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참사 이후 국민안전처로 흡수됐던 해경이 부활한다. 5일 국정기획자문위원회 부위원장을 맡고 있는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의장은 “국민안전처로부터 소방기능과 해양경비안전 기능을 분리하여 소방청과 해양경찰청을 설치하고 이들 기관은 각각 새로 개편되는 행정안전부와 해양수산부 소속으로 두도록 하였다”고 밝혔다. 박근혜 전 대통령 지시로 급조됐던 국민안전처는 해체된다.

해경 독립은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에 따른 것이다. 이는 대통령 공약에서 두가지 차원으로 제기됐다.

첫번째는 소방방재청 독립과 함께 해경 부활이 안전분야의 대선공약으로 포함됐고, 두번째는 인천지역 유권자들을 위한 인천경제 살리기 차원으로 제기됐다. 문재인 당시 대선후보는 “인천경제를 살린 대통령이 되겠다. 해경을 부활시켜 인천에 돌려드리겠다”고 했다. 해경이 해체되면서 인천에 두고 있던 본청이 국민안전처 산하의 해양경비본부로 바뀌며 세종시로 이전됐기 때문이다.

▲ 2013년 12월 발간된 ‘해양경찰 60년사’에 등장했던 현직 지휘부. 사진제공=416세월호참사 국민조사위원회
▲ 2013년 12월 발간된 ‘해양경찰 60년사’에 등장했던 현직 지휘부. 사진제공=416세월호참사 국민조사위원회

해경이 독립된 청으로 존재하느냐, 국민안전처 산하의 본부로 존재하느냐는 사실 세월호 참사로 제기된 안전 문제와는 무관하다는 지적이 많았다.

실제 구조구난 업무도 기존 권한 그대로 국민안전처의 ‘해양경비안전본부’가 가져갔다. 해경은 국민안전처 산하 본부로 간판을 바꿔달긴 했으나 인력과 예산은 오히려 불었고 독립적인 인사, 예산권도 보장받았다. 예산의 경우 2014년 1조1601억원에서 2017년 1조2082억원으로, 인원의 경우에도 2016년 기준 총 9155명으로 해경 시절 보다 400명 가까이 증가했다.

당초 해경이 해수부 외청으로 승격(1996년)된 이유가 93년 발생한 서해 훼리호 사건의 여파로 구조구난 업무를 강화하려는 목적이었고, 다시 국민안전처 산하 해양안전본부로 된 것도 세월호 참사 때문이었다는 점 그리고 이후에도 2015년 돌고래호 사건에서 조직개편과는 상관없이 구조구난의 난맥상이 다시 확인되기도 했다.

달라진 게 있다면 수사권이 일부 경찰청으로 이관됐다는 것이다. 박근혜 전 정부의 정부조직법 개정에서 수사 관할 관련 내용을 보면 해양경비본부는 “해양에서의 경비·안전·오염방제 및 해상에서 발생한 사건의 수사에 관한 사무를 관장”하도록 돼 있다. 여기서 경비·안전·오염방제가 ‘해양’으로 돼 있지만, 수사 사무는 ‘해상’으로 한정했고 이에 해양과 관련이 있지만 해상에서 발생하지 않는 사건에 대한 수사권이 경찰청으로 옮겨갔다.

박근혜 전 정부의 해경 해체는 징벌적 성격이 강했다고 볼 수 있다. 세월호 참사 당시 해경의 구조 방기 행태가 민간기업과의 유착 등 본연의 업무와 무관하게 비대해진 외형과 관행 때문이라는 지적이 많았고, 이런 판단이 수사·정보 기능을 떼네고 국민안전처 산하의 해양경비안전본부로 해경의 위상을 낮추는 결정으로 이끈 것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담화에서 “(해경의 구조업무가 실패한)원인은 해경이 출범한 이래,구조·구난 업무는 사실상 등한시 하고,수사와 외형적인 성장에 집중해온 구조적인 문제가 지속되어왔기 때문”이라고 했었다.

물론 해경 해체는 정치적 조치에 불과했고, 실제로는 청와대와 국무총리까지 나서서 해경에 대한 검찰 조사를 최소화하도록 외압을 넣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해경의 구조 방기가 불러온 참사에도 불구하고 해경에선 현장지휘를 맡았던 경위급 123정장 한 명만이 사법처리를 받았다. 정작 책임을 져야할 해경의 각 청장급과 해경 상황실 지휘라인은 아무도 처벌받지 않았고, 지휘라인의 핵심 인물들이 줄줄이 승진을 하는 등 국민의 기대와는 전혀 다른 모습을 보였다.

문제는 해경이 세월호 구조 문제와 관련해 처벌도 받지 않았고, ‘징벌적’으로 낮춰졌던 위상까지 회복되면서 세월호 참사에 대한 책임 문제가 증발해버렸다는 데 있다. 해경은 조직적으로도 기존에 해수부 산하에 있던 항만 VTS까지 이관을 받아, 세월호 참사 이후 오히려 권한이 강화된 모습이다. 세월호 참사로 제기된 구조구난 역량 강화 요구에 비춰보면 조직과 인력을 늘리는 것은 타당한 면이 있지만, 구조 참사와 관련한 인적쇄신조차 없이 해경청 부활과 강화만 논의되고 있는 건 이해하기 어렵다.

▲ 이춘재 해양경비안전조정관. 사진출처=국민안전처
▲ 이춘재 해양경비안전조정관. 사진출처=국민안전처

이춘재 해양경비안전조정관이 부활되는 해경청장 자리에 하마평이 오르내리는 것도, 인적쇄신 없는 해경 부활이 갖는 문제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그는 김석균 해경청장을 비롯한 해경 수뇌부의 구조 방기 행태에 대한 실질적인 열쇠를 쥔 인물이다. 그는 여인태 본청 경비과장으로부터 세월호가 이미 45도를 넘어 계속 기울어 있고, 선내에 승객들이 그대로 있었다는 사실을 경비과장으로부터 듣고도 퇴선명령 등의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2014년 광주지검 내사 자료엔 “실종자 가족들로부터 침몰한 세월호 안으로 에어포켓 생성을 위한 공기주입을 거듭 요청받게 되자, 해경 이춘재 국장은 언딘에 공기주입작업에 필요한 어떠한 비용이나 장비 지원 없이, 세월호 선체 도면조차 제공하지 아니한 채” 공기주입을 지시했다고 돼 있다. 이에 언딘은 인체에 유해한 공업용 공기압축기를 사용해 물 속에서 아무 곳에나 대충 공기주입을 했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당시 해경은 세월호 선내 공기 주입이 원활하게 이뤄진 것처럼 발표했고, 광주지검은 이춘재 경비안전국장에 대해 관계기관에 비위자료로 통보한 것으로 돼 있다.

그렇지만 이춘재 당시 경비안전국장은 2015년 7월 남해해양경비본부장을 거쳐 얼마뒤 해양경비안전조정관으로 영전했다. 현재 해경의 ‘넘버2’로 불리는 자리다.

세월호 유족들과 진상규명 관련단체들도 납득하기 어려운 눈치다. 유경근 4.16가족협의회 집행위원장은 “참사의 핵심은 해경이 적절한 구조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는 것인데, 처벌도 없고 그 이유가 전혀 해명 되지 않는 상황에서 해경 부활이 먼저 논의되는 게 저희 입장에선 상당히 마음이 안좋다”고 말했다.

유경근 집행위원장은 “정부나 국회 차원에서 조사가 얘기되고 있지만 아직 가시적인 내용이 나오기 전에 해경 부활이 먼저 얘기되면서 마치 해경이 세월호 참사의 희생양이었던 것처럼 비춰지는 것 같다”며 “과연 어떤 사람들이 어떤 자리로 갈지도 우려가 많이 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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