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도 아는 만큼 보입니다. 미디어오늘과 저널리즘학연구소가 국내외 저널리즘 전문가들과 함께 뉴스사용 방법을 설명하는 ‘뉴스사용설명서 기획 콘서트’를 선보입니다. 콘서트는 격주 수요일마다 열리며 주요 내용은 미디어오늘 지면·온라인 기사로도 만나보실 수 있습니다. <편집자주> 

(관련기사: 가짜뉴스 시대, 뉴스사용법 알려드립니다)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이 한국의 정치상황을 소개하며 ‘누가 여성대통령의 미래를 묻거든 고개를 들어 한국을 보게 하라’고 말했다.”

“솔직히 저도 이 가짜뉴스에 속았습니다. 당연하게 트럼프가 이 말을 했다고 생각했습니다.” 지난 7일 서울 마포구 미디어카페 후에서 열린 첫 번째 ‘뉴스사용설명서 기획 콘서트’ 발제를 맡은 이봉현 한겨레 경제사회연구원 연구위원의 말이다. 그가 맡은 주제는 ‘탈진실 시대의 가짜뉴스 감별법’이다.

가짜뉴스 문제는 더 이상 남의 일이 아니다. 한국언론진흥재단 조사에 따르면 “가짜뉴스를 받아본 적 있냐”는 질문에 32.3%의 응답자가 “받은 적 있다”고 답했다. 가짜뉴스는 특정한 의도를 갖고 허위를 담은 유사보도를 말한다. 해외에서는 언론사가 아닌 언론사 사칭 게시물을 주로 가짜뉴스라고 하지만 국내에서는 언론사 보도나 카카오톡 ‘찌라시’도 가짜뉴스로 불린다.

▲ 이봉현 한겨레 경제사회연구원 연구위원. 사진=금준경 기자.
▲ 이봉현 한겨레 경제사회연구원 연구위원. 사진=금준경 기자.

이봉현 연구위원은 가짜뉴스가 확산된 원인으로 ‘인지하는 과정의 확증편향’ ‘확증편향을 강화하는 디지털환경’ ‘혐오와 차별이 극심해지는 사회 현실’ 등을 꼽았다. 그는 “특히, 페이스북 알고리즘이 내 취향에 맞는 콘텐츠를 보여주고, 카카오톡 ‘단톡방’ 역시 나와 비슷한 생각을 가진 사람들 위주로 구성돼 확증편향이 일어난다”고 설명했다.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까. 정치권에서는 ‘규제’를 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지난 4월 김관영 국민의당 의원은 페이스북 등 가짜뉴스가 유통되는 플랫폼의 사업자가 제대로 단속하지 못하면 처벌하는 ‘가짜뉴스 청소법’(정보통신망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한국언론진흥재단 조사 결과 “가짜 뉴스를 규제해야 한다”는 의견에 88.8%가 동의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봉현 연구위원은 ‘규제’의 위험성도 고려해야 한다고 밝혔다. “가짜뉴스 문제를 정부에 맡기면 제2의 미네르바 사태가 일어날 것이다. 정부가 주도하면 법이 금지하고 있는 ‘검열’을 하는 것과 다름 없다”는 것이다.

지난 3월 UN인권 보호관들 역시 공동성명을 내고 “가짜뉴스를 무조건 규제하면 표현의 자유를 침해할 수 있는 역효과가 발생할 수 있으니 신뢰할 수 있는 정보의 유통을 적극 지원하는 방향으로 유도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물론, 독일 등 해외에서는 ‘가짜뉴스 규제 법안’이 있다는 반론이 있다. 그러나 박진우 건국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프랑스나 독일은 법적으로 용납될 수 없는 소수자에 대한 차별 등 ‘헤이트 스피치’에 대한 규제가 있는 법 체계”라며 “가짜뉴스가 이 같은 내용을 담을 경우 처벌한다는 의미다. 오해하면 안 된다”고 지적했다.

그렇다면 가짜뉴스 감별을 위해 어떤 대책을 세워야 할까. 이봉현 연구위원은 언론의 역할로 팩트체크 활성화를 대책으로 꼽았다. 프랑스에서는 20여개 언론과 구글 뉴스랩이 함께 만든 팩트체크 서비스인 크로스체크가 출범했으며 한국도 지난 대선 기간 서울대 언론정보연구소가 언론과 함께 팩트체크 서비스를 운영한 바 있다.

그는 또한 이용자들이 미디어를 비판적으로 수용하는 능력인 미디어 리터러시가 향상돼야 한다고 밝혔다. 특히, 뉴스를 수용할 때 ‘의심’이 필요하다고 강조하며 이 과정에서 제목과 형식, 작성 매체, 사진의 합성여부, 근거 및 날짜, 다른 곳에서도 보도한 내용인지 등을 살펴야 한다고 덧붙였다. CNN 역시 “지나치게 반갑고 믿을 수 없이 기쁜 기사는 일단 의심하라”고 지적한 바 있다. 

박진우 교수는 “미디어 리터러시가 필요하긴 하지만 책임을 사회와 독자들에게 넘기는 것 아닌가”라며 언론의 역할 또한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아’ 다르고 ‘어’ 다르다고 하는데 한국 언론과 기자들은 이 같은 차이를 이용해 (왜곡보도까지 포함하는 넓은 의미의) 가짜뉴스를 만드는 가장 잘 훈련된 노하우를 갖고 있다”는 것이다.

▲ ⓒgettyimagesbank, 디자인: 이우림 기자
▲ ⓒgettyimagesbank, 디자인: 이우림 기자

이날 행사에는 언론의 정파성 극복과 미디어 혁신, 보도 근거 등에 대한 투명한 공개 등이 가짜뉴스 문제에 대응하기 위한 언론의 역할이라는 지적도 나왔다.

김영욱 카이스트 문술미래전략대학원 연구교수는 “저널리즘은 과학적 방법론을 차용했다”면서 “그러나 정작 과학이 강조하는 투명성에는 소홀하다. 논문에서는 사실을 알게 된 과정과 참조한 출처를 밝히고 이해관계도 명시하지만 언론은 그렇지 않다”고 지적했다.

박진우 교수는 “SBS가 최근 (문재인 후보 관련 의혹보도에서) 취재, 데스킹 과정을 투명하게 공개하긴 했지만 한국언론은 주로 ‘문제가 생겼을 때’ ‘논란이 됐을 때’에만 이런식으로 공개한다”면서 “평소에는 투명한 공개에 관심이 없어 보인다”고 꼬집었다. 취재 및 편집과정, 편집 원칙,  근거 등을 보다 투명하게 밝혀야 한다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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