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12일 국회 시정연설과 자유한국당을 제외한 여야 지도부와 만나 추가경정예산 처리 요청 등 국회 협조를 구하고 나섰다. 그러나 김이수·김상조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 경과보고서 채택은 결국 불발됐고 추경예산에 대한 야당의 공세는 더욱 거세지는 모습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12일 오후 국회 시정연설을 통해 “정부가 추가경정예산을 편성한 이유와 주요 내용을 직접 설명드리고 의원 여러분의 이해와 협조를 부탁드리고자 이 자리에 섰다”며 좋은 일자리를 늘려 성장을 이루는 경제 패러다임의 대전환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일자리 중심 추경예산안 11조 2천억원은 올해 예상 세수 증가분 8조 8천억원, 세계잉여금 1조 1천억원, 기금 여유자금 1조 3천억원을 활용해 마련했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특히 이날 김상조·김이수 두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 경과보고서 처리가 예정돼있던 만큼, 추경예산안 뿐만 아니라 국회를 향해 경과보고서 처리에 대한 협조 요청까지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대통령이 낮은 자세로 국회를 향해 협조를 구하는 모습과 관련해 일각에선 자신감이 반영된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최근 일부 여론조사 결과, 야당이 반대하는  후보들에 대해 찬성 여론이 높은 것으로 나왔기 때문이다. 이 같은 여론을 감안했을 때 대통령의 협조요청이 야당을 향한 압박카드가 될 수도 있다는 얘기다. 

▲ 문재인 대통령이 12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헌정사상 첫 '일자리추가경정예산(추경)' 시정연설을 마친 뒤 고개숙여 인사하고 있다. 사진=노컷뉴스
▲ 문재인 대통령이 12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헌정사상 첫 '일자리추가경정예산(추경)' 시정연설을 마친 뒤 고개숙여 인사하고 있다. 사진=노컷뉴스
그러나 야당은 문재인 대통령의 국회 시정연설 이후에도 강경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 추경예산 뿐만아니라 인사청문회 문제에도 협조하지 않겠다는 기존 입장을 여전히 고수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 때문에 청문회 보고서 채택이 무산된 후보자는 물론 향후 인사청문회를 앞둔 장관 후보자 보고서 채택도 쉽지 않을 거라는 전망이 나온다.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후보자 인사청문회 경과보고서는 12일이 마감시한임에도 결국 채택이 무산됐다. 국회 정무위원회는 이날 전체회의를 열고 김상조 후보자에 대한 보고서 채택 안건을 논의하려 했으나 자유한국당 소속 위원들이 불참하면서 개회 자체가 불발됐다. 김이수 헌법재판소장 후보자 인사청문회 경과보고서 채택을 위한 여야 간사 회동도 이날 열릴 예정이었으나 무산됐다.

정용기 자유한국당 원내수석대변인은 “자유한국당은 정부가 일자리를 직접 만드는 정책의 폐해를 다시 한번 지적하며 국가재정법에 어긋나는 추경에 결코 동의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인사 문제에 대해서도 “문재인 대통령은 인사참사에 대해 결자해지 차원에서 국민께 사과하고 문제 후보자에 대한 지명을 철회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오늘 시정연설은 말로는 ‘협치’와 ‘국회존중’을 내세웠으나 실제로는 ‘일방적’ 협조요구와 ‘밀어붙이기’ 의지를 통보한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양순필 국민의당 수석부대변인은 문재인 대통령의 국회 방문에 대해 “알맹이 없는 보여주기식 행보에 그쳤다”고 비난했다. 양 부대변인은 “본인이 스스로 정한 인사 5대 원칙을 위배한 부적절한 인물을 장관 후보로 지명한 것에 대해 어떤 유감 표명도 없었다. 동시에 임명에 동의해 달라는 진솔한 호소도 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양 수석부대변인은 “부적절한 후보자에 대해서는 대통령이 먼저 지명을 철회해야 한다. 그리고 기준에 부합하는 새 인물을 하루빨리 다시 지명하는 것이 국정 공백을 없애고 협치 정신을 살리는 첫 단추”라고 주장했다.

강훈식 더불어민주당 원내대변인은 “현직 대통령이 추경안 통과를 위해 국회를 직접 찾아 시정연설을 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며 “하루라도 빨리 국회를 찾아 새로운 대한민국을 위해, 긴밀하게 소통하고 협치하고자 하는 대통령의 진심에 야당은 대승적 차원의 협치 정신으로 응답하기를 바란다”며 협조를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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