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가 투자한 영화 ‘인천상륙작전’과 관련해 강압적으로 홍보성 취재를 지시한 뒤 지시를 거부했다는 이유로 송명훈·서영민 기자에게 내렸던 징계 처분에 대해 법원이 무효라고 판결했다.

서울남부지법 제13민사부는 2일 “KBS는 영화 ‘인천상륙작전’ 제작에 제작비로 30억 원을 투자하고 9시뉴스 기준 총 9회를 보도해 다른 방송사인 SBS가 2회, MBC가 4회 보도한 것에 비춰 보도양이 많아 보이는 점, 기자들이 일방적으로 팀장과 부장으로부터 아이템 제작 지시를 받은 점을 봤을 때 기자들은 편성규약 제6조 3항에 따라 자신들의 신념과 실체적 진실에 반하는 프로그램 취재 및 제작을 강요받아 이를 거부했으며 이 같은 거부에 정당한 사유가 있었다고 보이므로 징계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결했다.

앞서 보도본부 간부들은 2016년 7월29일 경 영화 ‘인천상륙작전’이 흥행 돌풍을 일으키는데 평단에서 혹평을 하는 것은 문제라며 기자들에게 ‘관객과 따로 가는 전문가 평점(가제)’이란 아이템 취재를 지시했다. 이에 기자들은 영화가 흥행돌풍이라고 보기 어렵고, 전문가 평점을 비판하고 특정 영화를 옹호하는 데 근거가 부족할 경우 공정성과 객관성의 문제가 발생한다며 취재를 거부했다. 기자협회는 편성규약에 따른 보도위원회 개최를 요구해 이 사안을 논의하고자 했으나 경영진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고 그해 8월24일 두 사람에게 각각 감봉 2개월의 징계를 내렸다.

▲ 2016년 7월21일자 KBS '뉴스9' 보도화면 갈무리.
▲ 2016년 7월21일자 KBS '뉴스9' 보도화면 갈무리.
▲ 2016년 7월27일자 KBS '뉴스라인'에 출연한 배우 이정재의 모습.
▲ 2016년 7월27일자 KBS '뉴스라인'에 출연한 배우 이정재의 모습.
이 과정에서 보도본부 간부들은 두 기자를 두고 ‘보도국 취재·제작시스템의 근간을 흔드는 처사’, ‘정당한 업무 지시를 거부한 책임을 물은 것’, ‘규정과 절차에 따라 내린 회사의 정당한 조치’라고 주장하며 정당한 징계를 주장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전국언론노조 KBS본부는 2일 성명을 내고 “이번 판결로 당시 데스크 등 책임자들이 오히려 취재·제작의 근간을 흔드는 잘못된 처사를 해왔음이 증명됐다”고 밝힌 뒤 “실체적 진실과 양심에 반하는 부당한 취재와 지시를 거부하는 것은 정당한 행위임을 법원이 인정한 것”이라며 법원 판결을 환영했다.

KBS본부는 “사측은 두 기자 징계 무효 판결에 대해 항소를 포기함으로써 그간의 업보를 조금이나마 씻어야 한다. 아울러 고대영 사장과 정지환 통합뉴스룸 국장, 당시 문화부장 등 보도책임자들은 두 기자에게 가한 부당 징계와 모욕에 대해 공개적으로 사과하라”고 요구했다. 두 기자는 현재 휴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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