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에서 일자리를 만들겠다는 명분으로 개인정보를 침해하는 법안 개정을 추진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회 미래일자리특별위원회는 13일 위원회 차원에서 마련한 법안 초안에 관한 심사를 시작할 계획인데 이 중 개인정보보호법과 정보통신망법 개정안의 문제가 심각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일자리특위가 논의할 개인정보보호법 개정안 초안에는 개인정보 빅데이터 가공 때 사전동의를 받는 절차인 ‘옵트인’ 제도를 사후규제인 ‘옵트아웃’으로 변경하는 내용이 담겨 있다. 기존에는 사업자가 사전에 개인의 동의를 구한 경우라 하더라도 데이터 분석 및 가공 과정에서 새로운 개인정보가 나올 때마다 추가로 동의를 구해야 한다.

그러나 특위가 마련한 개정안 초안은 “데이터 산업의 성장에 탄력적으로 대응하기 어려울 소지가 있다”면서 사전에 ‘목적 외에 용도로 이용하거나’ ‘제3자에게 제공할 수 있다는 사실’만 알리면 별도 동의 없이 개인정보를 포괄적으로 산업에 사용하겠다는 것이다.

▲ 일러스트= 권범철 만평작가.
▲ 일러스트= 권범철 만평작가.

또 다른 개인정보보호법 개정안 초안에는 ‘비식별화 절차 도입을 통한 개인정보 대상 축소’ 조항이 있다. 개인정보를 이용하려면 당사자의 동의를 받아야 하지만 ‘비식별화’절차를 거쳐 개인의 신상이 드러나지 않게 하면 개인정보로 취급하지 않아 동의 없이도 사업자가 쓸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비식별화’절차를 거치더라도 데이터는 결합하거나 가공하는 과정에서 언제든 개인정보가 드러날 수 있기 때문에 문제가 된다.

특위가 마련한 정보통신망법 개정안 초안에는 ‘개인정보보호법 위반에 따른 형사처벌 완화’ 조항도 있다. 현행법에 따르면 사업자가 개인정보를 수집할 때 이용자의 동의를 받지 않으면 과징금 또는 형벌을 받게 된다. 개정안은 “의도나 목적에 상관없이 일률적으로 동일한 제재를 하는 것은 비합리적이고 지나친 규제”라며 의도성이 없을 경우 형사처벌 대신 ‘과징금’ 등 행정조치만 받게 하는 등 처벌 수위를 낮추는 내용이다.

장여경 진보네트워크센터 정책활동가는 “개인정보 정의규정이나 옵트아웃 도입은 개인정보보호 체계를 모두 뒤흔드는 중대변화일 뿐 아니라 국제규범에도 어긋난다”면서 “(기존에 나왔던 유사한) 비식별화 개념 법제화 법안은 국가인권위원회, 개인정보보호위원회 모두 반대 입장이었다”고 지적했다.

물론 미래일자리위원회는 일자리 관련 법안을 만드는 위원회로 입법 기능이 없어 입법을 위해서는 소관 상임위에서 별도로 의결을 거쳐야 한다. 옵트인과 비식별화 도입과 관련해 행정자치부는 ‘신중검토’ 의견을 냈고, 개인정보보호 관련 형사처벌 축소 조항에 대해 입법조사처는 ‘개인정보보호법과 형평성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의견을 냈기 때문에 통과될 확률은 높지 않다.

그러나 미래일자리특별위원회 수석전문위원실은 해당 법안에 모두 ‘개정 의견’을 내며 논의를 멈추지 않고 있다는 점에서 우려가 불식된 건 아니다.

여당측 미래일자리특별위원회 관계자는 12일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논의할 법안은 위원회 입법조사관들이 만든 초안 개념으로 확정된 건 아니다”라며 “해당 법안에 대한 논의를 거친 후 최종적으로 합의된 법안은 특위 소속 의원들 이름으로 발의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국회 미래일자리특별위원회는 지난해 7월 출범했으며 여야 의원 17명(자유한국당 8명·더불어민주당 6명·국민의당 2명·무소속 1명)으로 구성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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