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씨를 풍자한 그래피티 작업(벽화 그림)을 한 홍승희씨가 2심 재판에서 ‘재물손괴죄’로 150만원 벌금형을 받았다. 1심에서는 같은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받았다.

홍승희씨는 지난 2015년11월14일 ‘사요나라 박근혜’(안녕 박근혜)라는 제목의 풍자 그래피티 작업을 했다. ‘사요나라 박근혜’는 서울 홍익대학교 공사장 가벽에 만든 작품으로, 순방을 떠나는 박근혜씨의 모습이 그려져 있다.

▲ 홍승희씨가 작업한 '사요나라 박근혜' 사진제공=홍승희
▲ 홍승희씨가 작업한 '사요나라 박근혜' 사진제공=홍승희
이후 홍씨는 해당 작업물과 2014년 8월 세월호 추모집회 당시 도로에서 벌인 퍼포먼스 작업을 이유로 각각 ‘재물손괴죄’, ‘일반교통방해죄’ 혐의로 조사를 받았다. 2016년 10월 검찰은 두가지 죄를 묶어 1년 6개월을 구형했다. 다만 같은 해 11월11일 선거공판에서 재물손괴죄(그래피티건)은 무죄가 선고됐다. 당시 법원은 재물손괴죄에 대해 “홍씨가 재물손괴 고의가 있다고 보기 어렵고 담장의 효용을 해쳤다고 볼 수 없다”고 판시했다. 다만 일반교통방해죄의 경우는 50만원 벌금형이 나왔다.

검찰은 홍승희씨의 1심 재판에 항소했다. 15일 서울서부지법 형사항소 2부는 홍씨의 재물손괴죄에 벌금 150만원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철제 담장에 스프레이를 이용해 문제가 된 그림을 그렸는데, (철제 담장의 소유주인) 한진중공업 직원 진술에 의하면 재물의 가치가 떨어졌다”고 밝혔다. 

재판에서 한진중공업 직원은 “사전에 그림 그리는 것을 허락한 사실이 없고 그림이 물로 지워지지 않았다”는 진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재판부는 “피고인은 두 차례에 걸쳐 한진중공업 소유의 담장을 훼손했다”며 벌금형을 판시했다.

홍씨는 ‘사요나라 박근혜’와 함께 국정교과서를 반대하며 박정희 전 대통령의 얼굴이 그려진 국정교과서가 물대포에 맞는 모습의 작업을 한 적이 있다. 이외에도 2015년 민중총궐기에서 한 시민이 경찰의 눈에 들어간 최루액을 닦아주는 사진을 딴 그래피티 작업도 했다. 이 그래피티 건에 ‘사요나라 박근혜’의 사례까지 더해진 것이다.

▲ 홍승희씨의 2015년 11월 작업. 민중총궐기 당시 시민이 경찰의 눈에 들어간 최루액을 닦아주는 사진을 보고 만든 작업. 이 작업  역시 홍대 부근 공사장 임시가벽에 설치됐고, 하루 뒤 철거됐다. 사진제공=홍승희
▲ 홍승희씨의 2015년 11월 작업. 민중총궐기 당시 시민이 경찰의 눈에 들어간 최루액을 닦아주는 사진을 보고 만든 작업. 이 작업 역시 홍대 부근 공사장 임시가벽에 설치됐고, 하루 뒤 철거됐다. 사진제공=홍승희
홍씨는 그래피티 작업을 한 장소가 다른 그래피티도 즐비한 장소인데 다른 그래피티 작업은 그대로 놔두고 권력풍자를 한 그래피티 작업물만 검열을 받게된 것을 비판했다. 또한 해당 판결이 표현의 자유를 침해한다고 주장했다.

홍씨는 오마이뉴스 ‘사요나라 박근혜가 유죄? 난 입다물지 않을 것이다’라는 기고글에서 “늦은 밤 모자도 안 쓰고 편안하게 한 그라피티 작업이며, 피해자가 신고도 없었는데 경찰이 먼저 수사에 착수했다”라며 “(홍대 가벽에) 내 그림을 제외한 다른 욕설과 커다란 그림들은 그대로다”라고 썼다.

▲ 홍승희씨. 사진=이치열 기자 truth710@
▲ 홍승희씨. 사진=이치열 기자 truth710@
이어 홍씨는 “나의 생계비보다 많은 벌금을 낼 만큼 큰 죄를 짓지 않았다고 생각한다”며 “내가 아니라고 생각하는 것을 아니라고 말할 자유, 그것을 쓰고 그리고 행동할 자유가 있다. 재판 결과와 상관없이 앞으로도 내 생각을 말하고 행동할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홍씨는 상고여부에 대해서는 아직 결정된 것이 없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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