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노동계에도 청신호가 켜졌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대선 당시 ILO 핵심협약(29호 강제노동에 관한 협약, 87호 결사의 자유 및 단결권 보호 협약, 98호 단결권 및 단체교섭 협약, 105호 강제노동 폐지에 관한 협약) 비준을 공약했고, 비정규직 사용사유제한과 공공부문 상시일자리 정규직 전환 등 전향적인 노동정책을 내세운 바 있다.

최종진 민주노총 위원장 직무대행은 새 정부에 대한 기대감을 나타내면서도, 문재인 정부의 노동정책이 과거 정부들의 노동계 길들이기의 반복이 되어선 안된다는 우려 또한 밝혔다. 최종진 위원장 직무대행과의 인터뷰는 2일 오후 민주노총-국정기획자문위 정책협의회 직후에 진행했다.

최종진 직무대행은 첫 정책협의회가 순조롭게 진행된 듯 조금은 상기된 모습이었다.

▲ 최종진 민주노총 위원장 직무대행. 사진=이치열 기자 truth710@
▲ 최종진 민주노총 위원장 직무대행. 사진=이치열 기자 truth710@

그는 “그동안 박근혜 정권은 노동배제, 탄압 정책으로 일관해 왔는데 이번 정부에선 좀 달라지지 않을까, (김대중, 노무현 전 대통령에 이어)세 번째 대통령 방문에 대한 기대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책협의회 자리에서 최 직무대행은 민주노총에 대한 정부 정책의 방향전환을 요구하고, 대정부 교섭을 강조했다고 밝혔다.

또한 “가장 중요한 건 신뢰 구축 아니겠냐”며 “신뢰 구축의 전제로서 한상균 위원장 석방과 사무총장에 대한 수배 해제, 그리고 박근혜 정권 속에서 탄압 받은 많은 노동자들에 대한 선조치를 요구했다”고 말했다.

최 직무대행은 노정교섭 이외의 다른 협상틀(노사정, 노사민정 교섭 형태)에 대해선 “그런 안을 던지면 의도성을 갖고 민주노총의 조직을 목적의식적으로 흔들려는 게 될 것”이라며 “민주노총으로선 받을 수 없는 안”이라고 선을 그었다. 그는 1996년 노사관계개혁위원회 이후 몇차례의 노사정 교섭틀이 노동시장 유연화 등 재계에만 유리한 결론을 내렸던 사실을 강조했다.

6월말 예정된 ‘사회적 총파업’에 대해 최 직무대행은 “이 시기면 정부 정책의 밑그림은 다 보일 것”이라며 “또한 최저임금을 결정하는 게 6월말이라는 부분이 고려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촛불 항쟁은 민중총궐기와 백남기 농민의 억울한 죽음에 대한 분노들, 세월호 참사에 대한 분노들이 쌓여서 광장이 열린 것이라고 본다”며 “10월29일 첫 청계광장에서 1차 총궐기 주체로 참여하면서 우리는 표 찍는 기계가 아니라, 반드시 주권자의 권리를 행사할 것이라고 선언했다”고 말했다. 이어 “이 공간이 열렸고 이 열린 공간에서 우리의 요구를 적극적으로 제기하는 것이 필요하고, 노동의 권리가 그 결과로서 나타날 것”이라고 밝혔다.

다음은 최종진 민주노총 위원장 직무대행과의 인터뷰 전문.

-6월말 총파업을 예고했다. 이번 총파업의 요구는?

5대 개혁 의제가 있다. 1. 박근혜 체제 청산, 2. 비정규직 철폐-최저임금 1만원 저임금 타파, 3. 재벌독식 체제 해체, 4. 국가기구 개혁 사회공공성 강화, 5. 노조 할 권리 쟁취, 노동법 전면 개정이다.

그 중에서도 최저임금 1만원이 가장 중요하다. 직선으로 처음 들어선 민주노총 집행부가 최저임금 1만원을 던졌을 때 주목을 받으면서도 반신반의하는 분위기가 많았다. 이제는 촛불을 겪으면서 이게 너무나 당위적으로 인식되고 있다. 대선후보들도 다 동의했던 부분이다. 다만 정부에선 3년을 얘기하는데, 우리는 3년동안 유보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고 본다. 당장 내년부터 적용되야 할 절박한 요구다.

비정규 철폐는 단순하게 현재 있는 비정규직을 정규직화하는 부분도 있지만, 비정규직의 유입을 제한하고 차단해야 할 문제도 있다. 본인의 의지가 아니면 비정규직으로 쓸 수 없도록 해야 한다. 이는 우리 사회가 불공정하고 불평등한 문제의 핵심에 있다.

노조 할 권리는 우리 헌법에 노동조합을 보장하게 돼 있지만, 사실상 노동조합을 하는 게 그만큼 어렵고 힘들고 위험하기까지 하기 때문이다. 하청이면 노동조합 할 때 해고를 기본적으로 감안해야 한다. 이렇게 헌법에도 보장된 권리를 탄압하지 말라는 것이다. 노동조합을 할 권리는 비정규직 철폐와도 불가분의 관계가 있다. 공무원, 교사의 노동권, 특수고용, 간접고용, 하청 노동자들, 이분들이 실제로 노동조합을 할 권리가 보장되지 않는다면 사실상 보장되지 않는 것이다.

-사용사유제한이 ‘비정규직 철폐’ 요구의 목표인가?

사용사유제한은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도 있었다. 이 부분은 법제화되어야 한다.

그러나 사용사유제한만 하면 되냐, 그건 아니다. 현재 있는 비정규직을 정규직화 해야 하는데, 정부는 부담금 얘기를 하지만 더 실제적인 대책이 있어야 한다. 그 구체적 내용은 정부와의 테이블, 노정교섭의 핵심 요구가 될 거다. 얼굴 한번 보는 게 아니라 내용적으로 교섭을 해야 진전이 나올수 있지 않겠나.

-노정교섭에 정부가 진정성 있게 임해야 한다는 것인가?

그렇다.

-6월말 총파업을 두고 왜 새정부 출범 직후냐는 여론이 있다? 지난해말 정권 퇴진 총파업 등 기존 투쟁들이 약하다 보니 이런 얘기도 나오는 것 같다.

이번에 정부가 들어서서 하는 건 아니다. 이미 3월7일 대의원대회를 통해서 결정됐고 이후 중집회의를 통해서 확인됐다. 왜 ‘6.30’인가하면 시기적으로 새 정부 출범하고 나서 두 달인데, 이 시기면 정부 정책의 밑그림은 다 보일 것이라고 본다. 또한 최저임금을 결정하는 게 6월말이라는 부분이 고려됐다. 새롭게 갑자기 하는 게 아니라 이 시기가 그만큼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왜 ‘사회적 총파업’이라고 명명했나?

의제 자체가 그렇다. 최저임금 적용 노동자가 5백만이다. 민주노총은 최저임금 적용 노동자가 사실 많지 않을 수 있다. 민주노총 만의 요구가 아니라는 거다. 이 5백만이라는 노동자에겐 하루하루가 절절하다는 거다. 비정규직 문제도 마찬가지다. 약 2천만 중 절반이 비정규직 노동자다. 우리사회 불공정, 불평등의 핵심 아닌가. 우리 민주노총 보다 비정규, 미조직, 청년 노동자들을 위한 사회적 총파업이다. 노동조합 할 권리도 막혀있는 특수고용, 일용직, 공무원 등. 그래서 조직된 민주노총 만의 요구가 아니라 기본권과 인권의 문제다. 그래서 의제, 주체 다 사회성이 있는 것이다.

▲ 최종진 직무대행. 사진=이치열 기자 truth710@
▲ 최종진 직무대행. 사진=이치열 기자 truth710@

-민주노총의 투쟁력이 약해진 게 예전과 다르게 대체인력투입의 상시화 등 환경이 변화해서 그런 것인가, 아니면 조직력 자체가 약화된 것인가?

파업이 있었어도 강도와 규모, 파급력에서 매우 약화된 것을 인정한다. 지난해 철도가 70여일을 싸웠지만 지방에선 철도 파업을 하는지도 몰랐다. 한가지 만의 문제는 아니라고 본다. 필수공익사업장 등 법제도가 노동자들의 파업을, 불법도 아닌데 백 명 넘게 해고하고 탄압을 가해 온다.

-비정규직법은 노무현 정부 때 도입됐다. 이 비정규직법으로 인해 비정규직이 제도화되고 이후 확산되어 온 과정이 있었다. 이걸 문재인 정부에서 어떤 방식으로 풀어야 한다고 보나?

김대중, 노무현 정부 속에서 신자유주의 노동정책의 틀이 완성됐다. 비정규직법으로 수많은 우리 노동자가 고통 받았다. 문재인 정부는 철저히 반성하고 인식하고 있어야 한다. 그래서인지 공약에도 우리 요구를 많이 담고 있다. 다만 그것이 실천 가능할 지 그건 좀 지켜봐야 한다고 본다. 많은 방해세력도 있다. 정부가 적어도 국민의 지지를 받고 있고, 그 기대가 퇴색되기 전에 초기에 강하게 실천하는 걸 보여줘야 한다. 법개정과 관련 없이 행정권한으로 할 수 있는 것도 많다. 그동안 법률을 무시하면서 일방적으로 밀어붙인 성과연봉제나, 전교조 법외노조화 부분도 그렇다. 의지만 있으면 할 수 있다.

과거 김대중, 노무현 정부에 대한 반성 평가 속에서 그런 고민을 하고 있다고 저는 본다. 공약이나 행보에서 느껴진다. 그렇지만 이런 부분들을 일방적으로 내놓는 건 전 정부들과 다르지 않다. 노동조합을 참여시켜서 함께 얘기하지 않는다면, 결국 ‘중규직’을 양산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 서울시 산하의 청소노동자들을 보면 자회사 통해서 직고용을 했지만 형식만 바뀌고 내용은 달라지지가 않는다. 그래서 노동자들은 자회사 통한 직고용을 폐지하자고 그러는 거다.

최저임금도 3년 내에 한다는데, 노동자들은 내년부터 하자는데 왜 3년 내에 하겠다는 건지 설득력있게 로드맵을 제시해야 한다.

-만약 정부에서 노정교섭이 아닌 노사정교섭을 내세우면 어떻게 되나?

지금 일자리위원회의 성격도 노사정위의 성격과 섞여있는데, 그건 교섭의 구조는 아니다. 정책협의를 하는 행정기구다. 노정교섭과는 그 격이 완전히 다른 거다. 민주노총이 노사정위에 들어가는 부분은 그 동안의 과정을 이 정부가 알 것이다. 지난해 노사정에서 한국노총도 나갔고, 아마 한국노총도 노사정엔 동의 안 할거다. 정부는 그런 부분을 프로세스를 갖고 할텐데 일자리위원회가 그 프로세스를 바탕에 깔고 있다고 본다. ‘노사민정’도 고용은 보장해줄테니 너희 임금과 노동조건 양보하라, 이게 핵심이다. 상생이란 이름의 양보로 귀결될 거다. 내용과 시기를 조절하겠지만 방향은 그렇게 갈 거라고 보고 있다.

-기존 노사정위가 아니고 새로운 사회적 교섭틀이라며 ‘사측도 들어와야 한다’고 하면 받을 수 있겠는가?

그런 안을 던지면 의도성을 갖고 민주노총의 조직을 목적의식적으로 흔들려는 게 될 거다. 민주노총으로선 받을 수 없는 안이다.

1995년에 민주노총이 출범하고 1996년에 노개위 참여가 뜨거운 화두였다. 논란 끝에 임시중집을 열어 찬반투표를 해서 참여를 결정했는데, 결국은 날치기 노동법 통과로 이어진 것이다. 그야말로 길들이기였다. 그런 우려의 연장선상에 있다, 솔직히.

-한상균 위원장에 대한 대법 판결이 3년형으로 확정됐다.

유감스럽다. 그리 기대하지도 않았지만. 분명한 것은 2015년 6월23일부터 수배였는데, 따지고보면 별다른 죄명이 없다. 박근혜 정권이 추진하던 핵심이었던 노동개악에 저항한데 대한 보복이고, 정치재판을 한 거다. 그래서 국제적으로도 사면 얘기가 나오는 것이다. 한 나라의 총연맹의 위원장을 이렇게 수감한다는 것은 그야말로 비상식적이고 폭력적인 거다.

-기아차노조에서 비정규직을 조직 분리하는 결정을 내렸다.

그 얘기를 질문받을 때마다 창피하고 속상하다. 5월1일 날에도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단결과 연대는 어떤 경우에도 훼손돼선 안된다고 했다. 그 투표를 한단 얘기를 듣고 제가 가기도 했다. 이거 제고해라. 이건 단순히 기아자동차 만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 민주노총이 정규직, 비정규직을 바라보는 시각을 보여주는 것이다. 그렇게 호소하고 중재해보려고 노력했는데 안 됐다. 비참함을 느꼈다. 금속노조에서 제재를 취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건 반드시 원칙을 지켜야 할 문제다. 정말 부끄러운 모습이다.

-이번 민주노총 집행부의 지도력이 취약하다는 평가가 있다.

부인하지 않는다. 시기적으로도 몇 개월 임기가 남지 않았다. 우리 지도부의 핵심인 ‘위수사’(위원장, 수석부위원장, 사무총장)는 사실 임기 얼마 후 구속되고 수배됐다.

다만 민주노총이 끊임없이 저항하고 싸우고 과정에서 지도력은 만들어지는 것이라 본다. 촛불 항쟁은 민중총궐기와 백남기 농민의 억울한 죽음에 대한 분노들, 세월호 참사에 대한 분노들이 쌓여서 광장이 열린 것이라고 본다. 10월29일 첫 청계광장에서 1차 총궐기 주체로 참여하면서 우리는 표 찍는 기계가 아니라, 반드시 주권자의 권리를 행사할 것이라고 선언했다. 이런 부분에서 민주노총의 역할은 과소평가되어선 안 된다. 지도력이 취약하다고 볼 수 있다. 그럼에도 이 공간이 열렸고 이 열린 공간에서 우리의 요구를 적극적으로 제기하는 것이 필요하고, 노동의 권리가 그 결과로서 나타날 것이다.

▲ 최종진 직무대행. 사진=이치열 기자 truth710@
▲ 최종진 직무대행. 사진=이치열 기자 truth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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