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종환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후보자 청문회가 붉은색으로 물들었다.

자유한국당 소속 청문위원들은 14일 도종환 후보자 청문회에서 도 후보자의 방북 경위, 비전향 장기수 문제 등을 캐물으며 사실상 사상 검증을 시도했다. 자유한국당은 도 후보자의 해명에도 불구하고 애써 불순하다는 점을 부각시키려는 모습을 보였다. 

이장우 의원은 3대 세습 체제인 북한이 핵을 개발하고 중장거리 미사일을 개발했다면서 문체부의 교류에 신중해야 한다고 주문한 뒤 엉뚱하게 빨치산 출신 비전향 장기수의 회갑연 자리에 참석했느냐고 물었다.

이에 도종환 후보는 “당시 김영삼 정부가 비전향 장기수를 북에 송환하는 시기였다. 북 송환을 앞둔 분이었다. 감옥을 다 살고 30년 만에 북 송환 가는 분이었다. 충북지역 시민단체에서 식사를 대접한 자리”라고 해명했다.

그러자 이장우 의원은 소설 임꺽정 저자 홍명희의 문학제도 문제삼았다. 소설 임꺽정은 지상파 방송의 소재였고 고등학교 교과서에도 지문으로 나온다. 홍명희는 해방 이후 월북했는데 도 후보자가 홍명희 문학제에 참가한 것을 놓고 마치 북과 관련돼 있는 것처럼 연결시킨 것이다.

이 의원은 “유독 북한에 가서 6. 25와 관련해 전범이냐 아니냐 논란이 있는 사람에 대한 문학제를 하는 것에 굉장히 의구심을 많이 가진다”고 말했다. 도 후보자는 “임꺽정은 대하역사 소설의 대표적 작품이다. 학술 행사를 한 것”이라며 “이념과 연결시켜 생각할 수 있다. 이런 우려 속에서도 문학제 추진위는 문학행사 범위에 벗어나지 않으려고 노력해왔다”고 밝혔다.

홍명희 문학제는 수년동안 개최 논란을 거듭해왔다. 예산도 지방자치단체에서 삭감해 무산되면서 ‘이데올로기의 비극’이라는 얘기도 나왔다. 홍명희 문학제가 박근혜 정부의 ‘블랙리스트’에 오른 정황도 있다. 고 김영한 일지에는 “홍명희 문학제 (괴산→파주) 예산 支援(지원) 문제”라는 대목이 나온다.

▲ 도종환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후보자.  사진=이치열 기자 truth710@
▲ 도종환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후보자. 사진=이치열 기자 truth710@

이장우 의원은 국가보안법 폐지 입장을 밝힌 민족문화작가회에서 도 후보가 부이사장을 역임한 것을 들어 국보법 폐지 입장을 물었다. 도 후보자는 “저는 무조건 (폐지에) 찬성하지 않는다”며 신중한 입장을 밝혔다.

지난 2005년 6. 15 공동선언 당시 민족작가회의에서 강정구 동국대 교수가 6. 25 전쟁을 민족해방전쟁이라고 한 발언에 대해 지지성명을 발표했느냐는 질문도 나왔다. 이에 도 후보는 “(강정구 교수 발언에)동의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김석기 의원은 “북한에 7번씩 간 사람은 드물다”며 도 후보자의 방북에 문제를 제기했다. 도 후보자는 “문학행사 실무준비로 개성공단에 다녀온 일이 있다”고 말했다.

특히 김 의원은 도종환 후보자가 쓴 북한 방문기 중 “서울이 욕망의 빛깔, 온갖 현란함과 어지러운 빛깔, 유혹과 타락과 탐욕이 뒤섞인 빛이라면 평양의 빛은 그것들을 털어버리고 담백한 자존심으로 서 있는 승복의 빛”이라는 대목을 언급하면서 북을 미화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도 후보자는 “평양은 깜깜한 도시였다. 1층부터 15층까지 걸어 다니는 도시였다. 거기는 죽음의 도시 같았다”고 말했다.

하지만 김 의원은 광주교육청 발간 교재에 ‘평양은 세계적인 계획 도시’라고 쓰여 있는 내용을 소개하면서 도 후보자의 생각을 끝까지 캐물었다. 도 후보자는 “저는 잿빛으로 가득한 회색의 도시라는 느낌을 받았다”면서도 “제가 쓴 글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도 후보자는 방북 행선지에 대한 의혹이 불거지자 법적 대응까지 시사했다. 종북몰이 의혹 공세가 거듭 이어지자 차단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도 후보자는 조국 통일 3대 기념탑을 간 적이 있느냐는 김석기 의원의 질문에 “가지 않았다. 남쪽에서 약속한대로 가야 한다는 것이 제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에 김 의원이 “일부 언론에서 방문했다고 쓰고 있다”라고 하자 도 후보자는 “방문했다고 쓴 사람이 있으면 법적으로 다투겠다. 그 사람과 법적 소송을 하겠다. 그 사람이 (제가 기념탑에 간 것을)증명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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