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이수 헌법재판소장 후보자가 사형선고를 내린 배용주씨에게 사죄의사를 밝혔다.

김 후보자는 8일 청문회에서 증인으로 출석한 배씨의 두 손을 잡고 머리를 숙이며 사죄했다. 배씨는 5·18 당시 시민군을 태운 버스를 운전하다 경찰관 4명을 사망에 이르게 한 혐의로 기소됐다. 당시 배씨는 최루탄 등으로 시야를 가려 사람을 치게 한 상황을 몰랐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김 후보자가 법무관으로 있던 군법 회의에서 사형 선고를 받아 실형을 살고 1995년 5·18 특별법으로 사면됐다.

이날 배용주씨는 이채익 자유한국당 의원의 증인 출석 요청에 따라 청문회에 참석했다. 이 의원은 청문회에서 김 후보자가 권력의 눈치를 보고 사형선고를 내린 뒤 승승장구해 헌재소장 후보자에 오른 뒤에 뒤늦게 배씨에게 사과를 한 것은 기회주의적 행태라고 비판해왔다.

이 의원은 배씨로부터 김 후보자의 사형 선고에 대한 억울한 심정을 담은 증언을 끌어내기 위해 애쓰는 모습을 보였지만 배씨는 자신의 생각을 담담히 밝혔다.

▲ 김이수 헌법재판소장 후보자(오른쪽)가 6월8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5·18 광주항쟁 당시 사형판결을 내린 버스 기사 배 모씨의 두 손을 잡고 고개 숙여 인사하고 있다. ⓒ 연합뉴스
▲ 김이수 헌법재판소장 후보자(오른쪽)가 6월8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5·18 광주항쟁 당시 사형판결을 내린 버스 기사 배 모씨의 두 손을 잡고 고개 숙여 인사하고 있다. ⓒ 연합뉴스
이 의원은 대뜸 “어제가 무슨 날이었나”라고 묻고 배씨는 “부모님 기일이었다”라고 답했다. 이어 배씨가 “어머님이 언제 돌아가셨나”라는 질문을 받고 “음력으로 80년 5월13일”이라고 하자 이 의원은 “80년이 아니라 82년 아니냐”고 정정하기도 했다.

배씨는 당시 사망 사고 상황을 묻는 질문에 우선 뜻하지 않게 희생된 경찰관 4명의 유족에게 용서를 구했다. 배씨는 “내 차로 인해서 희생자가 났는데 지금까지 유족에게 그런 사과 한마디 못했다. 진짜 뭐라고 말할 수 없는 유족에게 위로를 드린다”고 말했다.

백승주 자유한국당 의원은 배씨의 증인 출석을 막으려는 협박과 회유가 있었냐는 취지로 질문했다. 백 의원은 “결심을 하고 나오는 과정에서 용기있다라는 전화를 받은 적이 있느냐”고 질문하자 배씨는 “전화 받고 심적으로 굉장히 괴로웠다. 옛날 생각이 되살아나서”라고 말했다.

이에 백 의원은 “왜 이렇게 나가려고 하느냐, 정부를 왜 어렵게 하느냐고 걱정하는 전화를 받은 적 없나”라고 하자 배씨는 “그런 전화를 몇 통화 받았다. 협박 회유가 아니라 뭐냐면 거기 나가서 쪽팔리게 좋은 일이 뭐가 있나 그런 소리도 듣고 많이 괴롭다”고 말했다.

오신환 바른정당 의원은 배씨가 방송 인터뷰에서 ‘김 후보자는 좋은 자리로 가는데 내 인생은 뭔가 하는 생각이 든다’라고 말한 장면을 보여주자 배씨는 “제가 저걸 인터뷰했나”라고 말하기도 했다. 배씨는 “저는 지금 그런 면도 있지만 세월이 많이 흘렀고 모든 것은 좋은 쪽으로 넘어갔으면 좋겠어요”라고 말했다.

여당 의원들도 배씨가 직접 5·18 민주화운동 정신을 부각시키도록 답변을 유도했다. 진선미 민주당 의원은 “5·18 주범은 누구인가”라고 물었고 배씨는 한동안 말을 못하다가 “군인이었죠. 계엄사령관. 올라가자면 이런 얘기를 하죠”라고 말했다.

진 의원은 “전두환 회고록을 통해 발포 명령을 부인했다. 그때 어떤 기분이 들었나”라고 물었고 배씨는 “그때 발포명령 없이 하부에서 총을 국민에게 겨눌 수 없죠. 그렇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진 의원은 “문재인 대통령이 5·18 정신을 헌법에 담겠다고 했다. 증인께서 어렵게 청문회에 오신 것은 5·18을 겪게 된 사람들의 고통을 대변하실 수 있는 좋을 기회다. 그 당시에 어려운 상황에 항거를 하셨던 이유, 5·18 정신 취지가 무엇인지”라고 물었다. 하지만 배씨는 “그거 잘 모르겠다. 정치에 관심 없다. 먹고 살기 바쁘니까 일에만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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