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리적 의심‘인가 ‘억측’인가
물론 언론은 질문하고 의심할 수 있다. 그러나 그것이 합당한 문제 제기려면 사실적 근거와 함께 최소한의 전문성을 갖추어야 한다. 반대 취재를 통해 다른 입장까지 소개되면 더 바랄 나위 없다. 그런데 최근 인사청문 대상자들에 관한 보도 가운데는 이런 기본조차 지키지 못한 기사가 꽤 흔하다.
매체마다 보수-진보 성향을 막론하고 숱한 의혹을 제기했다. JTBC는 현장을 가보지도 않고 강경화 외교부 장관 후보자의 기획부동산을 통한 투기 의혹을 보도했다가 사과를 하는 홍역을 치렀다. 김상조 공정위원장 후보에 대한 경향신문의 위장전입 의혹은 후보자 부인의 투병이라는 ‘반전’에 걸려 부실취재가 되고 말았다. 노컷뉴스는 김상조 교수의 케임브리지 초빙교수 이력 허위 표기 논란을 제기했다가 스스로가 논란에 빠졌다.그리하여 정말로 탈탈 턴다. 보수도 없는 시민단체 일을 했다고 ‘겸직금지 위반’이라고 하고 신용카드를 왜 적게 썼냐며 의아해한다. 말이 되든 안 되든 상관없다. 예를 들면 대학 법인카드 부정사용 의혹을 제기한 기사는 아무리 읽어봐도 무엇이 문제인지 알 수가 없다. (중앙일보, 5월31일 ‘김상조 부인, 영어학원장 하며 소득세 탈루 의혹’) 같은 날 중도적 성향의 한국일보는 “강경화·김상조에 쏟아지는 의혹 상당수가 추측·과장·왜곡”이라고 평가했다.
어쨌든 의혹 제기가 많으면 안 된다?
김상조 후보자의 경우 의혹은 청문회를 거치며 상당히 해소되었다. 각종 의혹이 관련 규정을 잘못 파악했거나 추측에 기반한 의혹 제기 수준일 뿐이었다(한국일보 6월3일). 그러나 보수언론들은 막무가내였다. 동아일보는 “비리종합세트”라는 낙인을 찍어 후보자의 해명은 아예 무시한다.(6월2일 사설) 심지어 자기논문의 중복게재가 형사처벌 대상이 된다고 하고, 소득 신고 의무가 있든 없든 신고 안 하면 탈세라고 억지를 부린다. 그리고는 역대 정부 기준으로 봐도 도를 넘는 흠결이므로 스스로 사퇴하라고 목소리를 높인다.
사라진 정책 검증
진정한 문제는 다른 곳에 있다. 이런 도덕성 논란과 공방에 열중하는 사이에 인사검증과 청문회의 본질인 후보자의 정책과 능력에 대한 검증은 아예 사라졌다. 청문회를 거치는 동안 이른바 ‘재벌 개혁’의 타당성과 그 방법에 대한 비판은 보수-진보 언론 어디로부터도 제대로 나온 적이 없다. 오로지 후보자 개인의 흠결 여부에 집중 또 집중했다. 그러니 5월 30일 청와대가 민주당 의원들을 장관후보자로 발표한 것도 “인사청문회 검증 공세를 분산시키기 위한” 것이 아니냐(동아, 중앙일보 31일)며 의심한다.
그런 가운데 조선일보의 6월 3일 자 사설은 조금은 색다르다. 김상조 후보자의 하자 중에는 명백한 불법도 있지만 “평범한 생활인들이 발을 담그면서 살아왔을 법한 것들도 있다”면서 야당들의 ‘김상조 반대’는 충분히 납득되지만 “낙마 자체에 목표를 두고 거기에 승패를 거는 정치는 이제 끝나야” 한단다. 자유한국당 등이 이 사설을 읽는다면 입이 튀어나올 법하다. “그래서 어쩌란 말이야”.
※ 이 칼럼은 민주언론시민연합이 발행하는 웹진 ‘e-시민과언론’과 공동으로 게재됩니다. - 편집자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