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BS해직자를 중심으로 구성된 방송정상화를 위한 희망자전거 순례단(단장 전동철)은 지난 5일 부천에 위치한 OBS 본사에서 출발해 광명-시층-화성-용인-여주-하남-의정부-강화-인천 등 경인지역 41개 시군구 1013km를 거쳐 16일 오후 OBS로 돌아왔다. 지역 시청자들을 좋은 방송으로 찾지 못한 대신 직접 만나 지역언론 정상화의 필요성을 설득하고, 지지를 호소하는 대장정이었다.

전동철 단장은 이날 OBS 본사에서 열린 투쟁 결의대회에서 조합원들에게 “다시 만나게 돼 반가웠다”며 경과를 보고했다. 전 단장에 따르면 언론노조 MBC본부에서 차량을 지원하는 등 언론노조에서 지원했고, 라이더 5명(해직자)과 지원조 3명 등 8명이 1000여km를 달렸다. 이외에도 1일 라이더 및 지원조 25명이 참석해 총 33명이 희망자전거 순례에 동참했다고 밝혔다.

▲ 16일 경기도 부천 OBS 본사에서 열린 투쟁 결의대회에서 희망자전거 대장정을 마치고 돌아온 전동철 단장이 조합원들에게 경과를 보고하고 있다. 사진=전국언론노조 제공
▲ 16일 경기도 부천 OBS 본사에서 열린 투쟁 결의대회에서 희망자전거 대장정을 마치고 돌아온 전동철 단장이 조합원들에게 경과를 보고하고 있다. 사진=전국언론노조 제공

지난 9일 YTN 해직언론인 노종면 앵커가 자신의 페이스북에 희망자전거 대장정에 대해 글을 올려 이들을 응원한 바 있다. 노 앵커는 “YTN 해직사태에 늘 아파해주고 긴 싸움에 힘을 보태주던 전동철 전 노조위원장이 대선 직전인 지난 4월14일 동료 12명과 함께 정리해고 통보를 받았다”며 “그렇게 바라던 정권교체가 이뤄졌지만 졸지에 해고자가 된 그와 그들의 마음을 헤아릴 길이 없다”고 남겼다. 이어 “부디 건강히 대장정 마치시길”이라며 전 동지, 부끄럽지만 여기에라도 다짐을 적어두겠오. 함께 싸웁시다“라고 덧붙였다.

미디어오늘은 결의대회를 마치고 이날 오후 전 단장에게 희망자전거 대장정에 대해 좀 더 자세히 들어봤다.

희망자전거 대장정을 기획한 게 전 단장이다. 그는 “우리가 방통위 앞에 피케팅도 했지만 위원장 등이 구체적으로 선임되지 않은 상황에서 실효성에 대해 고민을 했다”며 “그런 투쟁을 하기보다는 우리가 지역시청자들을 직접 만나는 기회를 갖는 게 어떨까 싶었다”고 말했다. “OBS 사정도 알리고 지역시청자들과 지역현안을 공유”하는 게 더 필요했다는 판단이었다.

전 단장에게 기억에 남았던 지역현안에 대해 물었다. 그는 세월호 유가족들을 만나 나눈 이야기를 전했다.

“세월호 (희생자) 학생·시민들이 여덟 곳에 흩어져있어요. 그래서 유가족들은 한 곳에 모으고 싶어해요. 이른바 ‘추모공원’이라고 하죠. 현재 영정사진을 모아놓은 곳이기도 한 안산 화랑유원지에 추모공원을 만들고 싶어해요. 하지만 ‘일종의 납골당’이라며 안산 지역사회에서 반대하고 있죠. 집값·환경문제 등이 이유죠. 이런 문제를 어느 누구도 관심을 가져주지 않고 있어요. 지역 언론에서 다뤄야 하는 거죠.”

경인지역 1400만 시청자들의 현안을 다루는 게 OBS의 존재이유다. 20여개 시민단체는 순례단에 화답했다.

전 단장은 “OBS는 굉장히 힘들게 얻어낸 방송인데 이렇게 대주주의 사유물로 전환한 것에 대해 (시민들이) 분노하고 있다”고 말했다. 10여년전 OBS 경영이 어려워지자 시도민들이 약 10억원의 자금을 마련해 OBS를 돕겠다고 나섰지만 대주주가 시도민주는 받지 않겠다고 해 결과적으로 OBS 구성원들이 거짓말을 하게 된 사건도 있었다. 그럼에도 이번 대장정을 통해 “투쟁에 대해 시민들과 적극적으로 공유하기로 했다”고 전 단장은 전했다. 자전거 한번 탈 기회 없었던 조합원들이 더운 날씨를 이기며 현장을 다닌 결과다.

▲ 지난 10일 OBS 방송정상화를 위한 희망자전거 순례단이 모란공원을 찾아 박종철, 이한열, 김근태 열사 등에게 참배하고 있다. 사진=OBS희망조합지부
▲ 지난 10일 OBS 방송정상화를 위한 희망자전거 순례단이 모란공원을 찾아 박종철, 이한열, 김근태 열사 등에게 참배하고 있다. 사진=OBS희망조합지부

순례단은 지난 5일 일정을 시작하면서 안산 화랑유원지를 찾아 세월호 유족들을 만난 데 이어, 6일에는 탄저균 평택대책위를 찾아 가장 큰 관심사인 미군 화학무기 문제에 대해서도 간담회를 가졌다. 지난 10일 6·10항쟁일을 맞아 모란공원을 찾은 순례단은 전태일·박종철 열사, 김근태 전 의원의 묘역을 참배하기도 했다.

전 단장은 다소 지친 모습이었다. 평소 안 쓰던 근육을 사용해 체력적으로 힘들었던 점과 경찰이 에스코트를 해줬지만 도로에는 위험이 상존한다는 점이 조합원들을 다소 불안하게 했다. 하지만 이들은 큰 부상없이 무사귀환 했다. 전 단장은 “자전거를 한 번도 타보지 않은 조합원들끼리 겁도 없이 시작했지만 겁 없는 도전이 성공할 수 있게 해 감사드린다”며 “전국언론노조 깃발아래 반드시 무한한 도전의 가능성을 열어 끝까지 투쟁해 나갈 것”이라고 다짐했다.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