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에 영향을 미치게 하는 행위’라는 이유로 정책 평가임에도 후보자 이름과 사진이 포함된 유인물 등의 배포를 금지한 공직선거법. 이런 현행법이 유권자의 헌법상 권리를 침해한다며 개정안이 발의됐다.

유승희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 32명은 현행 공직선거법 제90조(시설물설치 등의 금지)와 93조(탈법방법에 의한 문서·도화의 배부·게시 등 금지)가 선거일 전 180일 전부터 선거 관련 정치적 의사 표현을 포괄적으로 제한하고 있다면서 두 조항을 폐지해 주권자의 표현의 자유를 보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앞서 지난 4월15일 원외 정당인 환수복지당 당원들이 ‘평화 가고 사드 오라?’ 는 문구와 함께 유승민·안철수·홍준표 대선 후보의 사진이 담긴 포스터를 광화문 광장에 부착했다가 경찰에 연행됐다.

당시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이 같은 포스터가 선거법 93조 위반으로 보고 포스터 수거를 요구했지만 환수복지당 당원 2명이 이에 응하지 않자 경찰이 무리하게 연행토록 해 정치적 표현의 자유를 지나치게 억압한다는 비판을 받았다.

지난 4월15일 원외 환수복지당 당원들은 ‘평화 가고 사드 오라?’ 라는 문구와 함께 대선 후보들 사진이 담긴 포스터를 광화문 광장에 부착했다가 경찰에 연행됐다. 사진=더불어민주당 표현의자유위원회·참여연대·민의를 반영하는 선거법 개혁 공동행동
지난 4월15일 원외 환수복지당 당원들은 ‘평화 가고 사드 오라?’ 라는 문구와 함께 대선 후보들 사진이 담긴 포스터를 광화문 광장에 부착했다가 경찰에 연행됐다. 사진=더불어민주당 표현의자유위원회·참여연대·민의를 반영하는 선거법 개혁 공동행동
반도체노동자의 건강과 인권지킴이 ‘반올림’도 강남역 8번 출구 삼성 본관 앞에 대선 후보자들의 삼성직업병 문제와 노동자 안전 관련 공개 질의 답변 내용의 현수막을 설치했다가 상임 활동가가 선관위 조사를 받아야 했다.

해당 현수막은 삼성 배상 책임과 노동자 보호, 정부 관리·감독·규제 강화 내용임에도 후보자의 이름이 적혔다는 이유로 선거법 90조를 위반했다는 게 제재 이유였다.

이 외에도 대선 후보들의 청소년 인권 정책을 비교 평가한 유인물, 청년 모의투표 유인물 등이 후보의 이름과 사진을 포함하고 있다는 이유로 단속됐다. 시민단체의 투표 참여 독려 현수막에 ‘촛불’이라는 문구를 적으면 선거법 위반이라는 선관위의 과잉 해석도 나왔다.

유승희 의원은 “헌법이 보장하는 표현의 자유를 선거 기간이라는 이유로 침해하는 것은 유권자를 단지 선거 구경꾼으로만 만드는 것”이라며 “이번에야말로 지난 수년간 지적되어 온 선거법 독소 조항을 개정할 적기이기에 국회가 유권자들의 알 권리, 말할 권리, 표현의 자유를 지키기 위해 나설 때”라고 말했다.

반도체노동자의 건강과 인권지킴이 ‘반올림’은 강남역 8번 출구 삼성 본관 앞에 대선 후보자들의 삼성직업병 문제 등 공개 질의 답변 내용의 현수막을 설치했다가 선관위 조사를 받았다. 사진=더불어민주당 표현의자유위원회·참여연대·민의를 반영하는 선거법 개혁 공동행동
반도체노동자의 건강과 인권지킴이 ‘반올림’은 강남역 8번 출구 삼성 본관 앞에 대선 후보자들의 삼성직업병 문제 등 공개 질의 답변 내용의 현수막을 설치했다가 선관위 조사를 받았다. 사진=더불어민주당 표현의자유위원회·참여연대·민의를 반영하는 선거법 개혁 공동행동
아울러 지난해 9월 윤소하 정의당 의원 등 11명이 선거 기간 중 인터넷실명제 실시를 폐지하는 내용의 선거법 개정안을 발의했지만 아직 국회에 계류 중이다.

현행 선거법에 따르면 인터넷언론사는 선거운동 기간 중 인터넷홈페이지의 게시판·대화방 등에 정당·후보자에 대한 지지·반대의 정보를 게시할 수 있도록 할 경우 실명을 확인하는 기술적 조치를 해야 한다.

윤소하 의원 등은 “이 같은 인터넷실명제가 유권자의 표현의 자유와 인터넷언론사의 언론 자유를 침해한다”며 “인터넷을 이용한 선거운동을 상시로 허용하면서 선거운동 기간 실명 확인 의무를 부여하고 있어 실효성도 약하다는 지적이 있었으므로 이를 폐지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지난 19대 대선 기간에도 독자들이 익명 댓글을 쓸 수 있었던 미디어오늘 등 일부 매체들은 공론장 기능이 가장 중요한 시기에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는 반민주적인 규제에 항의하는 차원에서 익명 댓글난을 임시 폐쇄했다.(▶미디어오늘은 선거기간 댓글 실명확인을 거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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