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영통신사 포커스뉴스가 지난달 31일 갑작스럽게 폐업을 공고해 논란이 일었다. 포커스뉴스 구성원들은 하나같이 모회사인 ‘솔본그룹’의 문제라고 지적했다. 폐업 이전에도 갑작스러운 권고사직 등 사건이 있었기 때문이다. 출범부터 폐업까지 포커스뉴스를 둘러싸고 22개월 동안 일어난 논란을 정리했다.

포커스뉴스는 2015년 8월15일 창간했다. 포커스뉴스는 솔본그룹 차원에서 보면 네 번째 언론사다. 솔본그룹은 2003년 무가지 포커스를 시작으로 2007년 인터넷신문 고뉴스를 계열사로 포함했으며 고뉴스는 2009년 경제투데이로 매체명을 변경했다. 경제투데이 기자 일부는 포커스뉴스로 흡수됐다.

출범 당시 포커스뉴스는 영상과 사진, 인포그래픽 등 뉴미디어에 적합한 콘텐츠를 강점으로 내세워 통신사 시장에서 우위를 확보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텍스트 기사도 기존 통신사의 속보경쟁보다는 심층분석과 전문가 의견을 중점으로 보도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포커스뉴스는 경력기자를 대거 채용했다.

당시 경력기자로 포커스뉴스에 입사했던 A기자는 “솔본그룹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서 망설였던 것이 사실”이라며 “하지만 박민수 당시 대표가 언론 인터뷰에서 100억을 투자한다고 말했고 입사 이후 솔본그룹에서 3년 동안 200억을 투자한다고 밝혀 안심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 약속은 채 1년을 가지 못했다. 포커스뉴스는 출범 9개월이 되던 2016년 5월16일부터 18일까지 취재인력 115명 가운데 18명에게 사직을 종용했다. 회사 경영이 어렵다는 이유였다. 사직을 권고 받은 18명 중 16명이 사직서를 썼고 끝까지 사직에 응하지 않은 2명은 6월12일 해고됐다.

문제는 포커스뉴스가 사직을 권고하는 방식이었다. 기자들에 따르면 사측은 당일 오후까지도 기자들에게 이와 관련한 공지를 하지 않았다. 권고사직 대상이 된 기자들은 개별적으로 전화통보를 받았다. 게다가 이들은 회사가 권고사직 대상자 선정기준도 알려주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 지난 5월25일 전국언론노조 포커스뉴스분회가 서울 서초구 솔본빌딩 앞에서 분회 설립 선포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사진=이기범 언론노보 기자
▲ 지난 5월25일 전국언론노조 포커스뉴스분회가 서울 서초구 솔본빌딩 앞에서 분회 설립 선포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사진=이기범 언론노보 기자

논란이 일자 한대희 대표이사는 전체 직원들에게 보낸 메일에서 “더 이상의 권고사직은 없다”면서 “이번 조치는 '매출 부진으로 기자들을 정리한다’는 식의 소문과는 달리 그동안 비정상적으로 방만하게 운영되어 온 회사의 조직을 지속가능한 체제로 Re-building하는 정상화 작업”이라고 밝혔다.

이 약속 역시 8개월 만에 깨졌다. 올해 1월2일 10명 안팎의 기자들이 “경영이 어렵다”는 이유로 사직 종용 전화를 받은 것. 당시 포커스뉴스 B기자는 “다시는 구조조정이 없다고 말해놓고 또 이런 일이 발생했다”며 “정말 재정이 어렵다면 얼마나 어떻게 어려운지 정확히 자료를 내놓아야 한다”고 비판했다.

일각에서는 포커스뉴스의 사직 종용 방식이 ‘꼼수’라는 비판이 나왔다. 경영상의 필요로 다수를 해고하는 건 그 자체가 ‘정리해고’인데 법이 정한 정리해고 요건을 피하기 위해 1:1 사직서 방식을 택했다는 것이다. 근로기준법 24조는 긴박한 경영상의 필요와 사측의 해고 회피 노력을 규정하고 있다.

2016년 초 입사한 공채 2기 기자들은 일련의 상황에 대해 “입사 3개월 만에 선배 기자 10여명을 떠나보내야 했다. 아침까지 발제를 논의했던 선배는 본사로 돌아간 뒤 다시는 출근하지 못했다”며 “그리고 올해 1월에는 사진영상부에 인원 감축을 강요했다. 또 다시 선배들을 잃었다”고 밝혔다.

사측과 기자들의 갈등은 이번 대선에서 정점을 찍었다. 솔본그룹 회장이면서 포커스그룹 회장인 홍기태씨의 정치성향에 따라 기사가 작성되고 삭제됐다. 가령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에게 불리한 ‘장인 영감탱이 발언’ 기사는 3건이 일괄 삭제됐고 대신 홍 후보의 페이스북은 최대한 빨리 기사화 하라는 지시가 있었다.

기자들은 “대선이 끝나면 이런 일이 없을 거라고 했지만 약속은 지켜지지 않았다”고 입을 모았다. 문재인 대통령 관련 기사 101건이 모두 삭제됐고, 삭제를 거부한 이승재 포커스뉴스 정치사회부문장에게 대기발령 조치가 내려졌다. 대선이 끝나자 정치부는 아예 폐쇄됐다. 기자들의 불만이 터져 나왔다.

5월19일 기자들은 전국언론노동조합 포커스분회를 설립하고 회사에 교섭을 요구했으나 회사는 지난 달 31일 폐업을 공고했다. 사측은 폐업공고에서 창간 이래로 지속적인 적자를 내 4월 기준 총8억6000만원의 적자를 기록했고 누적적자만 113억에 이르게 됐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명예퇴직 신청을 받기 시작했다.

기자들은 폐업 역시 “포커스뉴스답다”는 반응을 보였다. 기자들은 현장에서 취재를 하다가 폐업 소식을 알게 됐다. C기자는 “부장의 통화도 없이 사내게시판 공고를 보고 폐업을 알게 됐다”며 “아무도 명확하게 알고 있는 건 없다. 모두 당황하고 있다. 이제 회사에 대한 기대도 미련도 없다”고 말했다.

포커스뉴스 이전부터 솔본그룹이 운영하던 언론사에 몸 담았던 이들은 “솔본그룹이 다시는 언론바닥에 발을 붙이지 못하게 해야한다”고 입을 모았다. 경제투데이와 포커스뉴스를 거친 D기자는 “이럴 줄 알았다”면서 “솔본이 통신사 만든다고 했을 때 6개월 가면 다행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경제투데이에 근무했던 E기자는 “무가지 포커스가 폐업할 때는 기자들이 자기 물건을 챙겨갈 시간조차 없었다고 들었다”면서 “경제투데이 선배들이 사무실 책상 서랍을 열어보니 무가지 포커스 기자들의 개인물품이 나왔다고 하더라. 직장폐쇄 수준으로 폐업했다고 들었다”고 말했다.

경제투데이 이전 고뉴스에 근무했던 F기자는 “솔본그룹에서 일했던 기자들이 하나같이 욕을 하는 이유가 회장의 마인드 때문”이라면서 “홍기태 회장은 ‘내 돈 주고 회사 꾸리는데 어디 감히 불만을 가지냐’는 마인드다. 저널리즘에는 관심도 없고 모른다. 모든 게 자기 마음대로”라고 말했다. 이렇게 또 하나의 언론사가 막을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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