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경환 법무부장관 후보자의 저서 ‘남자란 무엇인가’를 두고 여성비하 논란이 거세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책 전체 맥락을 보지 않았다는 의견이 나온다. 하지만 해당 책의 전반을 지배하는 건 ‘본질주의적 접근’이다. 이는 ‘본성’ 이라는 무기를 들고 다른 사회적 맥락을 제거해버린다. 

안 후보자는 해당 책에서 남성과 여성의 행동을 나눈 다음, 생물학적으로 어쩔 수 없는 결과라고 주장한다. 가령 13페이지에는 “여자들은 입소문을 무척 좋아한다. 여자 뇌는 모두를 위해 정보를 공유하길 원하기 때문이다”라며 “남자 뇌는 정보를 독점하고 싶어하는 경향이 있고 다른 사람에게 좀처럼 공개하지 않는다”고 쓰여 있다. 

같은 페이지에서 안 후보자는 “어느 직종에서나 고객센터는 주로 여성이 담당한다”며 “여성이 선천적으로 소리에 민감하고 공감능력이 뛰어나기 때문일 것”이라고 썼다. 또 261페이지에서는 “여성은 술의 필수적 동반자다. 여성이 술꾼들을 잘 다루기 때문이다. 진지한 이야기든 실없는 이야기든 여성은 사내들의 사연을 잘 들어주고 반응해준다”고 썼다. 

여성의 공감능력 혹은 친절을 부각한 부분이다. 하지만 따져보자. 고객센터 노동자 대부분이 여성이라는 사실은 저임금 구조와 여성에게 ‘친절함’을 요구하는 사회 분위기를 제쳐두고 이야기할 수 없다. 여성이 ‘잘 들어주고 반응하는 것’ 역시 가부장제 사회에서 요구받은 성역할이 아니라고 확신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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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경환 후보자의 저서 '남자란 무엇인가'
동시에 안 후보자는 여성에 대한 사회적 편견을 그대로 드러낸다. 41페이지에는 “남자 뇌인 사람은 자신의 영역에 타인이 접근하면 싫어하면서도 체계적인 것은 좋아한다”며 “남자는 페이스북에 단골가게 사진을 올리지만 여자는 최신 레스토랑이나 과거부터 가보고 싶었던 호텔, 친구와 함께 들렀던 예쁜 식당 등 다양한 장소를 올린다”고 쓰여있다.

30페이지에서는 페미니스트에 대한 사회적 편견이 보인다. 안 후보자는 “페미니스트 운동가들은 남자에게 인기가 없기 때문에 자격지심에서 그런 투쟁을 한다고 말한다. 반박할 일고의 가치도 없는 편견이지만”이라고 적은 뒤 “대부분의 미녀들은 아름다움을 자산으로 이용하는 데 관심이 있을 뿐”이라고 주장해 모순된 태도를 보였다. 

남성의 욕구만 ‘타고난 것’으로 서술한 부분도 보인다. 특히 성욕에 있어서 안 후보자는 “섹스에 대한 남자의 욕구는 학습된 행동이 아니라 타고난 것으로 테스토스테론, 바소프레신, 도파민과 같은 생화학물질이 작용한다”고 적은 뒤 “남자의 뇌는 사정이라는 최종 목적을 달성하는데 집착한다”고 썼다. 

“남성의 성욕은 참을 수 없다”는 주장은 성매매에 면죄부를 주는 방향으로 이어진다는 점에서 수차례 지적 받아왔다. 안 후보자 역시 이런 의식을 보이고 있다. 안 후보자는 “젊은 여성의 몸에는 생명의 샘이 솟는다”고 적으며 “그 샘물에 몸을 담아 거듭 탄생하고자 하는 것이 사내의 염원”이라고 썼다. 

안 후보자는 136페이지에서도 “남자의 성욕은 본능”이라며 “진화심리학적으로 보면 남자는 여자의 유혹에 약하게 진화돼왔다. 여자는 생존을 보장해주는 한 남자와 안정된 관계 속에서 자녀를 양육하는 데 관심이 쏠려있지만 남자는 되도록 많은 정자를 많은 곳에 뿌리는 일에 관심을 둔다. 난교는 남자의 생래적 특징”이라고 했다. 

이런 본질주의적 접근은 자연에서 유래되는 경우가 많다. 가령 한겨레 1998년 3월2일 ‘펭귄 암컷도 몸 판다’는 기사를 보자. 이 기사는 “인간의 진화적 기원이라 할 수 있는 동물 사회에서도 매춘이 발견되는 것으로 보아, 인간 사회의 매춘은 인위적 산물이 아닌 자연적, 즉 진화의 본성이다”라고 말하고 있다. 자연적 사실을 가지고 사회적 사실을 뒷받침 하는 셈이다. 

그런데 주의해야 할 것은 자연적 사실을 ‘발견’하는 맥락에 사회적 사실이 놓여있다는 것이다. 펭귄의 특정 행동을 매춘으로 해석하는 과정에는 이미 인간 사회의 매춘을 바라보는 시각이 전제돼있다. 어떠한 사회적 사실에 기반을 두고 자연적 사실을 발견하고 이 자연적 사실은 다시 사회적 사실을 정당화하는 설명 구조를 갖게 되는 식이다.

안 후보자와 같은 접근은 성이 고정 분별의 내적 본질에 의해 결정되며 사회적 성차와 성 정체성 역시 타고난 생물학적 성차에 의해 결정된다고 본다. 하지만 많은 학자들은 ‘성적인 것’이 복잡한 사회적 관계에 의해 구성된 것으로 보고 있다. 가령 미셸 푸코는 섹슈얼리티가 하나의 ‘역사적 구성물’에 주어진 이름이라고 말한다. 

문재인 정부는 ‘성 평등’ 내각을 만들겠다고 했다. 성 평등 내각이라는 건 단지 생물학적 여성 임원이 많다고 만들어지는 게 아니다. 생물학적 여성 중에서도 안 후보자처럼 왜곡된 성의식을 가진 이들이 많다. 결국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는 이들로 내각이 구성되느냐에 따라 달렸다. 안 후보자는 과연 적절한 성 평등 인식을 가지고 있는 걸까.

*참고문헌 
젠더와 사회, 한국여성연구소, 동녘
페미니즘의 도전, 정희진, 교양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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