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철성 경찰청장이 고 백남기 농민에 공식 사과하고 일반 집회 현장에 살수차를 배치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이 경찰청장은 16일 기자회견을 열어 “고 백남기 농민과 유가족 분들께 깊은 애도와 함께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고 이같이 밝혔다.

서울대병원이 고 백남기 농민의 사인을 병사에서 외인사로 수정하고 하루 만에 사과 메시지를 내놓은 것이다.

하지만 고 백남기 농민의 사인이 외인사로 바뀐 이상 책임자 처벌과 같은 강도 높은 후속조치를 내놔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이 청장은 “경찰의 과도한 공권력으로 국민이 피해를 입는 일은 다시는 되풀이 되지 말아야 할 것”이라며 “앞으로 경찰은 일반 집회시위 현장에는 살수차를 배치하지 않겠다. 사용요건 또한 최대한 엄격하게 제한하겠다”고 말했다.

특히 이 청장은 “새 정부 출범과 함께 경찰에 인권 대응을 요구하는 목소리와 기대가 높다”고 말해 스스로 정권 교체에 따른 사과임을 시사했다.

▲ 이철성 경찰청장이 6월16일 오후 서울 미근동 경찰청에서 열린 ‘경찰개혁위원회 발족식’ 에 참석해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이 청장은 모두발언을 통해 “백남기 농민과 유족께 진심어린 사과를 드린다”고 말했다. 사진=노컷뉴스
▲ 이철성 경찰청장이 6월16일 오후 서울 미근동 경찰청에서 열린 ‘경찰개혁위원회 발족식’ 에 참석해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이 청장은 모두발언을 통해 “백남기 농민과 유족께 진심어린 사과를 드린다”고 말했다. 사진=노컷뉴스
지난 2014년 11월 민중총궐기 시위 도중 경찰의 물대포에 쓰러져 지난해 9월 숨진 고 백남기 농민 사건에 대해 당시 강신명 전 청장은 사과를 하지 않았다.

백남기 농민 사망 사건 청문회에서도 경찰은 당시 상황 속보를 은폐한 정황이 드러나고 사망 책임을 회피하기 위해 몰두하면서 비판을 받았다.

당시 이철성 청장은 “백남기 농민에 대해서는 안타깝게 생각하고, 개인적으로는 문상 등 할 수 있겠지만 조직에 몸 담고 있고 소송에 걸려있는 상황에서는 불가할 것 같다. 양해바란다”고 말했다.

지난해 9월 경찰청 출입 기자간담회에서도 이 청장은 “백남기 농민이 돌아가신데 대해서는 안타깝고 유감으로 생각한다”면서도 “폭력시위 진압 과정에서 생긴 일이지만 어쨌든 고귀한 생명이 돌아가신 부분에 대해서는 안타깝고 유감이라고 말씀드린다”고 말했다. 고 백남기 농민의 사망을 ‘폭력시위’ 탓으로 돌린 것이다.

하지만 정권 교체 후 서울대병원이 사인을 변경하고 고 백남기 농민의 사망 책임이 분명해지자 쫓기듯 사과를 하고 살수차 배치에 신중하겠다는 입장을 내놓은 것이다.

이 청장이 말한 ‘일반 집회 현장’을 판단하는 기준도 모호해 향후 살수차 배치 제한 내용도 살펴볼 필요가 있다.

외부의 충격으로 백남기 농민이 사망했다는 의학적 소견이 확인됐기 때문에 강신명 전 총장을 포함해 현 경찰 조직 역시 책임 있는 ‘행동’을 보여줘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박근혜 정부에서 임명된 이철성 청장은 새정부 출범 후 사퇴할 것이라는 전망이 있었지만 “사의를 표명할 의사가 없다”고 밝힌 바 있다.

이날 기자회견은 경찰개혁위원회 발족 현장에서 이뤄졌다.

이 청장은 “경찰의 존재이유와 역할은 무엇인지, 국민들이 진정 원하는 경찰은 무엇인가를 항상 고민하고 국민이 공감하는 경찰활동을 펼치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며 “위원회에서 도출된 과제들은 실질적인 변화로 이어질 수 있도록 차질없이 실천 실행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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