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 2일 대통령 선거 TV토론회에서 유승민 바른정당 후보는 “여성 관련 정책은 보건복지부, 고용노동부 등 부처에서 양성평등에 관한 실·국을 설치하고 각 부처가 하면 되지, 예산도 쥐꼬리만큼 주고 정치인들을 장관에 앉히는 여가부를 왜 두느냐”며 여성가족부 폐지를 주장했다. 여성가족부(이하 여가부) 폐지 주장과 별개로 여가부 장관 자리에 정치인이나 대통령 측근들이 온 건 사실이었다.

당시 유 후보는 “문재인 후보도 대통령이 되면 민주당 캠프 인사에게 적당히 (여가부 장관) 자리를 줄 것이다. 역대 정권이 다 그랬다”고 말했다. 그러자 문재인 민주당 후보는 “이상한 사람이 여가부 장관이 된 건 이명박 박근혜 정권 때의 일”이라고 반박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전 정권과 선을 그으며 여가부 장관 인선에 차별성을 두겠다는 뜻을 밝혔지만 새정부가 출범하자 캠프 여성 인사와 현직 여성 민주당 의원이 여가부 장관을 맡을 것이라는 전망이 쏟아졌다. 실제 구체적인 정치인 이름도 거론됐다.

하지만 문 대통령은 여가부 수장에 정현백 성균관대 사학과 교수를 지명했다. 적당히 정권창출에 도움을 준 여성 정치인을 앉히기보다는 여성운동가 출신의 학자를 발탁한 것이다. 기존 정권의 여가부 장관 인사 패턴과는 다른 이례적인 인사로 평가받고 있다.

과거 여가부 장관 자리는 부처 발전을 위한 전문성과 역량을 갖춘 인사가 오기보다는 대통령과 가까운 여성 정치인이 가는 코스로 인식돼 왔다.

2008년 이명박 전 대통령은 여성가족부의 보육과 가족정책, 두 개의 국을 복지부로 이관하는 대신에 여성부를 존치하기로 하면서 변도윤 서울여성플라자 대표를 장관으로 지명했다. 서울여성플라자는 이명박 전 대통령의 서울시장 재임 당시 서울시가 출연한 기관이었다. 변 장관은 2007년 대선 당시 한나라당 선거대책위원회 자문위원으로 활동했다.

여성계는 변 장관이 20년 동안 YWCA에서 활동하는 등 활발한 활동을 펼쳤지만 복지 전문가로 평가받기 때문에 여성 권익 증진에 부적절한 인물이라고 밝혔다. 변 장관이 빛난 것은 '최초 비(非)이화여대' 출신이라는 점이었을 뿐 장관의 전문성은 높게 평가받지 못했다.

후임 장관이었던 백희영 장관은 여성계의 강한 반발에 부딪혔다. 백 장관은 매입한 아파트가 재건축돼 시세 차익을 거둔 전력이 나왔는데도 청문회에서 “아파트 시세가 더 올랐으면 좋겠다”고 말해 구설에 올랐다.

한국여성단체연합 등 여성단체들은 “여성계의 반대와 도덕성에 대한 국민 의혹에도 불구하고 백희영 서울대 식품영양학과 교수를 여성부 장관으로 임명한 것은 여성계를 무시한 대표적인 사례가 될 것”이라며 “백희영 장관이 여성부 자기정체성을 유지하면서 여성부의 방향을 제대로 가져갈 수 있을지 우려된다”고 비판했다.

이명박 정부 4대 여가부 장관으로는 김금래 한나라당 비례대표 의원이 발탁됐다. 한국여성단체협의회 사무총장을 역임하긴 했지만 정계에 입문해 한나라당 대표 최고위원 특보, 이명박 전 대통령 후보시절 비서실장 부실장, 선대위 여성본부장을 지내는 등 정권 창출에 도움을 준 보은 인사로 평가됐다.

김 장관은 취임하자마자 논란이 됐다. 현대자동차 하청업체 성희롱 피해자 김아무개씨가 여성부 앞에서 천막농성을 하자 여성부가 건물주의 요구가 있다는 명분을 내세워 철거를 시도했기 때문이다.

일본군 위안부 할머니들 지원에 소극적으로 임하면서 비난을 받기도 했다. 일본군 위안부 할머니들의 수요시위 1000회 기념비 조성과 관련한 지원 문제에 대해 당시 여가부는 외교적 문제가 생길 수 있다며 난색을 표했다.

박근혜 정부는 노골적으로 대통령 측근을 여가부 장관에 앉혔다.

조윤선 전 문체부 장관이 박근혜 정부 초대 여성부장관에 올랐을 때 박 대통령과의 관계가 조명됐다. 조 전 장관은 여성가족부 장관을 지내고 여성 최초 청와대 정무수석을 맡았다가 문체부 장관이 됐다. 돌려막기 인사라는 비판과 함께 박근혜 대통령과 관계가 없다면 이 같은 회전인사를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 나왔다. 결국 조 전 장관은 문체부 블랙리스트 문제로 구속됐다.

조 전 장관의 후임으로 온 김희정, 강은희 장관도 현직 새누리당 의원으로 전문성이 있다기보다 정권을 지키고자 하는 활약을 인정받아 장관이 됐다는 비판을 받았다.

김희정 장관은 이명박 정부 청와대 대변인을 지내고 한국인터넷진흥원 원장을 역임한 바 있다. 여가부 정책과 관련 있는 전력은 찾기 어려웠다.

특히 김 장관은 2014년 4월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회의에서 정유라가 국가대표 선발과 마장 훈련 시 각종 특혜를 받았다는 주장에 대해 “정유라가 2007년부터 2014년 3월까지 거의 모든 경기에서 1, 2위를 휩쓸다시피 한 선수였다. 부모가 누구고 윗대 어른이 누구라는 이유로 음해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후 3개월 뒤 김 장관은 여성가족부 장관에 올랐다. 강은희 장관 역시 “허위 사실이라는 것이 밝혀졌다고 보는데 명예회복을 해줘야 한다”며 정유라를 옹호했고 여가부 장관이 됐다.

▲ 2015년 3월 8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3·8 세계 여성의 날 기념 제31회 한국여성대회'에 참석한 당시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가 축사를 하고 있다. (왼쪽부터 박원순 서울시장, 심상정 정의당 대표, 정현백 참여연대 공동대표ⓒ김철수 기자 사진=민중의소리
▲ 2015년 3월 8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3·8 세계 여성의 날 기념 제31회 한국여성대회'에 참석한 당시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가 축사를 하고 있다. (왼쪽부터 박원순 서울시장, 심상정 정의당 대표, 정현백 참여연대 공동대표ⓒ김철수 기자 사진=민중의소리

과거 이명박‧박근혜 정부의 여가부 장관이 대통령 측근 정치인으로 채워지는 행태와 비교하면 문재인 정부 신임 정현백 후보자의 경우 기존 여가부 장관의 유형과는 확실히 다르다는 평가다.

우선 여성계부터 정 후보자에 대한 기대가 크다. 여성계는 "여성단체연합 대표를 역임하는 등 오랫동안 여성계 활동을 해 여성정책 전문성과 식견을 갖춘 인사라고 본다"고 밝혔다.

여성단체연합 공동대표를 맡는 등 여성운동가로 활동해온 정 후보자는 일본군 위안부 문제에 대한 논문을 발표하고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에서도 활동해왔다. 정 후보자는 2009년 노무현 전 대통령 기념사업회 발족을 위한 준비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해 문재인 대통령과 연을 맺었지만 이번 대선에서 캠프에 참여하진 않았다.

청와대는 정 후보자를 지명하면서 "한일 일본군 위안부 합의 재협상 등 긴급한 현안도 차질 없이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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