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경환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16일 본인의 허위 혼인신고 사실에 대해 직접 사과했지만 구체적인 해명이 청와대 측과 달라 인사청문회까지 논란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 관련기사 : “사퇴할 생각 없다” 청문회 정면돌파 선언한 안경환 ]

청와대 측은 지난 15일 “배우자였던 여성의 이혼 기록을 남기지 않기 위해 이혼 대신 혼인무효 형식을 빌린 것으로 알고 있다”고 주장했지만, 안 후보자는 기자회견에서 “나만의 이기심에 눈이 멀어 당시 사랑했던 사람과 그 가족에게 실로 어처구니없는 잘못을 저질렀다”고 말했다.

청와대 주장대로라면 두 사람은 정상적인 결혼생활을 하다가 이혼하게 됐는데, 이혼 여성을 부정적으로 보는 당시 사회 분위기 탓에 안 후보자가 배우자의 이혼 기록이 남지 않도록 배려했다는 것이다.

▲ 안경환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16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한법률구조공단 서울개인회생·파산종합지원센터에서 허위 혼인신고 사실 등에 대한 해명, 사과했다. 사진=민중의소리
안경환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16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한법률구조공단 서울개인회생·파산종합지원센터에서 허위 혼인신고 사실 등에 대한 해명, 사과했다. 사진=민중의소리
하지만 16일 안 후보자와 기자들 간 질의응답 내용에 따르면 이 같은 청와대 측의 해명은 안 후보자와 상의한 내용이 전혀 아니고 당시 판결문을 보더라도 모순점이 많다.

미디어오늘이 입수한 1976년 2월26일 심리가 종결된 서울가정법원 판결문을 보면 당시 27세였던 안 후보자는 군대 의병 제대 후 1975년 12월21일자로 김아무개씨(22)와 혼인신고를 마치고 법률상 부부로 호적부에도 신고해 올렸다.

혼인신고 후 이 결혼이 무효가 될 때까지 불과 두 달여밖에 걸리지 않았다. 시점상 ‘정상적인 결혼생활’을 했다고 보기 어려운 정황이다.

게다가 판결문에는 ‘두 사람은 서로 대학 졸업 후 친지 소개로 알게 돼 교제를 했으나 이상(理想)이 맞지 않아 김씨가 약혼과 혼인을 주저하고 있었다”며 “안경환은 김씨의 도장을 위조 날인해 허위의 혼인신고를 일방적으로 마친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고 밝히고 있다.

안 후보자가 상대방의 동의 없이 혼인신고를 한 이유에 대해선 “안경환은 김씨와 혼인 신고가 돼 있으면 김씨가 자신을 어쩔 수 없이 사랑하게 되고 혼인을 하리라 막연히 생각했다”고 나와 있다.

판결문대로라면 안 후보자는 처음부터 상대방이 원치 않은 결혼을 하기 위해 도장을 위조해 허위로 혼인신고 했다. 혼인무효 소송을 통해 이혼 기록을 지우자고 서로 ‘공모’하지 않았다면 “여성을 배려하기 위해 일부러 혼인무효 판결을 받았다”는 주장은 설득력이 떨어진다.

게다가 김씨는 변호사를 선임해 혼인무효확인 소송을 제기했고 김씨의 부친도 안 후보자가 신고한 호적등본이 위조문서라고 주장했기 때문이다.

안 후보자는 이날 기자들과 질의응답에서도 “내가 이혼한 것 자체가 국정수행에 결정적 장애가 될 정도의 도덕적 흠으로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해 이혼 사실을 숨기기 위해 허위로 혼인신고를 했다고도 보기 어렵다.

이날 안 후보자는 입장문을 통해 “입에 담기조차 부끄러운 그 일은 전적인 나의 잘못으로 변명의 여지가 없는 행위였다”며 “그 후에 후회와 반성을 통해 나의 이기적인 모습을 되돌아보고 참된 존중과 사랑이 과연 무엇인가에 대해 고민하게 됐다”고 말했다.(관련기사 : 고개숙인 안경환 “잘못 사죄하지만 기회가 주어진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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