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경환 법무부장관 후보자가 5·16을 4·19 혁명과의 관계를 따져 긍정적으로 평가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나타났다. 5·16 군사쿠데타가 4·19 혁명을 짓밟은 권력 찬탈 행위였다는 역사계 평가와는 상반된다. 여성비하 논란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안 후보자의 역사관도 논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안 후보자는 ‘5·16 혁명인가, 쿠데타인가’라는 글(2011년 5월17일 국제신문)에서 5·16을 이분법적으로 평가해선 안된다는 입장을 밝혔다.

안 후보자는 “기적으로까지 부르는 빛나는 성공의 원동력은 무엇인가. 4·19로 상징되는 국민의 민주의식과 5·16 군사정부의 주도 아래 정착한 근대화, 산업화의 사회구조 아닌가. 둘 중 하나라도 없었더라면 오늘의 한국이 가능했을까”라고 썼다.

그러면서 안 후보자는 “정권 따라 진퇴를 거듭하고 있지만 적어도 더 이상 군사쿠데타는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세상이 되었다. 어디 그 뿐인가. 지구상 최빈국의 굴레를 벗어던지고 비상하여 세계 최대의 부국 반열에 명함을 내밀고 있지 않은가. 이러한 경제적 성공이 당시 수준의 민주의식만으로 가능했을까”라고 반문했다.

이어 안 후보자는 “4·19와 5·16은 2인 3각이다. 애초에는 서로 상반되는 이념이었을지 모른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그렇게 되었다. 모든 역사는 선 또는 악의 일변도일 수 없다. 정과 반이 합을 이루는 것, 그것이 역사다. 5·16, 구국의 혁명인가, 아니면 권력찬탈을 위한 쿠데타에 불과한가? 굳이 양자택일, 일도양단의 판정을 내려야 할까”라고 썼다.

안 후보자는 “모든 혁명이 고귀한 것은 아니고 모든 쿠데타가 곧바로 악이 아닌 것은 역사가 가르쳐주는 교훈이다. 역사는 맹목적인 증오도 낭만적인 향수도 경계한다”면서 “4·19 직후에 이 땅에서 제대로 정착되지 않았던 서구적 민주주의에 대한 환상이 초래한 각종 분열, 무질서, 비효율이 군인의 전면등장을 환영했던 국민정서의 배경이기도 했다. ‘한국적’ 민주주의를 표방한 이면에는 서구 제국주의의 질곡에서 벗어나려는 터키와 이집트의 민족혁명에 고무되었던 측면도 있었다. 군대 이외에는 마땅한 개혁세력이 없었던 시대의 한계이기도 했을 것”이라고 밝혔다. 보통 4·19혁명과 5·16 쿠데타를 대척점으로 놓고 민주주의 역사 발전에 대한 평가를 내리는 것과는 상반된 입장이다.

▲ 안경환 법무부 장관 후보자.  사진=노컷뉴스
▲ 안경환 법무부 장관 후보자. 사진=노컷뉴스

안 후보자는 지난 2015년 지역의 세미나 포럼에서 ‘4·19와 5·16은 조화 가능한가’라는 제목으로 책에서 밝힌 내용과 비슷한 주장을 내놨다.

안 후보자는 “5·16 세력의 상당수가 4·19를 지지한 사람들이고 이들은 민족주의를 내세워 나라를 바꾸고자 했다”면서 “5·16은 근대적 경제체제를 개발하려고 했던 것이며 4·19와는 2인 3각 관계”라는 문학평론가 김병익의 말을 소개했다. 당시 안 후보자의 강연을 소개했던 오마이뉴스 기사에 따르면 안 후보자는 “박정희 유신체제는 악의 전형으로 받아들일 수 없다”고 말했다.

5·16이 발생한 역사적 배경에 미완의 혁명인 4·19가 있다는 주장으로 풀이된다. 결국 4·19와 5·16은 따로 떼서 생각할 수 없는 역사적 사건이고 쿠테타라는 5·16의 역사적 평가도 재고해봐야 한다는 주장이다. 안 후보자의 주장은 5·16 군사쿠데타의 정당성을 옹호하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는 점에서 논란이 될 수 있다.

심용환 역사N교육연구소 소장은 “5·16 쿠데타가 없었으면 산업화가 안됐을 것이라는 결정론적 주장이다. 비정상적인 방법을 통해서라도 산업화를 했어야 했다는 기성세대의 주장을 답습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심 소장은 “5·16 당시 이를 지지하는 지식인이 있었던 것은 맞지만 의회 정치가 발전하지 못하고 혼란스러운 상황에서 정치 발전보다는 ‘군사 혁명’이 옳다는 건 그 시대의 유아적 발상인데 이를 받아들이는 모습”이라며 “민주화와 산업화를 이뤘으니 선진화 국가로 가야 한다는 MB식 아젠더”라고 비판했다.

그는 “결국 말은 그럴싸해 보이지만 민주주의를 부정하고 산업화를 재생시키는 도구로 쓰인 것인데 이와 비슷한 주장으로 보인다”면서 “적어도 개혁을 바라는 사회 분위기와 넓게 봤을 때 박정희 시대부터 쌓아온 적폐를 해소하자는 취지로 보면 안 후보자의 생각은 올드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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