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들 안녕! 헤이지니의 지니로 돌아온 혜진이예요.”

키즈콘텐츠계에서 ‘캐통령’으로 불리는 1대 캐리 강혜진씨가 지난달 ‘헤이지니’로 돌아왔다. 캐리로 활동하던 그가 캐리소프트를 떠난지 3개월 만이었다. ‘컴백’ 동영상은 99만 조회 수를 기록했고 1만개가 넘는 댓글이 달렸다. 유튜브 채널 개설 후 한 달도 지나지 않았지만 헤이지니 채널 구독자는 28만 명을 기록했다.

남매가 과거 몸담았던 캐리소프트는 장난감 포장을 풀고 조립을 하거나 갖고 노는 ‘언박싱’ 장르를 국내 정서에 맞게 제작하며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아이들이 궁금해 하는 장난감을 갖고 놀면서 함께 소통했다. 캐리소프트는 뮤지컬, VOD 등을 통해 사업도 다각화했다. 그 곳에서 강혜진씨는 중심이었다.

그런데 강혜진씨는 재계약을 하지 않았다. 양측 주장이 엇갈리는 면이 있지만 내부 사정이 어떻든 하차 소식은 팬들에게 충격적이었다. 팬들은 캐리 교체를 알리는 영상에 ‘싫어요’를 누르며 반발했다. 그렇게 화면을 떠났던 혜진씨는 오빠와 함께 독립해 키즈웍스라는 회사를 차리고 다시 콘텐츠를 만들기 시작했다.

▲ 강민석 강혜진 남매. 사진=키즈웍스 제공.
▲ 강민석 강혜진 남매. 사진=키즈웍스 제공.

책상 위에서 강혜진씨가 정면을 바라보고 특유의 ‘솔’톤으로 말을 건네는 모습은 이전과 크게 다르지 않다. 강씨는 “장난감을 리뷰하지만, 그보다는 아이와 가족이 함께 할 수 있는 상황극과 만들기에 주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보노보노 인형 세트를 갖고 인형과 대화를 하거나 ‘레고젤리’ ‘솜사탕 아이스크림’ 같은 어린이용 음식을 만드는 식이다.

헤이지니의 장난감 리뷰는 조금 특별하다. “우리는 정말 현실남매다. 오빠와 연년생이다 보니 어릴 때 장난감을 갖고 같이 놀았다. 있는 모습을 그대로 보여주는 걸 아이들이 좋아해준 것 같다.” 따로 대본도 없고, 즉흥적으로 만들어진 콘텐츠가 대부분인 것도 ‘자연스러움’을 강조하기 때문이다. 인형 뽑기를 할 때 예상치 못한 인형이 나오자 정말 놀라고, 젤리를 만들 때 재료비율 맞추기에 실패하는 모습도 자연스럽다.

캐리소프트 때와 달리 남매가 마룻바닥에서 장난감을 갖고 노는 콘텐츠도 선보일 예정이다.

“가장 중요한 건 ‘내가 이걸 갖고 놀았을 때 재미있겠다’는 생각이 들어야 한다는 사실이다. 2년 동안 해본 결과 내가 재미있지 않으면 티가 많이 나더라. 그래서 제작을 해 놓고 유튜브에 올리지 않은 영상도 꽤 많다. 내가 연기를 지나치게 하게 되는 경우는 엎는다. 반면 잘 될 때는 30분 만에 녹화를 끝내기도 한다.” 강혜진씨의 말이다.

강씨는 2주에 한 번씩은 꼭 ‘시장조사’를 간다. 아이들이 원하는 게 무엇인지 알기 위해서다. “동대문, 목동 등 여러 곳을 돌아다니며 발품을 판다. 도매 가게에 들어가면 문방구에 입고되는 물품들이 가장 맨 앞에 깔려 있다. 이걸 보면 트렌드를 알 수 있다. 최근에는 손으로 갖고 노는 ‘피젯스피너’가 인기가 많다. 신제품이 아니더라도 좋은 제품을 종종 ‘득템’할 수 있는 것도 도매의 장점이다.”

독자의 반응을 보고 원하는 콘텐츠를 만드는 것도 중요하다. “처음에는 만들기 영상들을 올렸는데, 아이들이 ‘장난감은 왜 안 해요?’라고 묻더라. 그러면 장난감 영상을 계속 올리는데, ‘액체괴물 영상은 왜 안 만드냐’고 묻길래 ‘내일 올라간다’고 답변해 놨다. 오늘 찍을 계획이다.” 헤이지니 유튜브 채널에 가면 독자 댓글에 일일이 달린 답글을 볼 수 있다. 강혜진씨는 크리에이터에게 가장 중요한 자질로 ‘소통’과 ‘피드백’을 꼽았다.

▲ 헤이지니 초코분수대 편.
▲ 헤이지니 초코분수대 편.

본명보다 ‘원조 캐리’로 유명한 강혜진씨는 MBC·KBS 등 지상파에도 출연하며 ‘뉴미디어’와 ‘올드미디어’를 넘나들고 있다. 이달 초엔 MBC ‘마이리틀텔레비전’에 출연해 주목을 받았고 KBS에서는 어린이 프로그램 ‘TV유치원’ 메인MC를 맡았다.

“KBS 제작진에서 ‘왜 우리는 25명인데 2명이서 제작하는 콘텐츠보다 조회 수가 낮을 걸까’라고 의아해하시더라. 여기서도 하고 싶은 걸 자연스럽게 하는 게 좋다고 생각한다. 교육적인 내용을 방송해야 하고 심의에 걸리면 안 되기 때문에 제약이 전혀 없는 건 아니다. 하지만 내가 어떤 대사를 할지, 행동을 할지에 대한 지시가 일일이 내려오지 않는다. 교육적이면서도 재미있는 콘텐츠를 만드는 게 고민이다.”

캐리소프트에서 왜 떠나게 된 걸까. 사실 팬들이 가장 궁금해 하는 대목이다. 강혜진씨는 “아무래도 회사 소속이다 보니 자유롭지 못했다”며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좀 더 자유로운 창작활동을 하는 게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캐리는 나 자신이 아닌 캐릭터이다 보니 아이들을 만나는 게 다른 사람이라는 생각도 들더라. 나로서 다가가고 싶었다.”

캐리소프트가 강씨 남매의 독립 및 CJ E&M과의 계약과정에 비판을 제기하는 상황에서도 키즈웍스가 전면으로 나서지 않는 이유 역시 팬들은 궁금해 한다. 강민석씨는 “대응을 하나씩 하고 맞서가면서, 스트레스를 받으면서 영상을 찍고 싶지는 않다. 그건 우리 모습을 좋아해주는 친구들한테 배신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강혜진씨가 이어 말했다. “누구의 탓을 하려는 게 아니다. 사람이니 상처받을 때도 있고, 힘들 때도 있었다. 그래서 아예 그만두려고 했다. 그때 같이 일했던 분이 ‘네가 아이들을 선택하는 게 아니라 아이들이 널 선택한 것’이라고 하시더라. 도대체 내가 뭐라고 누군가에게 기쁨이 되는 걸까. 나는 아무것도 아닌데. 돌아오니 어머니들이 ‘우리 아이위해 돌아와 줘서 고맙다’는 말을 많이 하셨다.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 좋은 영상을 만드는 게 우리가 할 일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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