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강경화 외교부 장관 후보자를 임명할 뜻을 밝혔다. 야당이 인사청문 보고서 채택에 반대하며 난항을 겪었던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에 이어 두번째로 임명을 강행하겠다는 뜻을 밝힌 것이다.

문 대통령은 15일 청와대 수석비서관회의에서 “장관 등 그 밖의 정부 인사는 대통령의 권한이므로 국회가 정해진 기간 안에 인사청문경과보고서를 송부하지 않으면 대통령이 그대로 임명할 수 있게 되어 있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또한 “과거에는 인사청문 절차 자체가 없었던 것인데, 참여정부 때 검증의 수준을 높이기 위해 청문절차를 마련한 것이다. 그래서 청문회에서 후보자를 강도 높게 검증하고 반대하는 것은 야당의 역할이다. 야당의 본분일수도 있다”면서도 “그러나 그 검증 결과를 보고 최종적으로 판단하는 것은 국민의 몫이다. 대통령은 국민의 판단을 보면서 적절한 인선인지 되돌아보는 기회를 갖는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장관 임명은 대통령 권한 사항임을 분명히 하면서 야당이 반대해도 최종 임명하겠다는 뜻을 밝힌 것으로 보인다.

장관직 후보자는 인사청문 대상이 아니었지만 공개 검증을 하는 것이 오히려 무분별한 의혹 제기를 막는 것이라며 노무현 전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인사청문 대상이 됐다.

장관까지 인사청문회를 확대하자는 제안을 내놓은 계기는 2005년 이기준 서울대 총장 파문 때문이었다. 이 총장은 교육부총리로 임명됐지만 총장 시절 판공비 부당 집행, 아들의 병역과 탈세 문제가 불거지면서 사흘 만에 물러나는 사태가 벌어졌다.

노 전 대통령은 정무직 후보자의 경우 재산 문제 등 검증 목록에 사전동의서를 받아 설문에 대한 답변서를 작성하는 방안으로 검증을 지시했지만 부족하다고 판단해 장관직까지 확대하는 인사청문회를 제안했다.

청와대 비서진은 노 전 대통령의 전격적인 제안에 난색을 표했다. 현재 여당이 문제를 제기하는 것처럼 결정적 흠결이 나오지 않았는데도 과도한 공세를 펴면 정치권의 대립이 격해질 수 있다는 우려였다.

하지만 노 전 대통령은 “솔직히 장관을 임명하는 대통령의 입장에서야 인사청문회 만드는 것을 어떻게 좋아할 수 있겠느냐”라며 “그런데 그런 제도가 없으니까 언론이 아무 책임도 없이 반론의 기회도 주지 않고 지상 청문회로 사람들을 완전히 망가뜨려버릴 수 있다. 차라리 인사청문회를 하면 최소한 답변의 기회라도 있지 않느냐”라고 말했다.

결국 인사청문회가 없을 경우 언론이 제기한 의혹이 사실처럼 굳어져서 오히려 폐해가 크다는 노 전 대통령의 생각에 따라 장관까지 인사청문회가 확대된 것이다.

▲ 문재인 대통령이 북한이 미사일을 발사한 지난 8일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전체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사진=청와대
▲ 문재인 대통령이 북한이 미사일을 발사한 지난 8일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전체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사진=청와대

노 전 대통령 지시에 따라 장관 인사청문회가 마련되고 2006년 노동부 장관 후보자 등이 인사청문회를 치렀지만 여러 부작용이 나타났다. 검증과 관련 없는 인신공격성 질의가 나오고 흠결이 과장되면서 자격 논란 시비로 이어졌다.

노 전 대통령은 이에 대해 “본시 청문회를 거치자는 제안은 제가 한 것인데, 청와대 검증이 비공개로 하는 것이어서 신뢰성에 항상 문제가 있는 것 같아 검증의 신뢰성과 안정성을 높이기 위해서 국회 청문 절차를 거치자고 그렇게 제안을 했던 것”이라며 “그런데 막상 해보니까 공개적으로 검증 절차를 거친다는 장점이 있는 반면에 청문회 과정이 완전히 정쟁의 기회로 왜곡되거나 변질되는 그런 현상이 나타나서 아쉬움도 상당히 많이 있다”고 토로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저는 강경화 외교부장관 후보자에 대한 야당들의 반대가 우리 정치에서 있을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반대를 넘어서서 대통령이 그를 임명하면 더 이상 협치는 없다거나 국회 보이콧과 장외투쟁까지 말하며 압박하는 것은 참으로 받아들이기가 어렵다”고 한 것도 같은 맥락으로 풀이된다.

문 대통령은 강 후보자에 대해 “유엔과 국제사회에서 외교관으로서 능력을 인정받고 칭송받는 인물이다. 흔히 쓰는 표현으로 글로벌한 인물이다. 우리도 글로벌한 외교부장관을 가질 때 되지 않았느냐”라면서 “지금은 한미 정상회담이 보름 밖에 남지 않았고 이어서 G20 정상회의와 주요국가들과의 정상회담이 줄줄이 기다리고 있다. 외교장관 없이 대통령이 어떻게 감당할 수 있겠느냐. 저는 국민의 뜻에 따르겠다. 야당도 국민의 판단을 존중하여 주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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