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 초대 내각 진용이 조금씩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일부 장관 후보자를 두고는 ‘적격 논란’도 불거졌다. 공직자에 대한 검증은 반드시 필요하다. 야당은 야당대로 그리고 언론은 나름의 취재를 통해 해당 후보자가 공직을 맡을 만한 능력과 도덕성을 겸비했는지 따져야 한다. 검증은 고위 공직자가 반드시 거쳐야 하는 필수과정이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 들어 일부 후보자에게 가해지는 검증이 온당한 지에 대해선 고개가 갸우뚱해진다. 특히 일부 언론의 경우 검증을 빙자해 일방적 공세를 펴고 있다는 생각이 들 정도다. 야당의 근거 없는 의혹제기를 인용보도 형식을 빌어 전하는 경우도 많고, 근거가 충분하지 않음에도 의혹이라는 이름으로 지면과 화면에 모습을 드러내기도 한다. 검증을 빙자한 ‘무차별 보도’, 일단 쓰고 보자 식의 ‘막가파 보도’를 하고 있다는 거친 비난이 쏟아진 이유다.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후보자 보도가 대표적이다. 김 후보자에 대한 야당의 의혹제기는 근거가 미약하거나 추측·과장됐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문제는 상당수 언론이 ‘의혹제기’ 자체에 방점을 찍을 뿐 근거가 충분한 지 점검하는 데에는 소홀하다는 점이다.

▲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후보자가 6월2일 오전 국회 정무위원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자리에 앉아 있다. ⓒ 연합뉴스
▲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후보자가 6월2일 오전 국회 정무위원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자리에 앉아 있다. ⓒ 연합뉴스
김상조 후보자의 케임브리지 초빙교수 이력 허위 표기 의혹을 제기한 언론사는 보도 이후 학계와 전문가들로부터 많은 비판을 받았다. 상당수 언론이 보도했던 위장전입 의혹도 해외 체류시 우편물 수령을 위한 주소 이전의 경우 법 위반이 아닌 것으로 드러났다. 언론의 의혹제기가 ‘사실’이 아닌 것으로 드러났을 때 이를 정정하고 사과하는 언론이 있었던가. 거의 없다. 공직자 검증도 중요하지만 언론의 공직자 검증보도를 ‘검증’하는 게 더 중요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김 후보자가 교수로 있으면서 시민단체 소장으로 활동한 것이 겸직금지를 위반했다는 의혹제기도 도마에 올랐다. 자유한국당이 관련 논평을 냈고, 많은 언론도 이를 인용 보도했다. 이 역시 문제가 많다. 그동안 김 후보자가 경제개혁시민연대 소장으로 활동하면서 재벌개혁 필요성을 주장해왔다는 건 익히 알려진 사실이다. 이를 모르는 언론이 있었던가.

야당이 논평을 통해 의혹을 제기했더라도 언론은 자유한국당 논평을 일방적으로 인용하는 게 아니라 구체적인 사실관계를 파악하고 검증을 했어야 했다. 겸직논란과 관련해선 당장 학계에서 반박이 제기됐다. 교수의 겸직금지 취지는 경제적 이득을 목적으로 하는 활동을 제약하기 위해 있는 것이지, 보수가 없는 비영리법인이나 비영리 시민단체 활동까지 막으려는 게 아니라는 것이다.

무보수 시민단체 활동이 문제가 된다면 왜 지금까지 학교 측은 김 후보자의 시민단체 활동을 문제 삼지 않았던 걸까. 별 문제가 안 된다고 생각했기 때문 아닐까. 언론은 어떤가. 시민단체 소장 겸직이 그렇게 문제가 됐다면 왜 대다수 언론은 지금까지 김상조 후보자의 ‘외부 겸직활동’에 대해 침묵하고 있었던 걸까.

▲ 맨 위부터 TV조선, 채널A, MBN 김상조 공정위원장 후보자 관련 보도화면 갈무리.
▲ 맨 위부터 TV조선, 채널A, MBN 김상조 공정위원장 후보자 관련 보도화면 갈무리.
언론의 의혹제기 자체가 잘못됐다는 게 아니다. 모든 권력에 대해 언론은 의심할 권리, 의혹을 제기할 권리를 가지고 있다. 하지만 그 권리는 팩트체크와 최소한의 공공성이 전제됐을 때 정당성을 얻고 힘을 발휘한다.

하지만 김 후보자와 관련한 언론보도는 이런 태도와는 거리가 멀었다. 일부 보수신문과 종편은 근거 없는 ‘의혹 확대재생산’에 더 골몰하는 모습이었다. 재벌개혁에 부정적인 야당의 정치공세를 중계보도하면서 자신들의 이해관계까지 반영한 ‘일석이조’ 보도를 하고 있다는 비판도 나왔다. 김 후보자가 공정거래위원장이 됐을 때, 신문사 불공정행위와 종편 치부를 드러낼 가능성이 높다는 점을 고려한 포석이 배경에 깔려 있는 것 아니냐는 것이다.

김 후보자와 관련한 의혹보도에서 대체 언론은 어떤 것을 검증하려 했고, 무엇을 짚으려고 했던 걸까. ‘완전무결한 도덕성’을 지닌 사람만이 고위공직자가 될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던 것일까. 명심해야 하는 건 이 같은 기준을 적용한 야당과 언론을 향한 시민들의 냉소가 더 깊다는 점이다. 함량미달 보도라는 비판보다 대다수 언론이 이 상황 자체를 더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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