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오전 국회 인사청문회 일정을 보이콧했던 자유한국당이 오후 청문회 참석을 결정하면서 정부의 내각 인선을 비판하는 내용의 종이 팻말을 들고 나왔다.

이날 오전 열린 자유한국당 의원총회에선 ‘청문회를 전면 보이콧하고 신촌 거리에 나가 장외투쟁이라도 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의견도 나왔지만, 문재인 정부의 장관 후보자 임명 절차를 좀 더 지켜보기로 결론 나면서 한국당 청문위원들은 장외투쟁보다 장내투쟁을 택했다.(▶자유한국당 “신촌 나가 장외투쟁할 수도 있다”)

김부겸 행정자치부·김영춘 해양수산부·도종환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에 참석한 한국당 의원들은 각자 자리에 놓인 노트북 컴퓨터 앞에 ‘5대원칙 훼손’ ‘보은·코드인사’ ‘협치 파괴’라고 적힌 종이 팻말을 붙이는 시위를 벌였다. 그러나 이 외엔 별다른 대여 투쟁의 결기는 보이지 않았다.

▲ 14일 오후 국회 교문위 회의실에서 도종환 문체부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자유한국당 김석기 의원이 질의하고 있다. 청문회에 참석한 자유한국당 의원들의 노트북에는 보은코드인사, 협치파괴, 5대원칙훼손 등의 문구가 적힌 종이가 붙어 있다.  사진=이치열 기자 truth710@
▲ 14일 오후 국회 교문위 회의실에서 도종환 문체부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자유한국당 김석기 의원이 질의하고 있다. 청문회에 참석한 자유한국당 의원들의 노트북에는 보은코드인사, 협치파괴, 5대원칙훼손 등의 문구가 적힌 종이가 붙어 있다. 사진=이치열 기자 truth710@

외려 강석호 자유한국당 의원은 김부겸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우리가 10년간 여당을 하다가 야당을 하게 되니 요새는 ‘멘붕’(멘탈붕괴)상태라 힘도 없고 우울증이 오는 경우도 있다”면서 “이럴 때일수록 문재인 정부가 본인의 공약을 지켜줘야 야당도 응원을 보낼 수 있는 것 아니겠나”라고 호소했다.

강 의원은 "문재인 정부 인사청문회에 추천된 인사들이 국민 기대보다 못하다는 말이 많이 나오고 있다"면서 “김상조 공정위원장 임명도 말로는 협치와 소통을 강조하고 분명히 결격 사유가 있다면 해명하고 나서 임명해야 하는데 과거 정부와 다를 게 무엇인지 상당한 실망감이 든다”고 지적했다.

이에 김 후보자는 “내가 장관에 임명되면 매주 열리는 국무회의 과정에서 의원들이 지적한 대로 국회 환경이 어떻게 돼야 하는지 의견을 계속 피력해 여야 공존과 협치가 가능한 분위기를 만들어 가는 데 역할을 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정우택 한국당 원내대표 겸 권한대행은 의총 후 기자들과 만나 “문 대통령이 검증이 제대로 안 되고 소명 자료도 제대로 제출하지 않아서 해명되지 않은 사람을 이렇게 강행하는 것은 지금은 민심에 의해서, 또 시간이 없다고 얘기하지만 결국은 부메랑이 돼서 반드시 돌아올 것이라고 확신한다”고 말했다.

정 대표는 이날 오후 세 장관 후보자에 대한 청문회 참석 의사를 밝히며 “청문회 과정에서 문제가 되고 국회에서 도저히 부적격자라고 해당하는 사람의 임명을 강행할 경우 그에 상응하는 책임을 문재인 정부가 져야 한다는 얘기가 많이 나왔다”며 “김상조 후보자의 선정에 대한 강한 비판과 함께 오늘 세 명의 후보자에 대해서도 강도 높은 청문회가 이뤄지도록 임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국당이 청문회 전면 보이콧을 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서도 그는 “현재로서는 오늘 예정된 청문회는 하는 것이 좋겠다는 게 의원들의 일반적 얘기”라며 “김상조 위원장 한 사람을 보고 결행하기보다 조금 더 시간을 갖고 이 다음에 강경화 외교부 장관 후보자까지 임명이 강행된다면 지금보다 강도 높은 대처가 있을 거라 본다”고 말했다.

정 대표는 의총 모두발언에선 “문재인 정부는 지지율이 높기 때문에 할 수밖에 없다고 얘기를 하지만 나는 민심은 호랑이와 같다고 생각한다. 민심은 언제 호랑이처럼 다시 달려들어서 물지 모르는 것”이라며 “그 민심에 만취돼 이렇게 오만방자하게 청문회의 실질적인 의미를 퇴색해 나간다면 이 정부는 이제 오래가지 못해서 호랑이 민심에 다시 물릴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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