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의 성폭력 사건 보도 행태는 꾸준히 논란이 됐다. 피해자의 외모나 직업 등 사적인 측면을 지나치게 강조하거나 ‘네티즌 반응’ 이라는 미명 하에 2차 가해가 될 수 있는 댓글까지도 전하는 식이다. 최호식 호식이두마리치킨 회장 성폭력 사건 관련 보도도 여기서 벗어나지 못했다. 

YTN 보도로 해당 사건이 알려진 후 언론은 피해자의 직업이 ‘비서’라는 점, 연령이 ‘20대’ 라는 점을 강조했다. 월드투데이라는 언론사는 “최호식 회장, 미모의 여직원…얼마나 예쁘길래”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CCTV가 공개돼 20대 여직원의 신상과 미모에 관한 관심이 높다”고 보도했다. 

민주언론시민연합(민언련) 종편모니터 보고서에 따르면 TV조선 시사토크쇼 ‘신통한 차트’와 ‘보도본부핫라인’은 피해자를 계속해서 ‘20대 여직원’으로 호명했다. 이에 민언련은 “성폭력 사건에서 피해자가 여성인지 20대인지를 강조하는 것 자체가 불필요하고 피해자라고만 해도 충분하다”고 지적했다. 

2012년 여성가족부와 한국기자협회 등이 제작한 ‘성폭력 사건보도 가이드라인’에도 “언론은 피해자의 이름, 나이, 주소 등의 신상정보를 공개하지 않아야 함은 물론 보도 내용 중 근무지, 경력, 가해자와의 관계 등 주변정보들의 조합을 통해서도 피해자 신원이 노출될 수 있다는 점에 주의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 그래픽=이우림 기자
▲ 그래픽=이우림 기자
언론은 ‘네티즌 반응’ 이라는 이름을 달고 근거도 없는 추측성 댓글 등을 소개하는데 사실상 2차 가해 수준이다. 한국경제TV는 “최호식 회장 여직원 성추문, 호텔 따라 들어간 의도는? 여론 설왕설래”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A씨가 만취하지도 않은 상태에서 최호식 회장을 따라 스스로 호텔 로비에 들어간 점 등이 의혹을 사고 있다”고 보도했다. 

헤럴드경제도 “[네티즌의 눈] 호식이 두마리 치킨 최호식 회장을 보는 두 가지 시선”이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성범죄 거짓 신고임. 꽃뱀임” “호텔안까지 들어간 여자도 이상하네. 아무리 상황을 놓고봐도 같이 호텔까지 들어간 것 자체부터가 이해가 안 됨” 등의 댓글을 소개했다. 

네티즌 반응 기사는 피해자가 고소를 취하한 이후에도 계속됐다. 한국경제TV는 “호식이 두마리 치킨 회장 성추형 혐의벗나?”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네티즌들의 반응은 엇갈렸다”면서 “냄새가 많이 나네요” “그렇게 달아나더니 고소 취하 역시 꺼림직하다” 등의 댓글을 전했다. 

하지만 한국경제TV의 해당 기사는 제목부터 틀렸다. 성 관련 범죄는 친고죄가 아니기 때문에 경찰의 수사는 계속되며 형사 처벌 수위를 낮추는 요인이 안 된다. 또 피해자는 언론에 노출되는 등 2차 피해를 우려해 고소를 취하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해당 기사에 이런 내용은 반영되지 않았다. 

세계일보도 “호식이 두 마리 치킨 최호식 회장, 네티즌 ‘고소 취하라니 이상해’”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고소 취하라니 역시 이상해” “광고 효과 크네요” “심각한 성병에 감염된 듯 합니다” “그간 피해자들이 얼마나 많았을까” 등의 반응을 소개했다. 해당 기사는 ‘이슈팀’ 바이라인으로 보도됐다. 

민언련 보고서에 따르면 종편 시사토크쇼에서도 비슷한 수준의 발언이 ‘전문가 의견’ 이라는 이름으로 나왔다. TV조선 ‘김광일의 신통방통’에 출연한 양은경씨는 “합의라는 게 합의금을 대부분 전제로 하는 것이기 때문에 합의금이 오갔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TV조선 보도본부핫라인에서 김미선 앵커는 “이 목격자와 친구들이 호텔에서 정말 순발력 있게 대처를 했단 말입니다. 그래서 원래 이 분들 알던 분들 아닌가 이렇게 물음표를 갖고 보는 시각도 많은 것 같아요”라고 말했다. 일부 네티즌의 정확하지 않은 의견을 방송에서 그대로 발언한 것이다. 

네티즌 반응은 여론을 알 수 있다는 점에서 중요하다. 하지만 아직 수사도 시작하지 않은 사안에 대해 ‘꽃뱀’ 이라느니 ‘의심이 간다’ 는 등의 네티즌 반응은 해당 사건의 본질도 아니며 공익성도 없다. 피해자에 대한 2차 가해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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