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국민 8명 중 한 명은(5천만명 중 618만명) 4대중독 중 하나에 중독되어 있다는 눈길을 끄는 주장이 제기된 적이 있다(중독포럼 中). 여기서 말하는 4대중독에는 알코올, 도박, 마약과 함께 인터넷게임이 포함된다. 필자는 심각한 건강문제를 야기시키는 담배도 아닌, 성범죄자들 50%가 가진 성 중독도 아닌 인터넷게임이 왜 4대중독에 포함되어 있는지 그 기준에 의구심이 든다.

중독은 substance abuse(물질중독)과 behavior addiction(행위중독)으로 나누어지는데 알코올과 마약은 물질중독에, 도박과 인터넷게임은 행위중독으로 포함된다. 그렇다면 도박과 인터넷이 비슷한 수준의 중독위험행위라는 것일까.

연구에 따르면 알코올 중독자의 뇌와 게임 중독자의 뇌의 MRI 사진이 거의 비슷하다는 결과가 있다(Ko et al, 2008). 도파민과 세로토닌과 같은 신경 전달물질 시스템이 게임중독과 관련되어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여기서 생각해보아야 할 점은 이 신경전달물질 시스템들은 취미생활을 하거나 운동을 할 때도 활발하게 작용한다는 것.

과유불급(過猶不及). 무엇이든 지나치면 해가 된다. 이를테면 신진대사를 높이고 건강을 지켜주는 운동도 지나치면 운동중독의 위험이 있다. 그러나 운동중독자들 때문에 운동이 중독위험군으로 분리되지 않는다. 게임도 마찬가지다. 게임이 뇌 기능 향상에 도움이 된다는 연구 결과들이 심심치 않게 나오고 있는 상황에서, 지나쳤을 때 ‘게임과몰입’의 위험이 있는 것이다. 소수 고위험군에 있는 게임중독자들 때문에 게임자체를 사회악으로 규정지을 수 없다.

‘내가 게임을 하고 싶어서 그랬겠어? 게임 안에 사람들이 있잖아!’ 인터넷에서 돌아다니는 유명한 패륜아들 짤 속 대화내용이다. 게임만 하는 아들에게 화가 난 엄마가 공유기를 뽑아버리자 엄마에게 위에 말을 하면서 화를 내고 TV를 던져버린다. EBS ‘달라졌어요-게임만하는 아들, 포기한 아빠’ 편에서 이 짤방만 보면 인터넷 중독에 빠진 패륜아들의 문제로 보이겠지만, 사실 방송 전체를 보면 이 가족에서 정상인은 아들밖에 없을 정도로 심각하게 가부장적인 아빠와 매번 아들을 무시하는 엄마의 모습을 상담전문가는 지적한다. 부모의 무관심과 가족 간의 대화부족이 아들을 게임과몰입자로 만든건 아닐까

명확한 기준 없이 몇 개의 인터넷중독 진단항목만으로 중독자로 단정된 많은 ‘중독자’들은 이 각박하고 단절된 사회에서 다른 소통구를 만든 것일지도 모른다. 시대가 더 변화하면 사람들은 게임이 아닌 다른 ‘것’을 찾게 될 것이고 새로운 제 3의 무언가가 또 중독물질로 규정될 것이다. (실제로 요즘 떠오르고 있는 것은 스마트폰 중독이다) 게임이 문제가 아니다. 대화 없는 사회에서 일어나는 어찌보면 당연한 현상일 것이다. 사회가 게임에 준 누명은 또 다른 것으로 옮겨갈 것이고 우리는 이 사회의 근본적인 문제가 아닌, 누명 쓴 무언가를 또 질책하게 될 것 이다.

‘바꿈, 세상을 바꾸는 꿈’ (http://change2020.org/) 에서 이와 관련한 카드뉴스를 미디어오늘에 보내왔습니다. 바꿈은 사회진보의제들에 대한 소통을 강화하고 시민단체들 사이의 협력을 확대하기 위해 2015년 7월에 만들어진 시민단체입니다.


슬라이드1.JPG
슬라이드2.JPG
슬라이드3.JPG
슬라이드4.JPG
슬라이드5.JPG
슬라이드6.JPG
슬라이드7.JPG
슬라이드8.JPG
슬라이드9.JPG
슬라이드10.JPG
슬라이드11.JPG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