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준호 감독의 신작 ‘옥자’의 시사회가 12일 2시 충무로 대한극장에서 열린다. ‘옥자’ 측은 대한극장에서 시사회를 여는 이유에 대해 ‘충무로의 부흥기를 이끌었던, 한국 영화의 역사가 살아 숨 쉬는 대한극장에서 처음 공개하며 전통과 변화는 상호 공존한다는 의미를 담고자했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옥자’가 대한극장에서 시사회를 여는 이유는 이뿐만이 아니다. ‘옥자’가 온라인 스트리밍 서비스 ‘넷플릭스’에서의 공개와 극장 동시 배급을 결정하자 CGV로 대표되는 멀티플렉스극장들이 ‘옥자’를 상영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상업영화는 보통 CGV나 롯데시네마, 메가박스 등 멀티플렉스 극장에서 시사회가 열렸으나 ‘옥자’의 경우 멀티플렉스들의 반대로 대한극장에서 시사회를 진행하게 됐다.

CGV 측은 국내에서 극장 개봉과 IPTV, 온라인 등의 플랫폼까지 통상 3주간의 유예 기간을 두기 때문에 이러한 기간 없이 넷플릭스와 극장에서 동시 공개되는 것은 “영화 유통질서와 영화산업 생태계를 훼손하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CGV의 경우 모기업 CJ가 극장 외에 티빙(t-ving)처럼 넷플릭스와 같이 스트리밍 서비스를 제공하는 플랫폼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더 예민할 수 있다.

롯데시네마 역시 “극장-온라인 플랫폼의 동시 개봉은 영화산업 생태계를 흔드는 상징적 사건”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다만 롯데시네마는 언론을 통해 “동시 개봉은 아니더라도 재개봉 형식으로라도 극장에서 틀겠다”고 밝혔다. 메가박스는 “동시 개봉은 원칙적으로 반대”라는 입장이다.

만약에 CGV나 롯데시네마, 메가박스가 ‘옥자’의 상영을 끝까지 거부할 시에도 극장에서 ‘옥자’를 볼 수 없는 것은 아니다. ‘옥자’ 시사회가 진행되는 대한극장이나 서울극장 등 중소형 영화관에서는 관람이 가능하다. 다만 상영관의 90% 이상을 가지고 있는 대형 멀티플렉스에서 개봉이 되지 않을시 관객동원에는 큰 타격을 입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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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자’를 둘러싼 잡음은 국내에서만 있었던 것이 아니다. ‘옥자’는 제70회 칸국제영화제에 초청을 받았으나 프랑스극장협회가 “영화 상영관에서 틀지 않은 영화는 영화라고 볼 수 없다”라며 반발했다. 이에 칸 영화제는 프랑스 극장 협회의 반발에 따라 2018년부터는 프랑스 극장 개봉을 전제로 한 작품만 경쟁 출품이 가능하다는 새로운 규정을 만들었다.

지난 5월15일 서울에서 열린 ‘옥자’의 기자간담회에서 ‘옥자’의 배급을 맡은 NEW의 김우택 대표는 한국과 미국, 영국에서의 개봉은 확정적이지만 그 외 나라에서의 개봉은 아직 정해진 것이 없다고 밝혔다.

(관련기사: 넷플릭스 때문에 영화관이 망한다? 봉준호, "공존할 것")

칸 영화제와 한국에서의 ‘옥자 소동’은 기존의 영화 배급을 맡아왔던 이들과 뉴미디어 매체와의 줄다리가 있다. 리드 헤이스팅스 넷플릭스 대표는 일찍이 지난 5월10일 자신의 SNS에 “‘기득권 세력’이 우릴 반대하고 있지만 ‘옥자’는 극장 체인이 막기 원한 대단한 작품”이라고 썼다. 좋은 영화를 배급한다면 멀티 플렉스 등 ‘기존 기득권 세력’을 이길수도 있다는 자신감이다.

물론 프랑스와 한국의 사정은 다를 수 있다. 프랑스는 자극 영화 쿼터제나 멀티플렉스 중심이 아닌 직능별 역할을 인정해 배급과 상영을 맡는 업체들이 모두 분리돼있다. 제작, 배급, 상영까지 모두 맡고 있는 한국의 CGV(CJ)와는 다른 상황인 것이다. 물론 프랑스나 한국의 경우 산업적 측면에서 자신들 집단의 이익을 보호하려는 발상에서 나왔다고 비판할수도 있다.

다만 프랑스는 한국보다 ‘영화를 영화관에서 상영하는 것’ 자체를 하나의 문화로 인정하기에, 이런 비판이 상업적 목적뿐이라고 말하기에는 부족하다는 지적도 있다. 부산영화제에서 프랑스 영화를 담당하는 이수원 프로그래머는 ‘오마이스타’ 인터뷰에서 “영화를 제 7의 예술이라 생각하는 프랑스인들의 기본 정신에 기초한 문화”라며 “그만큼 프랑스에선 영화를 만들 때 극장이 갖는 의미가 크다”고 말했다.

이번 갈등은 영화 배급사와 뉴미디어 플랫폼의 줄다리기 외에도 뉴미디어 시대의 영화의 조건이 ‘영화관 개봉’인지를 다시 묻게 한다. 정찬철 한양대 연극영화학과 교수는 “오늘날 다양한 미디어가 등장하면서 다양한 영화보기 방식이 등장해서 컴퓨터, 온라인, 태블릿 등을 통해서 보기 때문에 ‘영화=극장에 걸려야한다’는 생각은 이제는 영화를 규정짓는 중요한 요소는 아닌 것 같다”며 “넷플릭스를 통해서 영화 콘텐츠가 많은 사람을 만나는 방식은 오늘날의 미디어환경의 변화를 적극적으로 보여주는 좋은 사례”라고 말했다.

이어 정 교수는 “영화가 영화가 될 수 있는 가장 큰 요소는 ‘누가 만드느냐’인 것 같다”라며 “영화를 만들었던 기존의 제작업체에서 생산했고, 봉준호라는 영화감독이 만들었고, 그렇기 때문에 칸영화제에도 진출한 것이라고 본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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