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사원의 88%가 고대영 KBS사장의 즉각 퇴진을 요구하고 있다는 여론조사가 나왔다. 이인호 KBS이사장을 중심으로 한 이사회 역시 해체해야 한다는 응답이 90%로 나타났다. 이번 여론조사는 KBS 내 양대 노조를 중심으로 한 고대영-이인호 퇴진투쟁에 ‘대세’라는 힘을 실어줄 것으로 보인다.

지난 5월31일부터 6월5일까지 KBS사원을 대상으로 실시한 이번 모바일 여론조사는 국내 근무자 4975명 가운데 3292명이 응답해 투표율 66.2%를 기록했으며 응답자 가운데 88%에 해당하는 2896명이 ‘현 상황에서 고대영 사장이 사퇴해야 한다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그렇다’고 답했다.

‘현 상황에서 이인호 KBS이사장이 사퇴하거나 혹은 이사회가 해체해야 한다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는 90%가 ‘그렇다’고 답했다. 이번 조사는 KBS노동조합과 전국언론노조 KBS본부 등 양대 노조와 기자협회·PD협회 등 10개 협회가 공동 실시해 조합원·비조합원을 모두 포함한 실질적인 KBS사내 여론 지표로 볼 수 있다.

▲ 12일 정오께 KBS 양대노조와 10대 협회는 언론노조KBS본부 회의실에서 고대영 사장, 이인호 이사장의 퇴진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사진=이치열 기자 truth710@
▲ 12일 정오께 KBS 양대노조와 10대 협회는 언론노조KBS본부 회의실에서 고대영 사장, 이인호 이사장의 퇴진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사진=이치열 기자 truth710@

고대영 사장의 즉각 퇴진을 요구한 이들 중 54%는 고 사장의 퇴진이유를 묻는 질문에 “방송의 공정성과 공익성을 하락시켰다”고 답했다. 30%는 “조직개편, 잡포스팅(자율적 직무선택제), 수신료 포기 등 독선·무능 경영”을 퇴진 이유로 꼽았다.

성재호 전국언론노조 KBS본부장은 “일부에서 (고 사장의) 임기를 보장해줘야 하는 것 아니냐는 이야기가 나오지만 과거 정연주 사장의 해임은 KBS구성원들 대다수의 뜻이 아니었다. 이명박 정부는 경찰을 동원해 부당해임에 반대하던 직원들을 끌어냈다. 반면 설문조사결과에 나오듯 지금은 KBS구성원과 시청자의 절대다수가 고 사장과 이인호 이사장의 사퇴를 요구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앞서 지난 2일 리서치뷰가 발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국민의 67%가 KBS·MBC 사장과 이사진 거취에 대한 질문에 “공영방송 위상회복을 위해 퇴진해야 한다”고 답했다. “방송법에 규정된 임기를 보장해야 한다”는 응답은 18%에 그쳤다.

이현진 KBS노동조합 위원장은 “이번 설문조사 결과는 양대 노조와 모든 협회를 아우르고 있다. 2014년 길환영 사장 퇴진 때가 생각난다. 그때도 지금처럼 뭉쳤고, 승리했다”고 말했다. 앞서 세월호 참사 당시 양대 노조는 최초로 공동 총파업을 실시해 길 사장의 해임을 이끌어낸 바 있다.

▲ 서울 여의도 KBS사옥.
▲ 서울 여의도 KBS사옥.

양대 노조와 10대 협회는 12일 기자회견에서 이 같은 설문조사 결과를 발표하며 “고 사장 퇴진과 이사회 해체는 국민의 명령이자 KBS 전 직원의 요구”라고 주장했다. 성재호 본부장은 “최근 불거진 민주당 도청 의혹 사건에서 고대영 사장은 절대 벗어날 수 없다”며 재수사 국면이 계속될 경우에도 사퇴는 불가피하다고 강조했다.

이번 조사에서 응답자의 94%는 국회에 계류 중인 방송법 개정안(일명 언론장악방지법)을 ‘지지한다’고 밝혔다. 고대영 사장 퇴진 이후에는 △제작 자율성과 공정성 강화로 KBS 신뢰 확보(31%) △독선경영(잡포스팅, 조직개편, 근무형태 변경)으로 훼손된 조직 원상회복(22%) △방송장악 규명과 부역자 청산(20%) △수신료 현실화를 통한 안정적인 KBS 미래 확보(12%) 등을 KBS의 최우선 개혁과제로 꼽았다. 성재호 본부장은 “하루하루가 아깝다. 시간이 많이 남아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투쟁을 각오했다.

류지열 KBS PD협회장은 “간부들도 예전처럼 의사표시를 강하게 하지 못하고 있다. 고 사장 퇴진을 요구하는 간부들의 보직사퇴결의도 조만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예상했다. 이영섭 KBS 기자협회장은 “국정농단 사태에서 KBS의 위상이 쓰레기통에 쳐박혔다. 보도본부를 바로 세울 수 있는 기자협회 차원의 설문조사결과를 곧 발표 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민주당 도청 논란과 관련해 협회차원의 총회를 개최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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