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한국당이 김상조·김이수·강경화 등 국무위원 인사청문회 보고서 채택을 줄기차게 반대하고 나서고 있다. 그러나 박근혜 정권이 각종 의혹에 휩싸인 인사를 여론의 반대를 무릅쓰고 강행하는데도 당시 새누리당 의원들이 노골적으로 옹호했다는 점에서 현재 자유한국당이 ‘내로남불’식의 태도를 보이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지난 박근혜 정부에서 국회 인사청문회 경과보고서 채택이 아예 무산된 인사는 총 9명에 달한다. △김진태 검찰총장 △현오석 기획재정부 장관 △최문기 미래창조과학부 장관 △윤진숙 해양수산부 장관 △문형표 보건복지부 장관 △강병규 안전행정부 장관 △정종섭 안전행정부 장관 △이경재 방송통신위원장 △이철성 경찰청장 등이다. 2015년 5월 박상옥 대법관의 경우 채택은 무산됐으나 여당 단독으로 국회 본회의에서 표결이 이뤄졌다.

이철성 경찰청장은 청문회 당시 음주운전 사고 축소 의혹에 휩싸였다. 1993년11월 직원들과 술을 마시고 개인 차량을 운전하다가 교통사고를 냈지만 경찰 신분을 숨겨 내부 징계를 받지 않았다는 것.

2013년에 역시 인사청문회를 거쳤음에도 인사청문회 보고서가 채택되지 못했던 현오석 기획재정부 장관은 증여세 탈루 의혹을 받았다. 청문회에서 “모릅니다”로 일관한 답변때문에 전문성이 부족하다는 비판에 직면했던 윤진숙 해양수산부 장관의 경우도 2013년 인사청문회 보고서 채택이 되지 않았다. 하지만 당시 박근혜 대통령은 임명을 강행했다.

이경재 방송통신위원장은 2013년 임명 당시 정치적 편향성 논란에 휩싸였다. 청문회에서 이경재 방통위원장은 “(박 대통령과) 멀리 있어도 무선으로 통하고 텔레파시로 다 통한다”고 말해 논란을 빚었고, 고액 정치후원금 수수 및 증여·상속세 탈루 의혹을 받기도 했다. 인사청문회 보고서 채택은 무산됐지만 박근혜 대통령은 임명을 강행했다.

▲ 자유한국당 정우택 원내대표 등 의원들이 12일 오후 문재인 대통령의 '일자리 추경' 시정연설이 예정된 국회 본회의에 참석해 ‘인사실패 협치포기 문재인 정부 각성하라’는 구호가 적힌 종이를 붙이고 있다. 사진=노컷뉴스
▲ 자유한국당 정우택 원내대표 등 의원들이 지난 12일 오후 문재인 대통령의 '일자리 추경' 시정연설이 예정된 국회 본회의에 참석해 ‘인사실패 협치포기 문재인 정부 각성하라’는 구호가 적힌 종이를 붙이고 있다. 사진=노컷뉴스
이명박 정부에서도 국회의 경과보고서 채택 없이 강행한 사례가 있어 이명박·박근혜 정부가 인사청문회 제도 자체를 사실상 무력화한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여당인 새누리당은 인사청문회를 거쳐 부적격 판단이 내려진 인사의 임명을 강행하는 것에 대해 비판하기는커녕 인사청문회 내내 ‘후보자 구하기’에 매진해 구설에 올랐다.

문형표 보건복지부 장관은 후보 인사청문회에서 한국개발연구원(KDI) 재직 당시 휴가와 공휴일에 관외 지역에서 약 6400만원 상당을 법인카드로 사용한 것으로 드러나 야당의 후보자 자진사퇴 압박을 받았다. 당시 여당 간사였던 유재중 새누리당 의원(현 자유한국당 소속)은 “여러 부문에서 해명이 안된 점도 있지만 문 후보자는 청문회 내내 정직했고 전문성을 발휘했다”고 적극 옹호했다.

2013년 야당이었던 민주당은 김진태 검찰총장이 삼성의 관리 대상으로 소위 ‘떡값’을 받았다며 의혹을 제기했다. 이에 당시 새누리당 김도읍 의원(현 자유한국당 소속)은 “마치 사실인 것처럼 자료를 제시하면서 문제를 제기하는데 아무 것도 확인되지 않은 상황에서 해명하라는 것은 사실을 매도, 호도하는 것”이라고 했다. 새누리당 권성동 의원(현 자유한국당)도 “(떡값리스트)자료를 어디서, 누구로부터 입수했는지 명백히 밝혀야 주장의 신빙성이 높아진다. 불법적인 방법으로 취득한 것인지 어떻게 아느냐”며 김진태 총장 당시 후보자를 엄호했다.

문형표 보건복지부 장관과 김진태 검찰총장은 청문보고서 채택 없이 박근혜 대통령이 임명을 감행했다.

이외에도 새누리당이 단독으로 국회에서 위원회를 열어 보고서를 채택하거나 민주당이 퇴장한 가운데 새누리당만 보고서를 단독으로 채택하는 ‘밀어붙이기식’ 인사 강행도 적지 않았다. 현재 자유한국당이 더불어민주당을 향해 국회 내의 ‘협치’를 강조하며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는 것과는 사뭇 다른 모습이다.

이완구 전 국무총리는 인사청문회 당시 △부동산 투기 △본인과 차남의 병역회피 △삼청교육대 근무 △시급 천만 원 특강 이력 △허위교수 경력 등 수많은 의혹에 언론인을 자신이 대학총장으로 만들어줬다는 등의 언론관 논란까지 불거졌다. 부적절한 인사라는 비판이 쏟아졌지만 새누리당은 단독으로 보고서를 채택했다. 2015년 황교안 국무총리 당시 후보자 역시 새누리당이 인사청문특별위를 단독으로 열어 보고서를 처리했다.

우원식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13일 원내대책회의에서 과거 윤진숙 해양수산부 장관 후보자와 이완구 국무총리 후보자 등의 사례를 들어 각각 64.7%와 51.9%로 임명 반대 여론이 높았음에도 박근혜 대통령이 그대로 임명을 강행했다는 사례를 설명했다. 우 원내대표는 김상조·김이수·강경화 후보자의 경우 “(찬성여론이) 반대하는 여론보다 두 배 이상 넘고 있음에도 자유한국당이 청문 경과보고서 채택을 거부하고 문 대통령에게 임명 철회를 요구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우 원내대표는 “이러한 자유한국당의 태도는 그 분들이 말씀하시는 대로 ‘내가하면 로맨스고 남이하면 불륜’이라는 전형적인 ‘내로남불’”이라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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