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 출범 한달이 되면서 사상최대 가계부채와 집값 상승을 낳은 이명박근혜 정부 부동산 정책을 바로잡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선대인 선대인경제연구소장은 7~8일 미디어오늘과 인터뷰에서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와 같은 정경유착 뿐 아니라 1360조원에 달하는 가계빚을 지게 한 부동산 정책이야말로 박근혜정권의 가장 큰 적폐 중 하나라고 밝혔다. 그는 박근혜 정부 때의 정책을 되돌려야 한다고 촉구했다.

선 소장은 현재 부동산시장 문제에 대해 “주택담보대출을 포함한 가계부채 폭증을 동반한 주택가격 상승세가 가장 심각하다”며 “투기적 요소가 국지적이지만 강하게 진행되고 있다는 측면에서 우려된다”고 진단했다.

사상최대의 가계부채와 집값폭등 원인은 박근혜 정권 후반기에 일사천리로 실시한 부동산 규제완화 정책이라고 선 소장은 지목했다. 3년 전인 지난 2014년 8월 당시 최경환 경제부총리는 주택담보대출 규제를 완화했다. 이후 한달 만인 그해 9월엔 수도권 중심으로 분양권 전매제한 완화, 청약자격 제한 완화 등 분양시장을 대폭 풀었다. 특히 청약 받았을 때 집단대출을 쉽게 해주고, 여러 건 집단대출을 받을 수 있도록 했다. 다시 그해 10월엔 재건축 허용연한을 완화해, 서울 강남 지역과 노원구, 양천구의 재건축 단지 가운데 기존의 재건축 시기가 도래하지 않은 단지들도 재건축할 수 있도록 했다. 그해 12월엔 사실상 분양기 상한제를 무력화시키는 부동산 3법을 통과시켰다.

선 소장은 “그해 8월부터 12월까지 여당이 일사천리로 몰아붙인 내용”이라며 “그 결과는 ‘돈을 쉽게 빌려주고, 무리하게 최대한 빌려준다’, ‘그 돈으로 분양 재건축 시장에서 투기판 만들어주게 한다’, 심지어 단타 매매를 못하는데도 집을 분양받은 뒤 조합원의 지위를 양도 받아 프리미엄을 붙여 팔 수 있도록 했다. 한마디로 투기판을 만들어놓은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 같은 집값 상승 연원을 따져올라가다 보면, 지난 2006년 노무현 정부 당시 집값폭등 원인에 대해서도 짚고 넘어가지 않을 수 없다. 실제 체감 상승폭은 당시가 더 컸기 때문이다. 그러나 노무현정부 하반기에 폭등했던 시장 상황과 박근혜 정부 후반기 시장 상황은 전혀 다르다는 점을 주목해서 봐야 한다고 선 소장은 설명했다.

▲ 선대인 선대인경제연구소장이 7일 미디어오늘 사무실에서 인터뷰하고 있다. 사진=조현호 기자
▲ 선대인 선대인경제연구소장이 7일 미디어오늘 사무실에서 인터뷰하고 있다. 사진=조현호 기자
선 소장은 “노무현 정부는 임기 내내 부동산 투기와 싸웠다고 볼 수 있다”며 “‘부동산 투기와의 전쟁’이라는 말을 6번 정도 했으며, 부동산투기 억제를 위한 각종 대책을 내놓았다. 문제는 결과적으로 집값이 뛰었고, 이 탓에 많은 지지자들을 돌아서게 만들었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부동산정책은 다른 개혁정책보다 국민들 피부에 와닿을 정도로 민감했기 때문이다. 당시 국민적 기대감도 많았지만 결과적으로 성공하지 못하고 민심이반을 낳았다는 것.

노무현정부 초기인 2003년 10월 이른바 ‘10‧23 대책’을 시행한 후 2004년 초까지는 대체로 집값이 잡혔으며, 정책에 지지하는 분위기가 많았다. 그러나 2005년을 넘어가면서 부동산 가격의 고삐가 풀리기 시작해 2006년 하반기에 폭등했다. 선 소장은 “노무현 정부가 상당히 노력했음에도 집값을 못잡은 데엔 여러 원인이 있었다”며 그 요인을 분석했다. 

우선 당시엔 세계경제가 너무 활황이고 좋았다는 것. 중국은 경제대국으로 상승세를 타고 있었고, 미국은 돈을 풀어 달러자금이 넘치기 시작했다. 일본도 장기침체에 따른 엔화 약세로 제로 금리 상태였다. 전세계적으로 ‘돈’의 유동성이 넘쳐났다. 당시 한국경제도 4% 후반대의 경제성장율을 보이며 양호했다. 15%를 넘나드는 금리수준에서 불과 몇 년 만에 4~5%대 수준의 저금리로 내려오니 국내에서도 ‘돈값’이 낮아졌다는 것이다.

선 소장은 “이 와중에 이명박 서울시장이 뉴타운 정책을 펴면서 서울의 부동산이 오르기 시작했다. 청와대는 부동산 가격을 잡으려 했으나 열린우리당은 오히려 뉴타운 특별법을 만드는 데 앞장섰다”며 “또한 2004년 하반기부터 삼성경제연구소와 조중동, 경제지 등이 ‘이런 식으로 가다가는 버블붕괴한다’고 협박하는 한편 강동석 건교부장관 장관, 이헌재 재경부 장관이 들어서면서 부동산 규제를 완화하기 시작했다”고 지적했다. 그해(2004년) 말 열린우리당과 정부가 ‘기업도시’, ‘혁신도시’ 건설계획과 한국판 뉴딜정책을 본격화하면서 건설경기부양 대책을 내놓자 “이제 부동산 경기를 푸는구나”라는 시그널을 시장에 주면서 2006년에 폭등을 낳은 것이라고 선 소장은 분석했다.

선 소장은 “이와 함께 건교부 관료들이 노 대통령의 말을 듣는 것처럼 했지만 사실상 사보타주하면서 정책에 자신들이 하고 싶은 것을 다 섞으며 공급위주 대책으로 만들어버렸다”며 “분양원가 공개에 대해 건교부는 막무가내로 ‘위험하다’는 주장을 폈다. 실제로는 건설업계에만 위험한 정책이었는데도 말이다. 결국 공급위주 대책으로 판교신도시가 투기바람 일으킨 계기가 됐다”고 지적했다. 노무현정부 인수위 때부터 나온 ‘후분양제’의 경우 건교부가 계속 미적대다 정권 말에야 시범분양에 들어갔으나 정권 바뀐 뒤 이명박 정권이 폐기했다.

결국 노무현정부 땐 부동산 가격 상승압박이 큰 시장 상황이었으며, 초기에 투기 억제대책을 펴다 중간에 기조가 바뀌면서 2006년에 가격 폭등을 낳은 것이다. 선 소장은 “노무현정부가 부동산 투기대책을 일관된 기조로 가져갔으면 경제성적표가 다소 저조했을 수는 있어도 부동산가격이 폭등하지는 않았을까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노무현정부 땐 박근혜 정부때처럼 가계부채가 높지 않았다. 선 소장은 “가계부채의 경우 지난 2015년 120조 원, 지난해에만 143조 원이 늘었다”며 “반면, 이전 10년 동안엔 연평균 60조원 수준으로 늘어났다”고 우려했다. 노무현정부 5년간 부동산 활황세임에도 가계부채 증가액이 202조원이었으며 이명박정부 5년 간 증가액은 292조 원이었다. 박근혜 정부의 경우 가계부채 증가액이 4년 동안 만해도 430조 원에 달했다. 2014년 하반기부터 지난해 연말까지가 증가액의 거의 4분의3을 차지한다.

선 소장은 “박근혜 정부는 후반기부터는 ‘빚내서 집사라’는 정책으로 일관했다”며 “경제 전체에 큰 부담을 줬을 뿐 아니라 자칫하면 국내 금융시스템에 충격을 줄 수 있는 화약고를 만든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가계에서 무리하게 빚내서 집을 샀는데, 집값이 내려가거나 오르지 않으면 곤경에 처할 수 있다”며 “집값 상승률은 노무현정부 때 더 높았지만 가계부채는 박근혜 정부 때가 훨씬 더 급증했다”고 분석했다. 무엇보다 박근혜 정부 때는 집값 상승 보다 오히려 하락압력이 큰 시장 상황이었는데도 무리하게 정책을 밀어붙였기 때문에 이런 문제를 낳았다는 것이다. 선 소장은 “박근혜 정부는 이렇게 무지막지한 정책을 펼치면서 정작 경기는 살아나지 않고, 부동산 경기만 살았다”며 “국민경제 전체를 살리기 위한 것이어야 했으나 부동산 빼고 다 죽었다. 국민경제 전체를 판돈으로 내걸고 부동산 경기만 따먹은 형국”이라고 지적했다.

결국 박근혜 정부의 부동산 정책으로 인해 문재인 정부에 엄청난 빚더미를 안겨줬다는 게 선 소장의 평가다. 문제는 문재인 정부의 딜레마가 여기서부터 나온다는 것이다. 부동산 정책을 잘못 건드렸다가 집값이 떨어지기라도 하면 아직은 구여권이 장악하고 있는 KBS MBC와, 아파트 분양광고로 먹고사는 상당수 기득권 언론으로부터 집중 공격을 당하기 쉽다는 것이다. 박근혜 정부에서 만들어놓은 폭탄이 문재인 정부에서 터지면 문재인정부가 덤터기를 쓴다는 우려이다.

▲ 선대인 선대인경제연구소장. 사진=조현호 기자
▲ 선대인 선대인경제연구소장. 사진=조현호 기자
이를 두고 선 소장은 아직은 부동산시장이 과열돼 있는 상태이기 때문에 지금 당장은 부동산 가격 폭락을 우려할 단계가 아니라고 조언했다. 대신 박근혜 정부가 만들어놓은 규제완화를 원상태로 되돌리면서 부동산 시장의 추이를 봐가며 단계적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노무현 정부 때는 집값을 잡고 싶어도 잡기 어려운 구조인 반면, 이명박근혜 정부 때는 잡을 의지만 있으면 얼마든지 잡을 수 있었다”며 “MB정부 땐 세계경기도 위축돼 있었고, 국내경기도 어려워 부양책을 썼지만 약발이 안먹혔다. 2010~2011년 수도권의 집값이 점진적으로 하향 안정화됐다. 하지만 박근혜 정부 때는 규제를 완화해 억지로 집값을 올려놓은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문재인 정부가 처한 상황도 마찬가지”라며 “문재인 정부는 부동산 시장을 하향 안정화시키려고 노력하면 얼마든지 가능하다. 자신감을 가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선 소장은 “자칫 잘못하다 부동산 가격이 급락할까봐 걱정하는 것 같은데 지금은 그걸 우려할 단계가 아니다”면서 “규제 해봐야 집값의 상승을 저지할 수 없다는 일부 언론의 주장은 틀린 이야기”라고 강조했다.

선 소장은 “적어도 박근혜 정부가 만들어 놓은 빈구멍을 막을 대책을 써야 한다”며 “2014년부터 내놓은 규제완화책을 원상태로 되돌리는 것”이라고 역설했다. 또한 단기대책의 핵심은 대출 규제를 완화한 박근혜 정부 정책 이전으로 환원하는 것이라고 선 소장은 밝혔다.

이와 함께 선 소장은 “주택시장과 주거시장의 패러다임을 전환하는 정책을 펴야 한다”며 △선분양제를 후분양제로 바꾸고 △보유세의 실효세율을 높이며 △임대소득세를 강화하는 것 등을 제안했다. 최근 국민의당도 후분양제 도입 필요성 등을 제안한 정책발표를 했다.

한편,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관련 공약은 △서민주거안정을 위해 매년 17만호 공급 △공공임대주택 4만호를 신혼부부에게 우선 공급 △청년층에 맞춤형 주택 30만실 공급 △주택표준임대료, 임대료상한제 △매년 10조원 투입, 뉴타운 재개발 중단 500여 구도심을 도시재생 뉴딜사업 등이다. 제도적으로는 문 대통령이 대선후보 시절 주택담보대출 요건 강화, 전월세상한제, 계약갱신청구권 등의 의사를 내비친 적이 있다.

이 같은 공약에 대해 선 소장은 “정책적인 측면에서 바람직한 내용을 담고 있다”면서도 “도심재생 사업의 경우 사업성과 투기요소 등을 먼저 살핀 뒤 전면 시행하는 것이 나을 것 같다”고 평가했다. 그는 “공약으로 전면에 내놓지는 않았지만 후분양제나 보유세 등이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 의제에 일정하게 남아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노무현 정부 때 보유세에 대한 언론 공격이 거셌기 때문에 조심스러울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 지난달 30일 서울 중구 명동 네이처리퍼블릭 화장품 판매점 부지 모습. 이곳의 땅값은 14년째 금싸라기 땅 기록을 유지했다. 명동 네이처리퍼블릭 자리는 1㎡당 8천600만원(1평 당 2억 8천300만원)으로 2004년 이래 가장 비싸다. 지난해에는 3.49% 올랐다. 사진=연합뉴스
▲ 지난달 30일 서울 중구 명동 네이처리퍼블릭 화장품 판매점 부지 모습. 이곳의 땅값은 14년째 금싸라기 땅 기록을 유지했다. 명동 네이처리퍼블릭 자리는 1㎡당 8천600만원(1평 당 2억 8천300만원)으로 2004년 이래 가장 비싸다. 지난해에는 3.49% 올랐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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