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 주요 장차관 인선이 마무리되고 있지만 언론개혁사령탑인 방송통신위원회 인선은 여전히 ‘감감무소식’이다.

정부여당 관계자는 “이번 주까지 장차관 인사를 마치겠다는 계획이지만 방송통신위원장 후보자 내정에는 시간이 좀 더 걸릴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청와대는 늦어도 다음 주 초 방통위원장 내정자를 발표할 것으로 알려졌다.

복수의 관계자에 따르면 대법관 출신의 김영란 서강대 석좌교수와 이옥경 전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장이 방통위원장 하마평에 올랐다. 김영란 교수는 방송통신업계 경력은 없지만 첫 여성 대법관, 청탁금지법 고안자로서 상징성이 있다. 이옥경 전 이사장은 참여정부 때 MBC 대주주인 방문진 이사장으로 임명돼 이명박 정부의 방송장악을 비판했으며 대표적인 인권변호사인 조영래 변호사의 부인이기도 하다.

청와대는 황교안 전 국무총리의 ‘알박기’ 인사였던 김용수 전 방통위 상임위원을 미래창조과학부 차관으로 임명하면서 공석이 된 청와대 추천 상임위원으로 고삼석 전 상임위원을 13일 임명했다.

▲ 고삼석 방송통신위원회 상임위원.
▲ 고삼석 방송통신위원회 상임위원.

고삼석 위원은 박근혜 정부 야당 상임위원 재직시절 MBC 해직언론인 복직 및 부당징계 해결, KBS 이정현 녹취록 및 MBC 백종문 녹취록 진상조사,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 등을 요구해왔다. 고삼석 위원은 MBC 재허가와 관련해 “(공영방송) 역할을 제대로 못하면 (허가여부) 재검토도 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청와대가 고삼석 상임위원의 연임을 결정한 만큼 공영방송 개혁에 힘이 실릴 것으로 보이며 방통위원장 발탁 역시 언론개혁에 대한 의지를 감안할 것으로 보인다.

4기 방통위에선 정부여당이 과반을 점하기 때문에 공영방송 관련 녹취록 진상조사,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방안 연구 등이 현실화될 것으로 보인다. MBC 재허가를 놓고 노동탄압 문제 해결 등을 요구할 수도 있다.

이런 가운데 논란이 불거졌던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 방통위원 선임에도 이목이 쏠린다. 민주당은 지난 3월 최수만 전 한국전파진흥원장을 내정했으나 사전 내정 논란, 전문성 문제 등이 겹치며 임명이 취소됐다. 민주당은 재 공모 절차를 진행 중이며 오는 16일 면접을 실시해 19일 최고위원회에서 내정자를 확정할 계획이다.

국민의당은 고영신 한양대 특임교수를 방통위원으로 내정했지만 막말과 결격사유 논란이 불거져 재검토 절차를 거치고 있다. 국민의당은 아직 결론을 내지 못한 상태지만 고영신 교수 내정 철회 가능성이 점쳐진다.

▲ 디자인=이우림 기자.
▲ 디자인=이우림 기자.

정부·여당·국민의당 방통위원 선임이 완료되면 6월22일 국회 본회의 의결을 거쳐 6월말부터 본격적으로 임기를 시작할 수 있다. 그러나 위원장 및 위원이 검증 과정에서 논란이 불거져 낙마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야당이 방통위원 임명에 반대하거나 불참할 경우 표결이 미뤄져 오는 7월까지 선임이 미뤄질 가능성도 있다. 3기 방통위 역시 최성준 방통위원장, 고삼석 상임위원의 선임이 늦어졌던 전례가 있다.

현재 자유한국당이 ‘방송장악저지투쟁위원회’를 만들고 고삼석 위원 임명 철회, 공영방송 사장 임기 보장을 요구하고 나선만큼 인사 반발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예정보다 4기 방통위 구성이 늦어지면 올해 하반기 예정된 KBS·MBC·SBS 재허가 및 MBN 재승인, EBS 및 지역방송 지상파 UHD 도입 일정에 차질이 빚어지게 될 것으로 보인다. 방송통신시장 불법행위에 대한 처벌 업무, 지상파 유사중간광고 제재방안 마련 등 현안 역시 장기간 미뤄지게 된다.

방통위 산하기관인 시청자미디어재단 이사장과 한국방송광고진흥공사(코바코) 사장 선임 역시 늦춰질 것으로 보인다. 한 산하기관 관계자는 “방통위원장과 위원선임이 된 이후에야 산하기관장 선임 절차가 시작될 것”이라며 “9월 경 선임이 이뤄지거나, 늦어지면 올해 말에 기관장 선임이 이뤄질 가능성도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국언론노조(위원장 김환균)는 △방송 공공성에 대한 명확한 입장과 정상화 의지가 있는 인물 △방송 콘텐츠를 비롯한 미디어 산업 내 노동의 가치를 존중하는 인물 △지역성을 포함한 미디어 다양성의 구현 의지가 있는 인물 △미디어를 정치적으로 이용한 지난 정권의 적폐를 청산할 의지가 있는 인물 등을 방통위 상임위원의 조건으로 제시했다.

언론노조는 “네 가지 기준 중 하나라도 거스르는 인물이라면 분명한 반대의 입장을 밝힐 것”이라며 “어떤 정당이든 자격의 의심되는 몇몇 인사들의 추천을 강행한다면, 언론 적폐를 그대로 방치하고 연장하겠다는 암묵적 의사의 표현으로 간주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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