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경화 외교부 장관·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김이수 헌법재판소장 후보자의 국회 인사청문보고서 채택이 불발되거나 난항을 겪으면서 국회 동의 없이 문재인 대통령이 임명을 강행할 상황에 놓였다.

더불어민주당은 문 대통령이 12일 추가경정예산 처리 요청을 위해 국회를 직접 찾아 시정연설을 하는 등 소통과 협치의 뜻을 밝힌 만큼 야당도 전향적으로 내각 인선에 협조해 달라고 호소했다.

하지만 자유한국당·국민의당·바른정당 야3당은 대통령 스스로 정한 5대 인사 원칙을 위배한 인사를 지명한 것에 대해 어떤 유감 표명도 없었다면서 향후 인사 청문 절차에도 협조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특히 자유한국당은 청문보고서 채택 시한이 12일이었던 김상조 후보자에 대한 국회 정무위원회 전체회의에 아예 불참하면서 다른 두 후보자도 청문보고서 채택을 거부하고 지명 철회를 요구할 방침이다.

▲ 문재인 대통령이 12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일자리추가경정예산 처리를 요청하는 시정연설을 마친 뒤 고개 숙여 인사하고 있다. 사진=노컷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12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일자리추가경정예산 처리를 요청하는 시정연설을 마친 뒤 고개 숙여 인사하고 있다. 사진=노컷뉴스
한국당 소속 이진복 정무위원장은 “한국당이 보고서 채택을 반대하고 반대의 강한 표시로 전체회의에 참석하지 않겠다고 했다”고 밝혔다. 이 위원장은 여야 합의 없이 전체회의를 열 수 없다면서 사회권도 이양하지 않았다.

정용기 자유한국당 원내수석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우리는 현재의 인사실패, 그리고 앞으로 예견되는 인사 참사를 예방하기 위해서라도 반칙과 특권의 표본인 김상조·김이수·강경화 후보자의 장관직 임명을 반대할 것”이라며 “야당의 반대에도 문 대통령이 위 후보자들의 임명을 강행한다면 야당 무시, 불통 정권이라는 오명을 면치 못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바른정당은 청문보고서 채택 자체를 거부하진 않겠지만 대통령이 보다 적극적으로 입장을 밝히고 협조를 구하지 않으면 세 후보자 모두 ‘부적격’ 의견으로 지명 철회를 요구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조영희 바른정당 대변인은 12일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강경화 후보자 등 현실적으로 새로 인선하기가 어려운 상황이라면 남은 시간 대통령이 나서 수습할 수 있다고 보는데 오늘도 인사 원칙에 대한 소통 노력이 전혀 없었다”며 “우리는 청문보고서 채택과 표결에 참여하면서 당의 의견을 밝힐 것이고 대통령이 임명을 강행한다면 절차를 방해하지 않겠지만, 향후 협치 모드는 점점 더 어려워질 거라는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국민의당 역시 문 대통령이 인사청문회와 관련해 야당과 진실한 소통이나 실질적인 협력을 보여주지 못했다며 강경화 후보자 등 인사 원칙을 충족하지 못한 부적절한 후보자 지명 철회를 요구했다.

하지만 민주당은 강 후보자에 대해서도 전직 외교부 장관 10명이 지지 성명을 발표하는 등 전문성 논란이 해소됐다면서 국정 공백을 최소화하기 위한 조속한 장관 인선이 필요하다고 거듭 강조했다.

민주당은 청문보고서 채택을 위해 계속 야당을 설득하겠지만 자유한국당 불참으로 김상조 후보자에 대한 채택 기한을 넘긴 것처럼 야당이 반대를 고집한다면 임명을 강행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정부·여당으로선 야당의 강한 반발로 향후 국정 개혁 과제 추진과 남은 내각 인선 과정에서 큰 부담을 떠안게 된다는 점이 고민이다. 당장 이번 주 김영춘 해양수산부·김부겸 행정자치부·김현미 국토교통부·도종환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도 예정돼 있다.

한 가지 변수는 야당 간에도 반대하는 온도 차가 다르고 국민 여론도 문재인 정부에 우호적이라는 점이다. 박완주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이미 많은 여론조사에서도 나타났듯이 국민은 문재인 정부에게 80%에 달하는 지지를 보내주고 있다”며 “국민은 조속한 장관 인선으로 정부가 민생경제를 살리고 국가개혁을 이루는 일에 매진할 것을 희망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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