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채익 자유한국당 의원이 김이수 헌법재판소장 후보자 청문회에서 참고인으로 나온 5.·18 단체 인사를 향해 비난을 퍼부어 논란이 일고 있다.

이 의원은 김이수 후보자 청문회 두번째날인 8일 자료 제출 및 증인 출석 문제로 정회되고 난 뒤 청문회가 재개되기 직전 “5·18 단체가 5·18 정신을 모독하고 있다”고 소리쳤다.

5·18 당시 운전기사였던 배아무개씨에게 김 후보자가 사형선고를 내린 전력과 관련, 5·18 단체들이 당시 군사독재정권 하의 실정법의 한계로 불가피성이 있다고 지적한 것을 비난한 것으로 보인다.

이 의원은 또한 참고인 자격으로 나온 법학 교수들을 향해서도 “어용 교수”라고 공격했다. 이날 법학교수들은 김 후보자의 통합진보당 해산 반대 소수의견과 정치적 편향성에 대한 상관 관계에 대해 의견을 제시했는데 정치적 편향성과 관련 없다는 의견을 내놓자 이에 대해서도 비난한 것으로 보인다.

이 의원이 공식 질의가 아니라 정회 시간에 참고인에 대한 인신공격성 화풀이를 한 모습이 전파를 타자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이 의원은 청문회에서도 김 후보자를 강하게 몰아세웠다. 이 의원은 자신의 민주화운동 전력을 강조하며 5·18 당시 사형선고를 내린 김 후보자가 사죄를 하긴 했지만 진정성이 없고 헌법재판소장 자격이 없다고 주장했다.

이 의원은 청문회 첫날 “후보자와 저는 동시대를 살았고 저는 젊은 시절 민주화운동을 했던 사람”이라면서 (김 후보자는) 매우 상황 논리에 충실하고 권력지향적, 기회주의적인 분이다. 5·18 당시 실정법을 거부하기 괴로웠다는 이야기를 하고, 당시 사회적 분위기로 행동에 제약이 있었다는데 이게 판결할 때 참고사항이냐. 김수환 추기경 같은 분은 생명을 걸고 투쟁했다. 좋은 학교 나와서 좋은 자리에서 소수자 권익을 했다는 이야기를 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고 비난했다.

이 의원은 이날 청문회에서도 자신을 “젊은 시절 민주화운동 했던 사람”이라며 “행동하는 양심을 마음 깊이 생각하는 사람이다. 행동하지 않으면 의미가 없다. 김 후보자는 승승자구 탄탄대로 권력의 길을 쫓았다”고 거듭 비판했다.

김 후보자가 5·18 당시 사형선고를 내린 것은 권력의 눈치를 본 것이고 현재 사과하는 모습도 기회주의적인 행태이기 때문에 헌재소장 자격이 없고 사퇴를 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채익 의원이 김 후보자를 몰아세우고 급기야 5·18 단체를 모욕하는 발언을 내놓으면서 그의 과거 전력도 주목을 받고 있다.

특히 이 의원이 자신을 ‘민주화운동’을 한 사람이라고 주장한 대목이 이채롭다. 이 의원이 말한 민주화운동은 1984년 정치에 입문해 들어간 민주화추진협의회를 말한 것으로 보인다.

민주화추진협의회는 전두환 정권의 탄압을 받아 김대중, 김영삼 전 대통령이 정치 참여를 하지 못할 때 민주 세력의 제도권 정치 진출을 위해 규합한 단체로 1987년 양김이 분열될 때까지 반독재활동을 벌였다.

▲ 자유한국당 이채익 의원. 사진=노컷뉴스
▲ 자유한국당 이채익 의원. 사진=노컷뉴스

이 의원은 이후 통일민주당과 신한국당, 한나라당 소속으로 정치를 하고 울산광역시 남구청장을 거쳐 울산 남구갑에서 19대와 20대 국회의원에 당선됐다.

이 의원은 “이 시대에 있어 개혁을 도외시한 보수는 의미가 없다”며 자신을 개혁적 보수주의자라고 주장했지만 박근혜 탄핵 반대 전면에 나서면서 친박으로 분류되고 있다.

지난해 12월 박근혜의 과도한 의전이 언론에 보도돼 비판을 받고 있을 때 이 의원은 원내대책회의에서 “저희 지역구에 7월 28일 대통령께서 여름 휴가차 울산의 대숲과 신정시장을 방문했다. 바로 그 신정시장이 제 지역구다. 그런데 그 지역구에 두 번째 맛있는 집이라는 식당에서 식사를 하셨는데 1시간 반 이상 식사를 하셨다”면서 “정말 그 냄새나는 재래식 화장실을 그대로 두고 대통령을 모실 수 있는가 하고 의전 담당자에게 얘기를 했지만, 그 의전 담당자는 절대 이 화장실을 원래대로 그대로 사용해야지 화장실을 수정, 변경하는 것은 절대 맞지 않다고 했다. 저는 깜짝 놀랐다”고 말한 바 있다.

울산지역 일간지 경상일보는 “이채익 후보를 가까이서 지켜본 사람들은 ‘정치지향적 인물’이라는 표현을 곧잘 한다. 취재현장에서 뛰는 기자들 사이에서도 지나칠 정도로 ‘언론 플레이’를 잘 한다는 얘기가 낯설지 않다”면서 “각종 행사장에서 잘 보이지 않다가도 다음날 신문 보도사진에는 어김없이 등장한다는 것으로, 카메라를 적극 ‘이용’하는 행동을 빚대는 말”이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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