “지금과 같은 여소야대 정국에서 협치는 선택이 아니라 필수”라며 “이런 상황에서 대통령의 국정운영 방향이 옳다고 해도 야당과의 갈등을 방치하는 것은 지혜롭지 못한 일이다. 등락이 있을 수 밖에 없는 지지율에 기대 야당을 압박하는 방식으로는 지속가능한 국정을 담보하기 어렵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경찰, 백남기 농민에 첫 공식 사과

이철성 경찰청장이 2015년 말 민중총궐기 집회 때 경찰 물대포에 맞아 쓰러진 뒤 숨진 백남기 농민과 유가족에게 ‘애도와 사과’의 뜻을 밝혔다. 1년 7개월 만의 일이다.

이 청장은 지난 16일 오후 3시 기자회견을 통해 “민중총궐기 집회 시위 과정에서 운명을 달리하신 고 백남기 농민과 유가족분들게 깊은 애도와 함께 진심 어린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고 전했다.

이어 이 청장은 일반 집회시위현장에 살수차를 배치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이 청장은 “경찰의 공권력은 어떤 경우에도 국민의 안전을 보장하면서 절제된 가운데 행사되어야 한다. 경찰의 과도한 공권력으로 국민이 피해보는 일은 다시 없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 한겨레 1면 기사 갈무리.
▲ 한겨레 1면 기사 갈무리.
경찰이 공식으로 백남기 농민과 유가족에게 사과하는 것은 처음 있는 일이다. 지난 15일 서울대병원이 백남기 농민 사망진단서에 기록된 사인을 ‘병사’에서 ‘외인사’로 수정해 경찰의 물리적 책임 근거가 굳어지고 경찰 내부적으로도 경찰개혁위원회가 이날 출범한 것을 계기로 이 청장이 전격적으로 사과를 결심한 것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한겨레에 따르면 이번 사과에 백남기 농민의 사인과 관련한 경찰의 책임에 대한 구체적인 적시와 반성 등이 빠져 유족과 시민사회단체는 사과문을 수용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고 백남기씨의 딸 백도라지씨는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아버지가 물대포 직사살수를 당해 숨졌는데 사고 원인에 대한 설명은 없고 잔뜩 뭉뚱그린 사과문을 냈다. 사과는 하지만 여러 책임은 피하겠다는 의도”라고 비판했다.

우병우 “사죄”라면서도 혐의는 모두 부인

지난해 불거진 국정농단 사태에 대해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은 서울중앙지법 형사33부 심리로 16일 열린 첫 정식재판에서 “국민의 축복 속에 선출된 대통령님이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탄핵이 되도록 제대로 보필하지 못한 정치적 책임에 대해 국민 여러분께 사죄의 말씀을 올린다”고 말했다.

이날 재판에서 우 전 수석은 미르·케이스포츠재단 설립 관련 최순실씨와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의 비위를 알고도 진상을 덮는 데 가담하고(직무유기), 문화체육관광부 공무원들에 대한 좌천성 인사를 강요한 혐의(직권남용, 강요) 등 8개 혐의를 받고 있다.

▲ 조선일보 10면 기사 갈무리.
▲ 조선일보 10면 기사 갈무리.
경향신문에 따르면 우 전 수석은 검찰의 공소사실을 모두 반박했다. 그는 “일만 알고 살아온 저는 지난해 7월 잘못된 언론보도로 국민의 지탄을 받는 사람으로 전락했다”며 언론보도에 탓을 돌리기도 했다. 우 전 수석은 박영수 특별검사팀과 검찰이 청구한 구속영장이 두 차례 기각된 것을 언급하며 “제가 국정농단에 관여하지 않았다는 사실이 밝혀졌다”고 주장했다. 또한 박 전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정당한 업무를 수행한 것이라는 주장도 덧붙였다.

문재인 정부 첫 대법관 후보 2명 제청

양승태 대법원장이 16일 문재인 정부 첫 대법관 후보로 조재연 변호사와 박정화 서울고등법원 부장판사를 임명제청했다. 두 사람은 보두 비서울대 출신의 현직 변호사와 여성 법관이라는 특징이 있다. ‘서울대, 50대 남성, 고위 법관’출신이 대부분인 현재의 대법원 구성과는 확연히 달라 대법원 구성이 큰 틀에서 변화될 가능성도 점쳐진다.

한겨레에 따르면 조재연 변호사는 덕수상고를 졸업한 뒤 한국은행에서 일하며 성균관대 법학과를 야간으로 다니다가 22회 사법시험에 수석합격한 인물이다. 판사로 11년 간 일하면서 시국 사건에서 여러 차례 소신 판결을 내렸다. 1985년 이른바 ‘민중달력’ 사건의 압수·수색영장을 기각했고, 야당 의원의 국회 발언 속기록을 모은 ‘민주정치1’을 출간한 판사 대표를 즉심에 회부한 사건에서 ‘유언비어’ 유포로 볼 수 없다며 무죄를 선고하기도 했다.

박정화 서울고등법원 부장판사는 고려대를 졸업하고 대법원 재판연구관, 사법연수원 교수, 서울행정법원 부장 등을 지냈다. 행정법원에서는 파업에 참여했다는 이유로 징계해고 당한 쌍용자동차 직원 해고가 부당하다고 처음으로 인정하는 판결과 직업이 없는 구직자가 포함된 노동조합 설립도 적법하다는 판결 등 노동관계 법률의 해석 기준을 명확히 하는 판결을 다수 했다.

▲ 한국일보 4면 기사 갈무리.
▲ 한국일보 4면 기사 갈무리.
공공기관 성과연봉제 사실상 폐기

지난해 1월 박근혜 정부가 4대 구조개혁의 일환으로 도입했던 공공기관 성과연봉제가 약 1년반 만에 사실상 폐기됐다.

기획재정부는 16일 김용진 2차관 주재로 공공기관운영위원회를 열어 ‘공공기관 성과연봉제 관련 후속조치 방안’을 의결했다. 해당 방안에 따르면 성과연봉제 권고안의 이행기한을 없애고 각 기관이 기관별 특성과 여건을 반영해 시행 방안 및 시기를 자율 결정할 수 있도록 했다. 당초 기한 내에 도입하지 않을 경우 적용하기로 한 2017년 총인건비 동결 등 패널티도 없앴다.

다만 공공기관이 자율적으로 보수체계를 권고안 이전으로 환원하거나 권고안보다 완화된 기준으로 변경하는 경우 이미 지급한 조기 이행 성과급과 우수기관 성과급을 노사협의 등을 통해 반납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고 명시했다. 이번 조치에 따라 노사 합의 없이 성과연봉제를 도입한 기관은 이사회의결을 거쳐 성과연봉제 관련 취업규칙을 제·개정해 종전 보수체계로 환원·변경할 수 있게 됐다.

▲ 경향신문 5면 기사 갈무리.
▲ 경향신문 5면 기사 갈무리.
민주노총과 한국노총의 공공부문 노동조합 공동대책위원회는 16일 오후 기자회견을 통해 “성과연봉제 폐기는 양대 노총과 정부가 수차례 협의해 이뤄진 것으로 지난해 발생한 극심한 노정 갈등을 마무리한 결정“이라며 환영의 뜻을 밝혔다. 

이들은 또한 정부가 ‘당근책‘으로 나눠준 성과연봉제 도입 인센티브 1600억원도 다시 걷어가야 한다고 요구했다. 이들은 “1600억원을 정부가 전액 환수해 비정규직 처우 개선, 공공부문 청년고용 확대 등 공익 목적으로 사용할 것을 촉구한다“며 “활용방안을 노사정이 함께 7월까지 논의할 것을 공식 제안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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