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위공직자 인사 검증과 관련해 언론의 부실한 보도가 도마에 올랐다. 

한국언론학회와 한국기자협회가 14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공동주최한 ‘고위 공직자 인사 검증 시스템의 쟁점과 언론의 역할’ 토론회에서 최근 고위공직자 인사 검증 보도와 관련해 △시간 부족에 따른 부정확한 보도 △의혹제기 수준에 그치는 보도 △직무능력 보다는 도덕성 위주의 보도 △반론이 부족한 보도 등이 문제로 제기됐다. 

이날 발제를 맡은 전진영 국회입법조사처 연구관은 “국민들은 인사청문제도가 도입된 이후 고위공직자의 도덕성에 대한 높은 기대치를 가지게 됐다”며 “이는 국민들에게 고위공직자가 되기 위해서는 젊어서부터 엄격하게 자기관리를 하며 윤리적, 도덕적으로 올바른 삶을 살아야 한다는 학습효과를 줄 수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인사검증이 도덕성 검증에만 치중되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고 전 연구관은 주장했다. 인사검증이 도덕성 검증에 치중되면 자칫 공직적격성이나 업무전문성이 상대적으로 소홀해 질 수 있다는 것이다. 전 연구관은 “도덕적으로 국민적 기대에 부합되는 후보자를 찾다보면 공직후보자 인재풀 자체가 협소화된다”고 말했다. 

▲ 14일 오후 국회 교문위 회의실에서 도종환 문체부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자유한국당 김석기 의원이 질의하고 있다. 청문회에 참석한 자유한국당 의원들의 노트북에는 보은코드인사, 협치파괴, 5대원칙훼손 등의 문구가 적힌 종이가 붙어 있다. 사진=이치열 기자 truth710@
▲ 14일 오후 국회 교문위 회의실에서 도종환 문체부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자유한국당 김석기 의원이 질의하고 있다. 청문회에 참석한 자유한국당 의원들의 노트북에는 보은코드인사, 협치파괴, 5대원칙훼손 등의 문구가 적힌 종이가 붙어 있다. 사진=이치열 기자 truth710@
전 연구관은 “도덕성을 평가하는 기준이 20~30년 전에 이들의 삶이기 때문에 당시의 기준으로는 사회적으로 용인되는 수준의 처신들도 있다”며 “자녀 학교진학을 위한 위장전입이나 부동산 계약시 다운계약서 작성 등이 대표적인 사례”라고 말했다. 따라서 후보자 전 생애에 대한 검증이 아니라 최근 10년 등 일정한 검증기간을 설정할 수 있다는 의견도 제시했다. 

토론자로 참석한 배정근 숙명여대 미디어학부 교수는 “언론은 의혹 제기보다는 사실 검증에 초점을 맞추어야 한다”며 “지난 대선에서 활발하게 이뤄졌던 팩트체크처럼 언론은 청문회에서 나온 의혹의 사실관계를 확인하고 판단할 수 있는 기준을 제시해야한다. 시대적 변화의 흐름도 반영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배 교수는 도덕성 검증 보도에 대해서는 “(최근 인사검증 보도는) 유독 가혹했다. 사실성보다 상관성과 균형적 측면에서 부족했다”고 지적했다. 상관성은 심각한 것은 심각하게 가벼운 것은 가볍게 보도하는 것을 말한다. 배 교수는 “언론은 어느 정권에서나 같은 잣대로 (후보자를) 평가해야 신뢰받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김종필 내일신문 정치부장은 ‘반론’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김 정치부장은 “기자가 볼 땐 사실이라고 하더라도 주관적이거나 부분적인 것일 수 있기 때문에 반론을 성실하게 반영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언론의 소비자인 국민이 수용할 수 있는 내용을 보도하는 게 우리의 역할”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김 정치부장은 “헌정사상 최초로 현직대통령이 탄핵되고 교도소에 수감되는 상황에서 인수위 과정도 없이 탄생한 새정부가 빠르게 인사검증을 하지 못하면 결국 국민이 피해를 보게 된다”며 “문제제기가 아니라 문제해결을 위해 공직후보자에 대한 국민 여론조사를 하는 것도 한 방법”이라는 의견을 냈다. 

▲ 5월31일 JTBC 뉴스룸 방송화면
▲ 5월31일 JTBC '뉴스룸' 방송화면.
김언경 민주언론시민연합 사무처장은 부실 보도의 원인을 치열한 단독경쟁으로 꼽았다. 김 사무처장은 “언론사들은 인사검증 시기에 시간에 쫓기며 눈에 불을 켜고 단독에 달려든다”며 “그러면서 지나치게 부실한 보도가 많고 합리적 의심이 아니라 억측, 반대를 위한 반대가 많은 것 아니냐는 지적이 있다”고 밝혔다.

JTBC의 강경화 외교부 장관 후보 ‘기획부동산’ 보도가 대표적이다. 김 사무처장은 “기획부동산의 정확한 의미를 파악하지 못한 채, 무리하게 강 후보자의 주택구입을 기획부동산이라고 표현했다는 지적이 나왔다”며 “이외에 현장에 가보지 않고 자료화면으로 보도한 것을 두고는 ‘노룩취재’라는 표현이 유행했다”고 말했다. JTBC는 해당 보도와 관련해 정정보도를 했다. 

김 사무처장은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청문회와 관련해 “청문회를 거치면서 ‘재벌개혁’의 타당성과 그 방법에 대한 비판은 보수, 진보 언론 어디로부터도 제대로 나온 적이 없다”며 “오로지 후보자 개인의 흠결 여부에 집중 또 집중했다. 기존 도덕성 검증은 꼼꼼하게 하되, 특별한 문제가 없으면 덮는 것도 언론의 역할이다. 신중하게 보도해야 한다”는 의견을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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